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출신 변호사, "선진국 형사사법 모델 대부분 수사·기소 분리"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에서 하는 구조가 타당

경찰 수사권 비대화, 검찰의 강력한 통제수단 존재

검찰 직접 수사, 현재도 전체 사건의 0.6%에 불과 수사 공백 우려는 과도

서울지방변호사협회 부회장인 조순열 변호사는 선진국 형사사법 모델을 보면 대부분 수사·기소가 분리가 되어 있고 (검찰에) 수사권은 대체로 없다며 수사권 분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2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미국의 경우 형식적인 수사권이 있는 경우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수사를 하고, 수사 인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주마다 수사권이 검찰에게 있는 주도 있지만, 우리의 경우처럼 수사관이 몇 천 명이 있지도 않고, 실질적으로는 수사권이 없다고 보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역할은 수사한 사건을 기소를 할지 여부와 기소를 했을 때 공소 유지를 하는 역할이 전형적인 권한"이라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검찰의 뛰어난 능력은 수사를 하라는 것이 아니고, 경찰에서 수사를 하고 수사한 결과를 가지고 오면 기소할 건지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이라며 "실제 검사가 수사권을 갖고, 수사 인력을 가지고 대한민국 검찰처럼 하고 있는 나라는 OECD 38개국에서 5개국에 불과하고 또 G20 19개국 중에서 한국, 일본, 이탈리아, 멕시코, 이렇게 4개국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 형사사법 모델에서 보면 검찰은 실질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돼 있고, 이것이 결국 인권 친화적인 수사 시스템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진행자가 '지금 검찰에서는 반대 논리로 인권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하지 않는 게 인권 친화적인 시스템이냐'는 질문에 "검사가 스스로 수사를 하고 기소를 하게 되면 심증이 형성됐을 때 반드시 처벌해야 되겠다는 심증이 매우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심지어 예전에 공소 유지를 하는 과정에서도 재판부를 겁박하는 경우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심증이 형성되면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다"며 "그래서 선진 수사 사법 시스템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 재판은 법원에서 하는 이런 구조로 나누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나쁜 놈을 처벌하는 게 검사의 역할이라는 것은 옳은 얘기지만, 그 나쁜 놈인지 여부는 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았을 때, 유죄를 선고받았을 때 나쁜 놈이 되는 것이지 수사를 하는 중에 그 사람이 나쁜 놈인지, 억울한 사람인지 알 수가 없다"며 "그래서 수사를 할 때는 신중하게 하고 또 뛰어난 검사들에게 기소를 할 사안인지 여부를 판단받게 되고 또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만약 검찰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라고 찍어 놓고 '반드시 처벌해야 돼'라고 하는 심증이 형성되면 나중에 무고한 사람으로 밝혀졌을 때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겠냐"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조 변호사는 그동안 정치권에서도 검찰을 두려워하고 검찰과 등지지 않으려 노력해왔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조 변호사는 이번 민주당이 상정한 수사·기소 분리를 규정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상당히 잘 된 입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법안을 보면 사실상 수사 과정에서 주도권을 경찰에 주는 법안으로 되어 있다"고 소개하면서 "70년간 검찰 주도의 수사에서 경찰 주도의 수사로 전환을 하고 검찰은 본연의 임무인 경찰이 수사한 것에 대한 사후 통제 역할을 하는 게 맞을 것 같다"며 "그래서 수사는 경찰 주도, 기소는 검찰 그리고 재판은 법원에서 하는 이런 구조가 형성이 되는 그런 법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비대해져서 통제 불능의 괴물이 탄생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물음에는 "검찰이 비대화될 경우 부패할 우려가 상당히 높다. 왜냐하면 검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통제할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경찰은 비대화됐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강력한 통제 무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 변호사는 "검찰은 울타리가 없는 맹수라면, 경찰은 울타리를 치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며 "아무리 꼼수를 써도 유능한, 노련한 검사들을 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전체 범죄 사건의 0.6%밖에 안된다며 마치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으면 큰일나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하고 있는 6대 범죄에 대한 수사에서도 오히려 경찰이 더 많이 수사를 하고 있다며 검찰이 0.6% 수사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경찰이 받아서 얼마든지 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 공백이 생길 염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그럼에도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면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권을) 뺏기기 싫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