"이한열·박종철 등 유공자 인정해야"... 野 의원 175명, '민주유공자법' 재추진

"이한열·박종철, 민주화운동 공로자 아닌 '민주화운동 관련자'"

"야당·무소속 의원 175명 연명... 국힘 의원 단 한 명도 없어"

우원식 "셀프보상법?... 현재 국회의원 가운데 해당법에 따른 대상자 한 명도 없어"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5년간 예산 57억 들어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의원들이 20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민주열사를 유공자로 예우하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일각에서 제기된 '셀프보상법'이라는 비판에 정면으로 맞서며 이 법안이 민주화에 헌신한 유공자·유가족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강민정·박찬대·양이원영 의원 등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고(故) 전태일·박종철·장현구 등 민주화 열사들의 유가족들과 함께 민주유공자법 정기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을 유공자로 지정해 배우자·자녀 등에게 교육·취업·의료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법은 지난 16대 국회부터 여러 차례 발의돼왔지만 '셀프보상법'이라는 비판을 받아 입법이 무산됐다.

이날 모인 의원들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우원식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통과를 추진할 방침이다. 법안 재추진을 위한 연서명에는 민주당 164명 ▲ 정의당 6명 ▲ 기본소득당 1명 ▲ 무소속 4명 등 총 175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에서는 의원 5명을 제외하고 모두 서명해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된 셈이다.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무소속 의원 등은 "아직도 많은 분들이 이한열, 박종철 열사가 민주화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민주화운동 관련자'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며 "전태일 열사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희생한 수많은 이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모두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 국민의 성취 뒤에는 민주화를 외치다 산화한 민주열사들의 희생이 있다"며 "이 분들이 꿈꾼 정의와 공정, 평등한 세상을 향한 열망을 이어받아 우리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민주주의를 지켜낸 희생과 헌신은 진보, 보수를 뛰어넘어 우리 국민 모두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지난 35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김세진, 이재호 열사 등 민주화운동 공로자 19명에게 국민훈장이 수여됐다"며 "이미 지난 2020년에 이한열 열사의 배은심 어머니, 박종철 열사의 박정기 아버님께서 훈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그 희생과 헌신을 예우할 민주유공자법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면서 "16대 국회 때부터 20대 국회까지 관련 법률은 20년 넘게 발의와 임기 만료 폐기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훈장을 받아도 관련자로 머무르고 있는 모순된 현실을 바꿔야 한다"며 "21대 국회에는 우원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주화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분들 가운데 사망, 행방불명된 136명과 상의자 중 장해판정을 받은 693명에 한해 유공자로 대우하는 법률"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은 이 법을 '운동권 셀프보상법'이라고 정쟁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서 "현재 국회의원 가운데 해당법에 따른 대상자는 한 명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한열, 박종철 열사 등 대부분의 열사들도 배우자, 자식은 물론 부모님도 대부분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라며 "그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데 대한 공을 인정해 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의에 맞서 싸우다 희생당한 분들을 '민주유공자'로서 제도적, 법적으로 예우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명예의 문제를 넘어 민주화운동의 제도적 가치 인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더욱 단단하게 뿌리내리게 할 것"이라며 "올해 정기 국회에서는 반드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했던 많은 열사들을 당당하게 유공자로서 국가의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5일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에서 열린 제35주기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서 "(민주유공자법 통과는 이 열사의 어머니인) 고(故) 배은심 여사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민주유공자법 통과 추진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그는 제헌절인 지난 17일에도 민주유공자법 재추진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투쟁했던 수많은 희생자들을 생각한다. 박종철, 이한열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분들의 희생으로 지금의 민주 헌법이 개정된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열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 농성 중이다. 국회가 정상화되면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됐던 많은 열사들이 유공자로 인정받아 국가 예우를 받게 되길 바란다"며 "이 법의 추진을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 여야 간 협의를 통해 적어도 돌아가신, 희생되신 분들을 민주 유공자로 인정하는 입법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선진국까지 진입했는데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거나 사망한, 또는 크게 다친 분들에 대해 일정하게 그 명예를 인정해주는 보상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은 이미 발의돼 있다. 