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생태계 영토 확장에 나선 게임사들, 승자는?

최근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국내 게임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P2E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그 첫 단계로 각 게임사가 독자적인 블록체인 플랫폼 마련에 나서면서 토큰 경제 생태계의 패권을 놓고 벌이는 왕좌의 게임이 시작됐다.

2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해 코인을 발행 및 유통시키고 있는 게임사는 총 5곳이다. 선두주자는 위메이드와 카카오게임즈다. 위메이드는 지난 2020년 10월 위믹스 코인을 빗썸에 상장한 이후 작년 1월 비키, 올해 3월 후오비와 크립토닷컴에 추가로 상장했다. 카카오게임즈 코인 보라의 경우에는 지난 2019년 1월 코인슈퍼에 처음 상장된 이후 업비트·빗썸·코인원에 추가로 상장됐으며 올 3월에는 게이트아이오·인도닥스에 상장됐다.

후발주자들도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코인 발행 및 상장에 나섰다. 네오위즈는 네오핀 코인을 지난 2월 MEXC와 프로비트 글로벌에 상장했고 올 3월에는 빗썸·코인원에도 상장했다. 컴투스도 같은 달 FTX·후오비 글로벌에 C2X 코인을 상장했다. 넷마블 또한 올 3월에 클레이스왑에서 MBX 토큰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들은 비록 늦게 출발했으나 경쟁력 있는 자사 IP를 플랫폼 위에 올려 선도업체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넷마블은 다양한 흥행 IP를 보유한 대형 게임 개발사인 만큼 고유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계획이다. 블록체인 플랫폼 MBX를 갖춘 넷마블은 최근 A3: 스틸얼라이브(글로벌) 블록체인 콘텐츠 업데이트 완료를 비롯해 향후 순차적으로 '몬스터 길들이기 아레나', '제 2의 나라 글로벌', '모두의 마블:메타월드' 등 유명 IP 기반 P2E 게임을 선보이면서 블록체인 생태계의 영토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넷마블은 올해 총 6종의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플랫폼 C2X를 갖춘 컴투스는 자사 인기 IP인 서머너즈 워 기반의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과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를 앞세우는 쌍두마차 체제로 블록체인 생태계를 향해 진격할 전망이다. '거상M 징비록'과 '낚시의 신'은 마차의 좌우를 보조한다. 컴투스홀딩스(게임빌)의 대표 IP '제노니아'를 활용한 '월드 오브 제노니아'는 후방을 맡을 예정이다.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는 2023년까지 이들 게임들을 비롯한 총 9종의 C2X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보라 플랫폼을 갖춘 이후 지난해 구글 매출 1위를 장기간 수성 중이던 리니지M과 리니지2M 형제를 무릎 꿇리며 파란을 일으켰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블록체인 게임으로 부활시켜 시장을 평정할 계획이다. 여기에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IP 기반의 '아키월드'도 오는 7월에 보라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오딘을 지원사격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토큰 이코노미를 접목한 7~10종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블록체인 플랫폼 네오핀을 갖춘 게임사 네오위즈는 '크립토 골프 임팩트', '아바', '브레이브나인'을 출시할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노리고 각기 다른 4갈래 길로 진격해 들어오는 경쟁 게임사들에 맞서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타 게임사에 비해 일찍 블록체인 플랫폼을 갖춘 후 선보였던 '미르4 글로벌'이 작년 11월 기준 동시접속자 140만명을 돌파하는 등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선점했지만 인기 IP가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플랫폼이 없는 게임사들과 MOU 체결에 나섰다. 위믹스 플랫폼을 함께 공유하는 동맹의 숫자를 대폭 늘려 생태계 확장에 나선 것이다. 또한 캐주얼 게임 라인업을 강화하고 소셜 카지노 장르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게임사 선데이토즈를 인수하는 등 몸집도 불렸다. 위메이드는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100개의 게임을 위믹스 플랫폼에 올릴 계획이다.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올해 2분기에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위메이드는 '열혈강호', '이카루스 온라인' 등 신작 블록체인 기반 게임 20여종을 상반기 중에 위믹스 플랫폼에 온보딩한다. 카카오게임즈는 2분기부터 전략 RPG, IP 기반 MMORPG, 리듬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P2E 게임을 선보인다. 넷마블은 '제2의나라: 크로스월드',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 등 MBX 생태계를 공유하는 인기 IP 기반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다. 컴투스도 이에 질세라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거상M 징비록' 등 C2X 게임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26일 오전 10시 17분 현재 넷마블 MBX 코인의 가격은 상장 당일(17일) 종가 2만4072원에 비해 202% 오른 7만2594원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MBX에 온보딩되는 게임 수가 늘어나는 만큼 유저들이 모여들고 생태계가 성장하는 등 호재가 예상된다. 하지만 게임 코인 투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MBX의 경우 초반 분배 물량이 이벤트나 에어드랍 물량 위주라 공급보다 수요 물량이 높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게임이 본격적으로 온보딩되기 시작하면 분배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코인데스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코인 투자자는 공시 정보가 없기 때문에 백서에 기재된 분배 계획을 보면서 수급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며 "코인을 발행하는 게임사가 상장사일 경우에는 공시를 살펴 생태계 모델을 빈틈없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