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주범인 노후화된 상하수도...17.5% 매설연도 확인 안돼

지난 6월 대구 북구 원대오거리에서 수도관이 파열돼 도로가 침수되는 피해가 났다.5월에도 충북 제천시 신백동 한 사거리 도로에서 수도관이 파열돼 싱크홀이 발생했다.1월 말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공사 현장 인근 도로를 걷던 20대 여성이 3m 깊이 싱크홀(땅꺼짐)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15일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1년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총 950건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211건(22.2%)으로 가장 잦았다. 이어 광주 116건(12.2%), 충북 92건(9.7%), 부산 91건(9.6%)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338건, 2019년 192건, 2020년 284건, 2021년 136건으로 증감을 반복했다.

특히 비가 많이 오면 젖은 지반이 꺼지면서 지반침하 발생도 증가한다.

국토부가 2019년 발표한 '제1차 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4∼2018년 동안 지반침하 사고의 59.1%(1127건 가운데 666건)는 상하수도 노후화로 인해 발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노후도가 확인되지 않은 상하수도 비율은 17.5%에 달했다. 수십년 전 지자체에서 수도관을 매설할 때 기록을 충실히 남기지 않은 탓에 매설연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지적이다.

또 설치된 지 40년 이상인 상하수도관은 8424㎞, 30∼40년인 상하수도관은 2만635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정밀조사를 받는 20년 이상 된 상하수도도 33.2%였다.

이런 가운데 지하 개발사업이 지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지반침하 예방 방안을 마련하는 평가인 '지하 안전 영향평가'를 담당하는 직원 규모는 올해 1월을 기준으로 1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담당하는 전체 상하수도 길이는 26만6824㎞(2021년 말 기준)다. 1인당 1만5696㎞의 상하수도를 관리하는 셈이다.

일부 지자체는 노후 수도관을 새로 교체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 탓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올해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하는 비용으로 915억원을 책정해둔 상태다.

안 의원은 "장마철 지반침하 사고는 매년 반복되지만, 대책이라고는 유명무실한 서류상 계획안뿐"이라며 "국민 안전과 재산을 재난으로 밀어 넣는 행정을 더는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