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北, 신형 ICBM 발사 배경… 미국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것"

북, "북미 대화 진전 없어, 조건부 모라토리엄 철회"

2 가지 메시지… 남과 미국에게 보여주는 것

북한이 24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ICBM 발사는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2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등을 통과시킬 여력이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그는 우리 외교부장관과 미국 국무부장관의 전화 통화에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엄정 대처하자, 유엔 안보리고 가야한다는 얘기를 했다는데 "안보리로 가더라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북한이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전쟁이 장기화되고 이에 따라 미국이 복잡한 상황에 대처하기 쉽지 않은 시기에 미사일 발사를 통해 미국을 대화의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신형 ICBM 발사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분석이다.

정 전 장관은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에도 아주 뼈아픈 메시지가 나가는 것이라며 '(북한의) 버르장머리를 고친다'고 한 후보시절 발언대로 했다가는 이명박, 박근혜 시절보다 훨씬 더 엄혹한 남북 관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때만 해도 북한의 핵 능력이나 미사일 능력이 지금 같지 않았다"며 "지금 엄청나게 커진 상황을 잘 관리해야지 선제타격이니, 버르장머리니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앞으도로 여러번 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면서 "미국 바이든 대통령 취임 1년 동안을 지켜보면서 대화로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래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유예했던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것은 미북 대화가 계속되는 동안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었던 것"이라며 "2018년 4월 모라토리엄 선언을 할 때는 한국 정부의 주선으로 북미 정상회담까지 예정 돼 있었다. 그리고 당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이 끝나고 난 뒤에도 계속 김정은의 편지를 받고 있다며 '김정은이 나하고 한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식의 칭찬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1년을 기다려도 그야말로 오바마 시대와 똑같은 전략적 인내 쪽으로 가는 기미를 보이니까 결국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것이라며 다가오는 4월 15일 김일성 110주년 생일 행사도 대대적으로 벌일 것으로 예측했다.

정 전 장관은 올해 들어 열번 미사일 발사를 했는데, 그 목적이 하나는 남한의 차기 정부에 대해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와 미국에게 대화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항상 선미후남(先美後南)"이라며 "미국과 먼저 판을 짜고 남쪽은 미국이 시키는대로 하는 나라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역시 상황이 복잡해지면 우리 몰래 북한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며 "그런 선례가 여러 번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때 가서 뒤통수 맞지 말고 새 정부는 선제타격이니 버르장머리니 하는 것을 버리고 북한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5200만 국민들이 전쟁 공포 없이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인수위 구성원에 북한과 직접 상대했던 경험있는 사람이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며칠 전 북한이 쏜 방사포에 대해 윤 당선인이 9.19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합의서에 따르면 위반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서욱 장관은 9.19 군사분야 합의서를 머릿 속에 다 넣고 있으니까,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그건 위반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걸 또 북한 감싸기라고 비난하대요?"라며 "국회의원들도 헌법만 읽어보지 말고 남북 합의서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개수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모라토리엄을 깼기 때문에 북한이 북미 대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 놓고 미사일을 쏘아 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따라서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다가올 한미 연합훈련을 조율해서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저항 차원에서 윤석열 정부 초기에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더 세게 하지 않도록 조건을 만들어 주고 나가는 것이 신구 정권 간에 협력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시절 정책을 모두 뒤집는다는 자세로 가면 큰일 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남북관계나 안보 문제는 문재인 정부 정책을 모두 뒤집겠다는 방향으로 갔다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더 엄혹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며 "지금부터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