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총재는 이날 비대면으로 진행된 ‘출입기자단과의 송별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마지막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총재는 “코로나 때문에 그간 여러분들과 직접 마주할 기회를 자주 갖지 못했던지라 퇴임인사도 드릴 겸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다”며 “오늘도 코로나로 인해 모두 대면으로 뵙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참으로 아쉽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43년간 국가경제를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면서 “지난 8년을 뒤돌아보니 역시 참으로 다사다난했다”고 말을 이었다.
이 총재는 “취임 보름 만에 세월호 참사를 겪었으며,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 미·중 무역갈등에다 일본 수출규제, 그리고 코로나 위기에 이어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그야말로 격변의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기간 동안 제가 주재한 금통위 회의를 세어보니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만 총 76회”라면서 “통화정책이라는 것이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높은 불확실성 하에서,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사건들이 빈발하다 보니 적시에 정책을 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불확실성에 따른 정책수행의 어려움은 앞으로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임기를 마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도 제가 갖고 있는 고민이랄까 생각하는 바를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면서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리인상이라는 것이 경제주체들에게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인기없는 정책이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함은 과거 정책운용의 경험으로부터 우리가 얻은 교훈”이라고 조언했다.
이 총재는 “아울러 세계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됐다”며 “한국은행 총재로서 BIS 이사직 수임도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와 한국은행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날로 확대되고 있는 중앙은행을 향한 국민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계속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헤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며 이를 뒤로 한 채 떠나게 되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면서 “후임 총재와 한국은행 임직원들이 이러한 어려운 경제상황에 슬기롭게 대응해 나가리라 믿는다”며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