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선·지선 패배 평가'… "文정부 민심이반, 이재명 책임 배제 못해"

김기식 "민주당 쇄신하려면, 조국의 강 건너야"

송갑석 "광주 지선 37.7% 투표율… 민주당 최종 심판 목전이라는 엄청난 경고"

남인순 "사건 대응 차원 아닌 정교한 계획 갖고 성평등·젠더폭력 문제 대응해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지선 패배 원인으로 어려운 구도에 더해 이재명 후보의 책임이 명백히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주최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평가 토론회 발제에서 "대선이 어려운 구도하에 치러졌다"며 "정치적 요인과 정책적 요인이 높은 정권교체론으로 이어졌다"고 전제했다.

그는 "대선 패배 원인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 민주당에게 공히 다 있다"고 강조하면서 "패배 원인을 누구 탓으로 돌리며 한쪽 요인만 강조하는 건 부적절하며 내부 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어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하의 민심이반이나 구도 문제만 탓할 수 없다"며 "후보의 책임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밝혀 이재명 후보의 책임론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단적으로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4%였다. 또 2012년 대선 때는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57%였음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가 넘는 상태에서 대선을 패배했다는 것은 후보의 요인을 배제하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는 "민주당 후보가 가진 이미지적 요소, 대장동 의혹과 법인카드 논란 등이 지지율 상승을 누르는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짚으며 "무엇보다 이 이슈를 대하는 후보의 태도가 중산층과 국민의 공감대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해서 "대선패배 책임론 속에도 강행된 이재명·송영길 출마가 전체 선거 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지적하면서 "막판에 김포공항 이전 등 잘못된 공약도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지방선거의 경우 대선 후 치러진 정권 출범 초기 안정론에 힘이 실린 상황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대선 이후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강행 처리한 것 역시 명백한 정무적 오류였다고 봤다.

김 소장은 민주당이 극복해야 할 것으로 ▲조국의 강 ▲내부 분열요인과 팬덤정치 ▲취약한 리더십 ▲전당대회 관련 갈등 ▲지지층 결집과 외연확장 사이 딜레마 ▲부족한 세대 전략 등을 내세웠다.

김 소장은 향후 민주당의 쇄신전략에 대해서 아직도 건너지 못한 조국의 강을 건널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박근혜) 탄핵 이후 대선, 지선, 총선까지 3연패하면서도 국민의힘은 2020년까지 태극기부대에 끌려 다녔다. 아직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한 우리 당이 이 사례를 반면교사 삼을 것인지 그 전철을 밟을 것인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6년 전 분당으로 계파가 정리된 민주당은 이제 명백히 친명·친문 간 계파갈등이 존재하는 정당이 됐고 이를 부추긴 요소로 강성 지지층의 활동이 있다. 이러한 양태는 '티 파티'가 미국 공화당을 트럼프당으로 만든 과정과 유사한데, 민주당은 정당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당원의 권리확대가 꼭 의도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점을 냉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팬덤정치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그는 또 "이재명 후보 한명만 4년 내내 끌고가 다음 대선을 치른다면 과거 제왕적 총재로 군림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리더십이 성장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5년 뒤 40대 초반 이준석 대표, 50대 초반 한동훈 법무장관, 거기에 오세훈 시장과 안철수 의원까지 4명이 경쟁할 것"이라며 "우리도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다양한 리더십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나선 송갑석 의원은 "김 소장이 이회창의 길을 가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 전에 (2024년) 총선이 있고 황교안의 길을 가지 않을지 걱정이 있다"라며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황교안은 당의 여러 문제제기와 국민들의 질책을 무시했고, 국민의힘은 결국 (2020년) 총선 패배까지 가서야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민주당도 지금 그 갈림길에 있다"고 우려했다.

송 의원은 특히 "광주는 대선에서 81.5%의 전국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불과 몇 개월 후 지방선거에서 37.7%의 전국 최하 투표율을 기록했다"라며 "민주당에 대한 최종적 심판의 목전에 와 있는 엄청난 경고"라며 "지금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기형 의원은 "1970년대 '빨갱이, 빨갱이' 하면서 반대파를 낙인찍었는데 최근 '수박' 논쟁이 그렇다. 그런 논쟁 자체가 민주당으로서 부끄러운 것"이라며 "진보의 가치도 중요하고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데, 민주당에게 약속을 지키고 상식적 결정을 내리란 요구도 강하게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인순 의원은 "민주당 나름대로 성평등 정책, 성평등 교육, 젠더폭력 대응을 위해 노력했지만 연이어 이어진 성추문으로 국민적 실망이 컸다. 기존과 비슷한 이야기를 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남 의원은 "사건에 대한 대응 차원이 아니라 집요하고 정교한 계획을 갖고 성평등, 젠더폭력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