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당선인 40년지기 정호영'... 각종 의혹에 인사청문회 '빨간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0년지기인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가 아들·딸 특혜편입학 의혹에 아들의 병역의혹 그리고 외유성 출장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회 인사청문회에 '빨간불'이 켜졌다.

민형배 민주당 인사청문 TF단장은 1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과거 조 전 장관처럼 정호영 후보자를 압수수색해서 수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인이 정호영 후보자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한동훈 후보자의 검언유착 의혹을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던 수준으로 수사하는지, 측근이라 감싸고 덮어버리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살권수(=살아있는 권력 수사) 운운하던 검찰은 왜 즉각적 압수수색을 하지 않는가? 윤석열 절친이자 장관 후보면 진짜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똑같이 하라"고 촉구했다.

2019년 조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윤석열 당선인의 지휘 아래 검찰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를 피의자 소환 조사 없이 기소를 강행했다. 결국 조 전 장관은 취임 한 달여 만에 물러났고 정경심 전 교수는 구속됐다.

민주당 복지·교육위원 9명은 15일 경북대를 방문해 ‘현장 검증’에 나섰다. 민주당은 의혹과 관련한 각종 자료 제출과 논문 검증 등을 경북대에 요구했다.

오영환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을 통해 "정호영 후보자 아들 관련 특혜 의혹이 하루가 멀다하고 드러나고 있다." 며  "정 후보자는 의혹에 매우 떳떳하다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공정을 외쳤던 윤석열 당선인의 생각도 같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국 흑서' 공동저자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조국의 자녀 입시를 때려잡아 대통령이 된 분이 자녀입시 의혹이 있는 이를 장관으로 임명하다니, 도대체 인수위는 검증이란걸 한 것일까" 라고 반문했다.

민주당이 조국 전 장관 수사 때와 같은 잣대를 적용하라며 날을 세우자 국민의힘은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언론이 단편적으로 의혹 제기를 하고 있고, 그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청문회를 통해서 그 부분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정 후보자에 대해 윤 당선인이 지명을 철회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  "정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시간은 국회에서 이뤄질 때까지 일단 잘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정후보자 지인, 아들 구술평가 평가위원으로 참여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딸 정모 씨가 2017학년도 경북대 의대 편입 시험에서 구술평가 만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의 아들에 이어 딸까지 '아빠 찬스'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후보자의 자녀가 경북대 의대에 편입할 당시 정후보자는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을 역임했다.

16일 동아일보는 2017년 경북대 의대 부학장이었던 박태인 교수 등 3명의 평가위원이 정씨에게 구술평가 점수 20점(만점)을 줬다고 보도했다.

편입학 모집과정은 1단계 성적과 서류전형으로 선발한 뒤 2단계는 1단계 점수와 면접고사, 구술평가를 합해 평가순으로 선발한다.

편입시험의 최종 전형인 구술평가는 총 9명의 교수가 수험생과 면접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당시 경북대 의대 부학장이었던 박태인 교수 등 3명의 평가위원은 20점(만점)을 줬다. 다른 평가위원 5명은 17점, 나머지 1명은 19점을 각각 정씨에게 부여했다.

만점을 준 3명 중 박 교수는 정 후보자와 경북대 의대 동문이고 다른 2명의 교수도 정 후보자와 여러 논문을 함께 집필한 공저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논란이 커지자 즉각 자녀의 편입학 성적을 공개했다.

정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후보자 딸 정씨는 2017학년도 편입 당시 합격자 33명 중 27위로 합격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측은 14일 설명자료를 내고 "절차적·내용적 측면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과정을 거쳐 선발됐다"고 밝혔다.

◆ 정 후보자 아들, 경북대병원에서 병역4급 판정

정호영 후보자가 자녀들의 의대 편입에 이어 아들 병역 신체검사에도 '아빠찬스'를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 후보자 아들은 2010년 11월 신체검사 때 현역(2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2014년 1월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경북대병원을 찾았고 1년 10개월 만인 2015년 10월 경북대병원을 다시 방문해 추간판(디스크) 탈출 진단을 받았다.

정씨는 같은해 11월 대구·경북 지방병무청 신체검사에서 척추질환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으로 바뀌었다.

정 후보자 아들 정씨는 두 달 후인 2016년 1월 경북대병원에서 환자 이송 등 봉사활동으로 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대입 준비 및 학업 등으로 2013년 척추질환(척추협착) 진단을 받았다" 며  "2015년 11월 두 번째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척추질환 진단서를 가지고 신체검사장으로 갔다. 의사가 척추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찍고 4급 판정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 경북대병원장 재직 당시 미국으로 외유성 출장

16일에는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경북대병원장 재직 당시 미국으로 외유성 출장을 갔다는 의혹이 나왔다.

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은 16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을 통해 정 후보자가 병원장 재직 중 2018년, 2019년 두 차례 미국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의 출장 목적은 '북미주 경북의대 동창회 참석'으로 동창회 세부 일정에는 골프 토너먼트, 크루즈 투어, 연회, 댄스파티 등이 포함됐다.

인 의원은 '경북대 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 동창회' 홈페이지를 통해  정 후보자가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의 동영상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

정 후보자는 당시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미국 방문을 '공무상 국외 출장'으로 신고했다.

미국 출장경비는 2018년 약 400만원, 2019년에는 약 560만원 정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경북대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10개 국립병원 중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민주당 인재근 의원실에서 경북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임기간 중 업무추진비는  2017년 8월 이후 654만3870원, 2018년 1277만 3500원, 2019년 1269만 3500원 2020년 8월 이전 310만원이다.

2017년도와 2018년도 10개 국립병원 중 업무추진비 사용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유는 '유관기관 대외활동 관련 경비', '업무협의 및 간담회'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5일 경북대병원으로부터 받은 '국립대 병원 의료수익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북대병원은 정 후보자 재임기간 첫해인 2017년 147억2400만원의 적자를 낸 이후 2018년 124억 9200만원, 2019년 83억3000만원, 2020년 509억7900만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 교수단체 정교모 " 대의를 보고 자진사퇴해야"

전·현직 대학교수로 구성된 교수단체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전임 정권보다 한 차원 높은 도덕성을 갖고, 품격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국민 공동 과제인데 (정 후보자의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의 억울함이 있더라도 대의를 보고 한발 물러서서 명예로운 자진사퇴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