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8년’ 떠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그에 대한 평가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14년 4월부터 시작된 8년의 임기를 마치고 이달 31일 한은을 떠난다. 그는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로 연임한 첫 한은 총재이며 정권이 바뀐 이후 처음 연임된 한은 총재다.

긴축적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매파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우선하는 비둘기파도 아닌 중도파로 평가됐던 이 총재는 재임 8년 동안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취임 당시 2.50%였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0%까지 인하했다가 1.25%로 올린 상황에서 퇴임을 맞게 됐다.

2014년 4월 1일 취임 당시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한국경제는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저성장·저물가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총재는 취임 4개월만인 2014년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와 2016년 6월 브렉시트를 거치는 동안 1.25%까지 인하하며 경기회복을 지원했다.

이 총재는 2017년 들어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자 11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했고 이듬해 11월에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성장세가 견실한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이 확대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2019년 들어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규제 등의 악재가 이어지자 이 총재는 기준금리 방향을 다시 인하 쪽으로 틀었다. 2019년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경기회복 지원에 나섰지만 그 해 경제성장률은 2.2%로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들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이 총재는 3월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며 ‘빅컷’을 단행한데 이어 5월 28일 추가 인하를 통해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췄다. 그럼에도 2020년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에 마이너스(-0.9%)를 기록했다.

2021년 접어들면서 국내 경제는 팬데믹 속에서도 수출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반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부작용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금융불균형이 심화됐다.

이 총재는 2021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섰고 11월과 올해 1월에는 추가 인상을 단행하며 1.25%까지 끌어올렸다. 블룸버그 출신의 유명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페섹은 지난해 11월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 연준이 말만 하고 있을 때 한은은 행동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총재가 8년 동안 보여준 통화정책은 대체로 무난했다는게 학계와 언론계의 평가다. 한은 내부에서는 ‘외유내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재임 8년 동안 경제상황이 어려울 때는 기준금리를 과감하게 인하했고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판단이 서면 금리인상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총재는 “정책의 출발은 소통”이라고 강조하며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공을 들이기도 했다. 통화정책이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일관성·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게 평소 그의 지론이었다.

금통위의 권위 회복도 임기 중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2014년 10월 금통위부터 소수의견 존재 여부를 당일 공개했고 2016년 2월부터는 소수의견 표명 위원의 실명을 밝혔다. 의결문 기술 방식에서도 경제상황이 전망경로에 부합하는 지를 명시하고 향후 통화정책 기준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으로 기술하기 시작했다.

여러 공적에도 불구하고 아쉽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2020년 코로나19 위기가 커진 직후, 많은 전문가들은 한은이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처럼 영리기업 여신을 해 주는 등 적극성을 띄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 총재는 한은법은 연준법과 다르기 때문에 미 연준처럼 움직일 수 없다고 했지만 한은법과 연준법은 동일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기 부양을 위한 제로금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도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시중에 풀린 자금이 부동산,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역대 최고로 가계부채를 급증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총재는 내부 경영면에서도 박한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지난해 12월 3~10일 직원 7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노조의 65.7%가 이 총재의 내부 경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33.3%가 매우 미흡, 32.4%는 미흡이라고 응답했다. 25.9%는 보통, 7.0%는 우수, 1.5%는 매우 우수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4일 열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정책이라고 하는 게  무딘 칼이라든가 또 누구는 항공모함에 비유하기도 한다”며 “항공모함을 운항하듯이, 통화정책은 늘, 적어도 1년 후의 경제상황을 보고 결정하고 운영해야 한다. 그래서 앞을 내다보고 미리 움직여야 되고,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된다는 어려움이 태생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상이나 인하나 그 결과와 관계없이 매번 통화정책의 결정은 그런 제약요인, 거기에 따른 기대효과, 부작용이 다 수반되기 때문에 어느 하나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좀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