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입으로는 소통 행동은 불통(?)… 용산 이전 반대 목소리 높아

靑 "촉박한 시일 용산 이전 무리"… 안보 공백 우려

尹 "협조 거부하면 통의동에서 집무 시작"… 5월 10일 청와대 완전개방

이재오, 윤희숙 등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시간 갖고 결정하라 조언

하승수 변호사, '국방부 강제퇴거, 예비비 사용'… "법적근거 논란"

광화문시대에서 갑작스럽게 용산으로… 졸속이전 논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을 밝히자 청와대에서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이어 "문 대통령도 과거 대선 때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한 바 있어서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뜻에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그러나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국방부, 합참, 청와대 모두 보다 준비된 가운데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며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당선인 측은 집무실 이전에 소요되는 496억 여원의 예비비가 22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으나, 청와대는 "예비비의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언제든지 협의가 잘 되면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처리할 수 있다. 그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협상 여지를 남겼다.

청와대의 이런 입장에 대해 윤 당선인 측 김은혜 대변인은 21일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5월10일 0시부로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거듭 청와대 집무실 사용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천명했다.

김 대변인은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며 청와대와 발언에 즉각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 당선인 측이 용산 이전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청와대가 제동을 걸면서 당장 5월 10일 용산 집무실 이전 계획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 시간 갖고 결정하라 조언

그러나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제왕적 대통령이 누렸던 경호나 보안을 그대로 하려고 하니까 광화문이 재앙이 되는 것이지,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고 평범한 서민적 대통령으로 돌아가면 그렇게 야단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며 "조선총독부 건물(청와대)에서 나와서 일본군 사령부 건물(용산)로 가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며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같은 당 윤희숙 전 의원은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국민의 일상을 망가뜨리며 굳이 그속을 파고들 필요가 무엇인가"라며 윤 당선인의 청와대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해 원래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윤 전 의원은 "이미 청와대는 어떤 의미에서 혐오시설이다. 대통령이 출퇴근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교통통제로 서울시민의 원한을 살 것이고, 근처는 시위와 소음으로 시달린다"며 "청와대를 돌려준다면서 또 다른 청와대를 지정해 불편을 주고, 철통 경호와 고립이 변함없다면 '왜 나왔음?'이란 질문이 따라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하승수, '국방부 강제퇴거 사건', 그 총체적 난맥상

하승수 변호사는 21일 뉴스타파에 "'국방부 강제퇴거 사건', 그 총체적 난맥상"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은 직권남용

하 변호사는 우선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국방부 건물을 비우고 대통령 집무실이 그곳에 들어가려면 국방부 강제퇴거가 우선되고, 그다음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가는 게 순서일 수밖에 없는데, 현직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당선인이나 인수위원회가 그렇게 할 권한이 있는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우선 "국방부에 대한 강제퇴거 결정은 '대통령직 인수'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국군통수권이 있고 행정부를 총괄하는 현직 대통령이나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권한 범위 역시 벗어난 것"이라며 "인수위는 그야말로 현황 파악과 준비 업무에 한정되는 것으로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은 권한 범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민간인 신분인 인수위원들에게는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고, 국방부 강제퇴거 조치 등이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 하 변호사의 주장이다.

△ 예비비를 쓸 수 있나?

하 변호사는 윤 당선인 측이 국방부 강제퇴거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드른 비용이 496억 원이고, 정부에 예비비를 신청하겠다고 했는데, 인수위는 예비비를 신청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비비에 관한 국가재정법에 신청 주체가 '중앙관서의 장'으로 돼 있는데, 인수위는 중앙관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수위법에 인수위 예산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이 조항에 의한 예산은 '당선인 예우경비'와 '인수위원회 운영경비'로 제한되어 있고, 따라서 국방부 강제퇴거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관한 경비는 아예 이 조항에 따른 협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하 변호사의 설명이다.

하 변호사는 지난 18대 인수위(박근혜 당선인)의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비비 21억 9,400여만 원을 배정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결국, 관련 부처가 기획재정부에 예비비 사용을 신청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밖에 없다. 관련 부처가 계획에도 없는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해야 한다. 인수위원회가 이렇게 일을 만들었다면, 이것 역시 직권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기재부는 예비비 신청이 들어오면, 심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심사를 해야 하는 기획재정부 관료들이 비공식적으로 소요 예산을 계산해줬다는 것이 윤석열 당선인 측의 설명이라며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 변호사는 "신청서가 들어오면, 심사를 해야 하는 주체가 신청서류를 작성해줬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재부 공무원들 역시 국가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국무회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은?

그는 마지막으로 용산 이전 문제의 절차상 하자와 법적인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앞으로의 일은 국무회의 심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 안보에 관한 우려, 절차상의 하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이나 예비비 사용을 승인하지 않으면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원회가 한 일들은 불법이 된다"며 "직권남용죄도 성립되고, 국가재정법상의 절차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경우 절차상 하자는 있었지만, 일단 상황은 정리되는 셈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럴 경우, 법형식적으로는 국방부 강제퇴거 결정이나 예비비 사용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이 한 셈이 되고, 법적으로는 당선인이나 인수위원회가 아무런 권한이 없기 때문에, 권한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정도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 하 변호사의 지적이다.

하 변호사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놓고,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하고 대통령이 승인해 달라고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일까? 시작부터 무리수와 권한남용을 하는 윤석열 정권의 앞날이 무척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 졸속 추진 배경은(?)

윤 당선인 측은 후보 시절부터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개방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광화문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당선이 확정된 후 10일만인 지난 20일 윤 당선인이 직접 브리핑을 통해 갑작스럽게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다고 결정했다.

