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수사·기소 분리 법안' 법사위 소위 개시… 심야 속도전에 국힘 반발

'직회부' 두고 이견… 차수변경 끝 결론 못내, 오늘 다시 소집

인사청문회와 맞물리며 격돌 예상

민주당 박주민 법사위 제1소위원장은 18일 저녁 회의 소집을 공고하고 당론으로 정한 수사·기소 분리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입법 속도전에 나섰지만, 국민의힘이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차수변경하면서까지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는 이날 법안 소위를 7시에 시작했지만 2시간 40분여 만인 밤 9시 40분쯤에야 상정됐다. 이후 정회를 거쳐 밤 10시 30분경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고, 다음날 오전 0시 40분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자정을 넘긴 논의는 차수를 변경하면서까지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19일 오후 다시 소위를 열어 심사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은 이미 당론으로 4월 중 처리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고, 국민의힘은 최대한 논의를 지연하기 위해 당력을 집중하고 있어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주민 법안심사 제1소위원장은 기존에 소위에 회부돼 있던 다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이들 법안이 관련돼 있다며 곧장 소위 안건으로 회부(직회부)했다.

다른 법안을 먼저 상정해 논의한 것을 안건 심사 과정이었다고 간주하고 직회부하는 우회로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기존의 법안들도 회부만 됐을 뿐 심사된 적이 없다고 맞서면서 직회부가 국회법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형소법의 근본을 바꾸는 사실상 전부개정안에 대해 토론회나 간담회 등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법안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며 "아니면 검찰총장이 제안했듯이 사법개혁특위 등을 구성해 법안을 논의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맞섰다.

같은당 전주혜 의원은 "법사위원장이 민주당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하는 게 어디 있느냐"며 "직회부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반면 민주당의 김용민 의원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휴대전화를 열지 않고 무혐의 처리한 사건, 술 접대 무혐의 사건, 고발사주 의혹 사건" 등 사례를 들어 "도대체 어떤 사건이 더 벌어져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의 최기상 의원 역시 "헌법 위반을 말하지만, 지금 우리는 검찰이 수사권·영장청구권·기소권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국민 기본권을 항시적으로 제한하는 헌법위반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수사는 경찰이 하고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 여부를 신청하면 그때 검찰이 꼼꼼히 보는 것을 잘 해주면 검찰이 헌법에 규정된 공익적 책무를 충분히 다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는 민주당의 소위 '검수완박'에 대해 이미 되돌아가기가 더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평가했다. 김종배 평론가는 또 이런 민주당의 태도에 맞서 윤석열 당선인이 법무부장관에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지명해서 민주당의 검수완박 이후 사실상 검찰의 수사권이 한국형 FBI로 넘어갈 경우 법무부 차원에서 이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장제원 비서실장이 말한 '칼을 버리고 펜을 쥐어줬다'는 표현은 "녹슨칼을 버리고 제도펜을 쥐어준 것"으로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훈 검사장을 장관 후보자로 내세워 기수 파괴가 되면 현재 남아있는 상당수 검사장급 검사들이 옷을 벗게되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법무부 산하에 생길 수사기관(한국형 FBI)으로 흡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평론가는 또 행정안전부장관 후보자에 이상민 전 판사를 지명한 것도 윤 당선인의 충암고 후배로 매우 절친한 관계라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이후 진행되는 상황을 고려한 포석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 법안 통과와 함께, 인사청문회에서 한동훈 후보자에 대한 칼날 검증을 벼르고 있고,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사실상 막기 힘들다는 전제에서 최대한 여론전을 펼쳐 이후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에서 국회에서의 격돌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