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전 외교원장, "상시채널, 잘못하면 통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어"
"중국 제외한 '기술동맹', 중국 시장 잃을 수 있어"
"우크라이나 무기 우회 지원, 중국-러시아-북한 전선 만들어질 위험성 있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21일 예정된 가운데,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이 우리 정부가 내세운 백악관과의 '상시채널'이 미국의 통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김준형 전 원장은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과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코리아 워킹그룹'이 출발했는데, 결과적으로 한국 정부가 하려는 일을 계속 재갈 물리고, 조정하고, 통제하는 걸로 사용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전 원장은 "코리아 워킹그룹이 시작할 때 방코델타 사태와 관련해 6자 회담에서 북한하고 합의를 했는데, 그 다음날 미국 재무부가 합의 내용을 바꿔 버렸다"고 지적하면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상시채널을 만들면 초기에는 그럴듯해 보이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통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우려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미국한테 싫은 소리를 할 수 있는 정부냐는 게 중요한데, 이 정부는 철저하게 친미 정부이기 때문에 (상시채널이) 오히려 지휘를 받을 수도 있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짚었다.
그는 "한미 간에 상시채널이 없어도 상시적으로 모든 레벨에서 거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데 왜 이게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진행자가 '지난 1년 전에 포괄 동맹으로 기술도 다 포함하는 개념이었는데, 기술 동맹이 따로 떨어져 나오게 된 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김 전 원장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에 삼성을 방문하는데, 반도체나 배터리 부문 등 기술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고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는 세계 10개국에서 15개국을 전부 다 묶어서 반도체 동맹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한국이 반도체 부문에서 초격차를 이루고 있는데, 문제는 (미국과) 반도체 기술 협력에 대해서는 중국이 양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약에 지금 중국에 있는 공장들, 예를 들어 TSMC처럼 완전히 옮겨버리면 그때는 우리에게 엄청난 시장인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미국이 중국에 있는 공장을 모두 빼서 중국을 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완전히 배제하려고 한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그럼 시장도 빼라고 할 것이고, 그럼 우리 시장은 어디로 가겠느냐며 기술 동맹의 걱정되는 부분을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은 기술동맹을 통해 중국을 반도체 부문에서, 전세계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어렵게 만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데,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원장은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이런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전 원장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 유리한 것을 얻어내고 미국에 반도체 부분에서 전면적인 양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속도 조절없이 확 줘 버릴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원론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 러시아의 침략을 규탄한다는 정도는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무기 부분이라며, 무기 지원에 대해서는 국방부나 외교부에서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넣기는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우리가 미국에 무기를 주고, 미국이 지원하는 우회적인 과정을 통한 지원에 대해서도 러시아가 모를리가 없을 것이라며 이 역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특히 "한국 측과 미국 측의 워딩이 비슷한 게 '한국의 국제적 역할을 재고하겠다. 한국의 국력에 걸맞은 역할을 미국에서 요구한다'는 점이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하나는 우크라이나 문제이고, 또 하나는 작년에 문재인 정부가 계속 저항했던 중국을 적시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대만이나 남중국해의 안정을 이야기했는데, 이건 중국도 늘 이야기하는 것이고, 그 정도 수위는 괜찮은데 여기에다 중국을 적시하고 거기에 만약 홍콩이나 신장 위구르 등의 이야기가 들어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원장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주라고 하는 것은 러시아와 군사적 적대 국가가 되는 것이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위의 문구가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들어갈 경우 중국, 북한과도 안 좋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어 북한-중국-러시아가 묶이는 냉전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전 원장은 미국 강경파가 이런 그림을 원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미국 입장에서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포인트를 중심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