민주화 운동을 한 모든 사람에 대한 '셀프 보상법'은 아니다라고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난 2020년 민주당은 민주유공자법 추진 당시 '셀프 보상법'이라는 비판에 시달려 거센 역풍을 맞았다. 지난해 3월 민주유공자법을 대표발의했던 설훈 민주당 의원은 법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설훈 의원이 발의했던 해당 법안은 유신반대투쟁, 6월 민주항쟁 등 국민의 기본권 신장에 기여와 관련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사람(민주유공자)과 그 유족 또는 가족 등에게 교육·취업·의료·대부·양로·양육 등의 지원을 하는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4·7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선거에 악영향이 우려되자 결국 법안을 철회했다. 또 다른 민주유공자법을 대표발의한 우원식 민주당 의원의 안은 현재 계류된 상태인데, 이날 회견은 우 의원의 법안이 민주화 운동으로 인한 '사망·부상·행방불명자'로 민주 유공자 범위를 한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법안이 설 의원의 안과는 크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안이 보상이 아닌 '명예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셀프 보상법이라고 비판받았던 것은 설훈 의원 발의안인데, (민주화 운동 과정서)구속·해고·제적을 당한 분들까지 포함한 법이었다. 그렇게 하면 국회의원들도 많은 사람이 해당된다"며 "그러나 제가 제출한 법안에는 사망과 상해, 실종 등에 한해서만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셀프보상법이라는 비판을 벗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략 세상을 등진 열사들은 젊어서 돌아가셨기에 처자식이 없다. 처자식이 있는 상태에서 돌아가신 열사는 10가구도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공자가 829명인데 교육 지원을 받으려면 30세까지"라며 "(유가족 중에서) 1993년 이후 출생자는 거의 없어 대학 진학, 취업 등에서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 의원은 재정 소요가 적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5년간 57억원이 들어간다"며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희생한 분들에게 1년에 10억원을 쓰는 건 우리가 감당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해당하지 않는 법안"이라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이를 부마민주항쟁 유공자 예우법과 동시에 추진하자고도 주장했다. 그는 "부마항쟁도 우리 역사에 높은 보물"이라며 "민주화 과정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화된 나라에서 운동권 셀프 보상법, 586 셀프 보상법 식의 사실이 굉장히 왜곡된 비판을 받는 것이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이 법으로 보상받고 유공자가 되려고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모욕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고(故) 전태일 열사 동생인 전순옥 전 의원도 "(민주유공자 가족들은)40~50년 가까이 고생하며 가족을 먼저 보내고 거리와 천막에서 투쟁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법안이 꼭 통과될 것을 믿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21대 국회에선 우원식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주화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계류돼 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분들 가운데 사망, 행방불명된 136명과 상의자 중 장해판정을 받은 693명에 한해 유공자로 대우하는 법률이다. 해당 법안은 유공자와 자녀에 의료비와 교육비를 지원하고 자녀의 대학입학 혹은 편입학이 용이하도록 '민주화 운동 유공자 특별전형'을 신설하는 내용, 정부와 공공기관 취직 때 최대 10% 가산점을 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다음은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다짐하는 국회의원 명단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강민정, 강병원, 강선우, 강준현, 강훈식, 고민정, 고영인, 고용진, 권인숙, 기동민, 김경만, 김경협, 김교흥, 김남국, 김두관, 김민기, 김민석, 김민철, 김병기, 김병욱, 김병주, 김상희, 김성주, 김성환, 김수흥, 김승남, 김승원, 김영배, 김영주, 김영진, 김영호, 김용민, 김원이, 김윤덕, 김의겸, 김정호, 김종민, 김주영, 김철민, 김태년, 김한규, 김한정, 김회재, 남인순, 노웅래, 도종환, 맹성규, 문정복, 문진석, 민병덕, 민홍철, 박광온, 박범계, 박상혁, 박성준, 박영순, 박용진, 박재호, 박 정, 박주민, 박찬대, 박홍근, 백혜련, 변재일, 서동용, 서삼석, 서영교, 서영석, 설 훈, 소병철, 소병훈, 송갑석, 송기헌, 송옥주, 송재호, 신동근, 신영대, 신정훈, 신현영, 안규백, 안민석, 안호영, 양경숙, 양기대, 양이원영, 어기구, 오영환, 우상호, 우원식, 위성곤, 유기홍, 유동수, 유정주, 윤건영, 윤관석, 윤영덕, 윤영찬, 윤재갑, 윤준병, 윤호중, 윤후덕, 이개호, 이동주, 이병훈, 이상민, 이상헌, 이성만, 이소영, 이수진(지), 이수진(비), 이용빈, 이용선, 이용우, 이원택, 이인영, 이장섭, 이재명, 이재정, 이정문, 이탄희, 이학영, 이해식, 이형석, 인재근, 임오경, 임종성, 임호선,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 전재수, 전해철, 전혜숙, 정성호, 정일영, 정청래, 정춘숙, 정태호, 정필모, 조승래, 조오섭, 조정식, 주철현, 진선미, 진성준, 천준호, 최강욱, 최기상, 최인호, 최종윤, 최혜영, 한병도, 한정애, 한준호, 허 영, 허종식, 홍기원, 홍성국, 홍영표, 홍익표, 홍정민, 황 희, 황운하

정의당

강은미, 류호정, 배진교, 심상정, 장혜영, 이은주 의원(6명)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1명)

무소속

김홍걸, 민형배, 양정숙, 윤미향 의원(4명) 등

총 17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