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한 연 2.25%로 결정했다.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로 1998년 11월 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정책금리 0.75%p 인상 등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한은의 통화정책 긴축속도와 양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1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설명회에서 “물가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
5월에 이어 7월에도 금통위가 연속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 것은 최근의 물가오름세 확대가 원유, 곡물 등 해외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수요 측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다.
한은은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최근의 물가 상황과 향후 물가 흐름을 점검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한은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5월 5%를 웃돈 지 한 달 만에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에 진입하는 등 물가 오름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특히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4%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높아지고 물가상승압력이 다양한 품목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우려하며 임금-물가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지 않도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각별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고 양적긴축의 속도를 높인 것에 대한 대응으로도 풀이된다.
미 연준은 6월 14~15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0.75%p(0.75~1.0%→1.50~1.75%) 인상하고 대차대조표 축소를 5월에 발표한 계획대로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7월 회의에서도 0.50%p 또는 0.75%p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미 FOMC 회의에서의 정책금리 0.75%p 인상은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 및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은 “한은의 빅스텝 단행은 미국만큼 긴축적 통화정책 행보의 속도를 유지하기 어렵지만 물가 안정화를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보인 것”이라고 풀이하며 “미국과 비교해 긴축속도가 느린 것은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현상을 용인하고 빅스텝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도 용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서 시장은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응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이면서도 경제 성장에는 다소 부담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지난 4월 경상수지가 8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 24개월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했다. 5월 경상수지는 38억6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됐으나 전년동월대비로는 흑자 폭이 크게 감소했다. 한은이 지난달 8일 발표한 ‘2022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은 전기대비 0.6% 성장했다. 이는 속보치 대비 0.1%p 낮아진 수치다. 한은은 수출둔화의 가능성은 있지만 민간소비 회복으로 경제성장률 연 2.7%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실장은 “우리 경제의 7월 물가상승률, 실업률 등 지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아 2022년 하반기 성적표를 받은 게 없는 상태”라면서 “그러나 하반기 지표에 대한 시장의 전망치로만 본다면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맞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 물가 상황에서 중앙은행은 긴축행보를 보여야 하고 행정부도 관세, 유류세 인하, 공급망 문제 해결 등 물가를 잡기 위한 도움을 줘야 한다”면서 “경기진작을 위한 고민도 필요하지만 그 부분은 행정부의 역할이다. 지금 중앙은행은 물가안정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8월 금통위 회의에서도 기준금리의 빅스텝 단행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김 실장은 “원론적으로 보면 한은의 8월 통화정책은 7월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한은은 당분간 고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가 고점을 찍었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긴축적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