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결과 발표 전 해경 고위 관계자 대통령실 다녀가
합참, SI 정보 포함한 정보 판단서 근거… 월북 정황 확실히 있었다고 판단
합참 패싱… 합참 2년 전 판단 바뀌지 않아
김병주 의원 "안보실이 해경과 국방부에 지침 줬을 것" 주장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형 이래진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윤성현 남해해경청장과 사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등 4명을 공무집행 방해와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2년 전인 지난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에 대해 당시 해경은 월북으로 판단했는데 최근 월북 판단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초 해경은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을 부인해 왔다.
JTBC는 4일 "(해경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서 해경 고위 관계자가 대통령실을 다녀갔던 걸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해경이 최종 수사 결과를 안보실에 보고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같은 의혹을 제기해 왔다.
JTBC 이날 "해경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해경 고위 관계자가 안보실을 직접 방문한 정황을 파악"했으며, "해경 관계자는 JTBC와 통화에서 '고위급이 안보실을 찾은 건 맞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사건을 수사 중이던 중부지방해경청은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었는데, JTBC 취재 결과 심의위 개최 결과 보고서를 확인했고, 심의위는 서면으로만 진행됐다"고 밝혔다.
내부와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수사가 적절한지, 객관적으로 따져보기 위해 소집됐는데, 해경이 민주당 TF에 지난달 2일과 3일에 이틀 동안 심의위 회의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런데 내부와 외부 위원들에게 수사를 계속할지 물었는데, 대면이나 비대면 회의를 소집하지 않고 서면으로만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해경은 "위원들의 일정과 코로나 상황 때문에 대면 회의가 불가능해 각 위원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며 "회의 진행 방식과 관련해 특별한 규정은 없다"고 주장했다"고 JTBC는 전했다.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민주당 의원(TF 단장)은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해경에서 최종 수사 결과를 (월북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번복하는 발표를 했는데, 대통령실(국가안보실)을 먼저 방문해서 여러 가지 조율을 한 정황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주 의원은 "일반적으로 해경이 국가안보실을 들락거릴 일은 없다"면서 "민주당이 TF를 구성해서 국방부, 합참, 해경 관계자들 모두 모아 놓고 수사 결과 번복된 배경부터 그 경위를 따져 물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런데 의문이 나는 것은 6월 16일 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 해경 대표자와 국방부가 나란히 나와서 발표를 한 것"이라며 "이것은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해경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되는데, 왜 국방부가 나와서 본인들도 그동안 잘못했다고 사과하면서 발표를 하느냐"며 "해경에 왜 같이했는냐고 따졌더니 해경의 답변이 '수사 결과에 대해서 안보실에 보고를 한 것 같고, 안보실이 중재를 해 국방부가 그 자리에 서게 했다'는 발표를 했다"고 설명했다.
해경과 국방부 발표를 같이 하도록 안보실의 조율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국방부에서도 발표하기 3~4주 전부터 이미 발표문안 작성을 시작했고, 안보실과 조율 과정을 거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5월 24일 날은 국가안보실 1, 2차장이 합참정보본부장을 불러서 2년 전 자료, SI 정보와 거기 포함된 정보 판단서를 보고받았고, 국방부 장관도 한 3주 전인 5월 25일 날 SI 원본과 정보 판단서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련의 지시가 내려지고, 국방부와 해경이 6월 16일 월북 판단을 번복하는 발표를 했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해경의 수사 번복 주장이 어이없었다며 "해경에서 수사 번복을 한 이유가 그 당시 공무원이 북한에서 사살됐는데, 시신을 훼손할 당시에 입고 있던 구명조끼와 타고 있던 부유물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라며 "북한 수역에 있었던 것을 어떻게 확보하겠느냐"며 해경의 주장은 황당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두 번째는 SI 정보 원본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증거물 확보를 못했기 때문에 수사를 번복할 수밖에 없다는 황당한 주장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또 "합참에서 SI 정보를 가지고 분석을 했기 때문에 합참이 핵심 기관인데 이번에 완전히 패싱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합참에서 판단한 SI 정보를 포함한 정보 판단서에는 월북이라는 것들이 확실히 있었다고 합참은 이야기를 했다"며 "합참에서는 여전히 2년 전 판단이 유효하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에 합참을 패싱한 것은 첫 번째로 정치 공세로 가려고 했던 것이 그 이유이고, 또 합참의 정보 판단서를 증거로 채택하면 사건을 뒤집을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김 의원은 국방부의 이번 발표에 거짓말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방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6월 16일 날 최종 기자회견을 할 때 합참 보고서를 재분석해서 결과가 다르게 나온게 아닌데 재분석한 결과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롭게 증거로 나온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해석만 다르게 한 것"이라며 "그런데 해경이 해석만 다르게 할 수 있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어 "국가안보실이 관여해서 해경과 국방부의 발표가 조율됐다는 의심이 있고, 민주당 TF에서 점검하고 있다"며 "지금 하나하나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합참이 월북으로 판단한 정황이 담긴 SI 자료 열람을 민주당 TF에서 강하게 요구했지만 아직 못 보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방부 장관은 이미 이 자료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이 6월 16일 최종 발표 3주 전인 5월 25일 날 합참정보본부장으로부터 SI 원본과 그 당시 정보 판단을 열람하고 봤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방부 장관은 합참이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해경과 국방부가 월북 판단을 번복한 출발이 기본적으로 안보실에서 출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고, 특히 팩트가 바뀐 것이 없는데 갑자기 황당한 논리로 번복 발표를 하고, 국방부와 안보실과 해경이 교류가 있었으며 그 중개를 한 정황이 있으니 대통령 안보실이 지침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