이런 배경에 대해 다양한 추측성 보도가 나온 가운데 지난 17일 미디어오늘에서는 용산 국방부로의 이전이 국방부 출입기자의 아이디어라는 지라시가 SNS에 확산돼 언론계 주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윤 당선자의 측근인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지난 11일 국방부 출입 현직 기자와 만나 '집무실을 옮겨야 하는데 어디가 좋겠느냐'고 물었고, A기자가 '용산 국방부로 들어가면 어떻겠느냐'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김 전 본부장이 이에 '굿 아이디어'라고 답했고, A기자에게 먼저 '기사로 분위기를 잡아주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했다고 지라시는 밝히고 있다.

이후 국민의힘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 관계자 발로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부지로 이전할 것을 유력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이 외에 윤 당선인의 용산 이전과 관련해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멘토'란 의혹에 휩싸였던 천공스승의 2018년 용산 관련 발언을 다룬 기사들이 보도된 지 몇 시간만에 연이어 삭제되는 일도 벌어졌다.

뉴시스는 21일 오전 <"용산이 힘을 쓰려면 용이 여의주 들고와야"... '천공스승' 3년전 강의 SNS 달궈>라는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는 포털 사이트에서 '좋아요'가 1만개, 댓글이 3000개가 넘는 등 큰 화제가 됐으나, 당일 몇 시간 뒤 삭제됐다.

뉴시스의 단독 보도 이후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몇 개 더 올라왔으나, 이후 관련 기사는 모두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삭제된 기사는 국민일보 <"용산이 힘 쓰려면 용이 와야"…3년전 천공스승의 강의>, 아이뉴스24 <"용산 힘쓰려면 용이 여의주 들고 와야"…'천공스승' 강의 재조명>, MBN <"용산 활용 방안? 용이 여의주 들고 와야" 천공스승 옛날 강의 화제>, 한국일보 <"용산 힘쓰려면 용이 여의주 들고 와야" 3년 전 천공스승 강의 화제>, 세계일보 <"용산 힘쓰려면 용이 여의주 들고 와야"…'천공스승' 3년 전 발언, 재조명 된 이유>, 이데일리 < 천공스승 "용산기지 중요, 용이 여의주 들고 와야…" 과거 강의 '확산'> 등이라고 오마이뉴스가 21일 보도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기사 삭제 경위에 대해 한국일보 관계자는 "기사의 내용이 부실하다고 판단해서 자체적으로 기사를 내렸다"라며 '무속 문제' 등에 관해서는 평소에도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외부에서의 항의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없었다"라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21일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이전 문제 논의를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직접 주재했다고 밝혔다.

기재부와 행안부 장관, 합참의장 등 관계부처의 보고를 받은 뒤, 문 대통령의 입장이 "수용 불가"로 최종 정리된 것으로 보도됐다.

JTBC는 21일 청와대 출신 한 여당 의원과의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문 대통령이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청와대 이전은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화를 많이 냈다는 전언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집무실 이전으로 인한 국방부와 합참,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연쇄 이동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수용 불가 입장의 핵심 이유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4월 15일 태양절이 다가오면서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고, 북한이 올해 들어서만 열 번째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고 또 4월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된 상황 등을 고려해보면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방부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현실적인 진단이다.

■ 김종대, "안보위기 상황… 5월 10일부터 계획적 이사가 바람직"

안보 전문가인 김종대 전 의원은 22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 정부 출범에 따라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최근까지 북한의 행태을 보면 모든 미사일을 다 쏘고 있다. 심지어 대구경 장사포까지 쏘고 있고 우리가 지금 대규모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 상황이 매위 취약하고, 경제도 불안한 상황인데 북한의 도발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을 보면 청와대 입장에서는 안보 상황에 대한 위기관기가 정권교체기에 원만하게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겠는가하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청와대 입장에서는 "윤 당선자의 용산 이전이 자칫 국방부 이동 중에 여러 가지 안보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시기를 조정해서라도 일단은 인수인계를 원할하게 하는 게 우선이지, 대통령이 용산에 그 날짜에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이라고 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5월 9일 12시까지 국군통수권자는 현 대통령이라며 그때까지 국방부는 국군통수권자의 지시를 받아야 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국방부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고 지하벙커는 국방부가 쓰는지 당선자가 쓰는지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을 만들지 말고 지금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 그때 가서 체계적으로 계획을 잡고 이사를 하라"고 김 전 의원은 충고했다.

그는 "국방부, 합참, 또 그 밑에 사령부, 직할기관, 또 국방부로 들어오기로 돼 있는 국방 홍보원, 근무지원단 등이 장소 재배정하고, 이전 부지 결정하고 하다보면 연쇄적으로 1만 명 정도가 이동하게 된다면 예상치 못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청와대 경호처 700명이 위기관리센터가 들어오니까, 들어오면 손님맞이하고 내보내는 사람 이사시켜야 되고, 이게 한 3년, 5년 집권 기간에 이 문제와 비용과 시간이 아마 소요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진행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 윤호중 "청와대 용산 이전… 민생엔 백해무익, 국가안보엔 재앙"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국민은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고통스러운데,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분은 새 집 꾸밀 궁리만 하고 있으니, 정말 참담하다"며 "이러니까 미국에서는 한국에 'K-트럼프가 나셨다'는 말이 떠돌고 항간에는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에 빠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윤 위원장은 "청와대 용산 이전은 민생엔 백해무익하고, 국가안보엔 재앙과도 같은 선택"이라며 "우선, 윤 당선인의 호언장담과 달리, 청와대의 용산 이전 과정에서 막대한 안보 공백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일선 부대를 하나 옮기는 데에도 수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는데 국방의 심장을 단 두 달 만에 옮기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