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배그' 선방한 덕분에 업계 1위 올라
카카오게임즈, 68% 증가하며 상승률 최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8대 게임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의 총합은 1조6611억원으로 전년의 2조3904억원 대비 30.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 부재로 매출이 부진하면서 영업이익도 줄어들었다. 개발자 인력을 모집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면서 8대 게임사의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져 고정지출 비용이 크게 늘었다.
8대 게임사 가운데 카카오게임즈와 위메이드를 제외한 6개사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7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보다 54.5% 이익이 감소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W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흥행을 거뒀지만 인건비와 마케팅비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업계 2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인건비는 인력 증가, 정기 인센티브, 특별 성과 보상을 늘려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올해는 효율적인 리소스 배분을 통해 광고비와 인건비 지출의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매출 1위인 넷마블은 151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44.5% 감소하며 업계 4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기존 게임의 매출 감소와 인원증가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PPA 상각비 반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넷마블은 연구개발에 5618억원을 투입해 업계에서 가장 높은 영업이익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보이는 강수를 두며 미래에 대비했다.
넷마블 측은 "개발 중인 자체 IP 13종 등 총 20종 신작이 출시되면 매출 증대와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컴투스는 52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53.9% 감소했다. 개발 인력 충원과 글로벌 마케팅을 위한 브랜드 홍보 비용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컴투스 관계자는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등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한 인력 투자로 인건비가 증가한 것이 주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펄어비스는 영업이익 430억원으로 전년보다 72.7% 급감해 업계 5위에서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모바일 매출의 하향화와 개발인력 확보로 인건비가 증가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훼손됐다. 영업이익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3.03으로 넷마블에 이어 업계에서 두번째로 높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639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보다 17.3% 이익이 감소했지만 엔씨소프트의 부진으로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크래프톤은 연구개발비 투자 전 영업이익이 1조48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또한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연구개발에 3652억원을 지출하며 업계 3위에 머무른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의 경우 영업이익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이 1을 넘지만 크래프톤은 0.57에 불과하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일회성 주식보상비용 발생, 신규 게임 출시에 대한 마케팅 비용 확대로 이익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 보유 주식 무상증여 비용 중 609억원은 회사 지출비용이 아니지만 회계상 비용으로 지난해 반영됐다”며 “이를 감안하면 2년 연속 7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블유게임즈는 190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2.0% 이익이 감소했다. 넷마블의 부진으로 업계 3위 자리에 올랐다. 인건비와 마케팅비, 유무형 자산 상각비 등이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이라는 것이 더블유게임즈 측의 설명이다.
게임업계가 지난해 부진한 수익을 보였음에도 카카오게임즈는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고 위메이드는 흑자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영업이익 11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68.2% 불어났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로 인해 지난해 업계 7위였던 영업이익이 5위로 뛰어올랐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연봉인상 반영, 연결 자회사 편입에 따른 인력 증가, ‘비욘드 게임’ 부문의 인원증가 등으로 인건비가 전년보다 63.9% 올랐지만 매출의 증가로 이를 커버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괄목할 성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 성과를 견인하며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97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위메이드는 ‘미르4’ 글로벌이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하면서 이익 구조를 개선했다. 위메이드도 인력 충원 및 일회성 비용으로 인건비가 140% 상승했다.
위메이드 측은 “미르4 글로벌 매출이 반영되면서 게임 부문 영업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해 영업이익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인건비 압력을 게임 업계 영업이익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영업비용 증가가 게임사들의 영업이익 실적이 악화된 공통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윤예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작년만큼 인건비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어서 영업이익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신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 비용 증가를 영업이익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게임 시장이 포화에 이르러서 국내를 타겟으로 하는 게임의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고 있다"며 "메타버스, 블록체인 게임사로 변모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