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실용주의 균형외교', 힘의 논리 이길까

'스몰딜' 비핵화 주장..." 종전선언은 비핵화협상 '입구'"
'스몰딜'의 전제인 北 '중요한 비핵화 조치'는 무엇인가
이재명의 균형외교, 미중 패권경쟁 속 해법이 될 것인가
정경분리 '투트랙' , 경색된 한일관계 해법이 될 것인가
우경화 된 日? 1965년 협정 뒤로 한 채 다시 사죄할 것인가

이 후보의 실용주의 외교는 "전쟁은 이기더라도 공멸, 평화가 곧 경제고 밥"이라는 그의 말로 요약된다. 이 후보는 가장 큰 외교적 도전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일본과의 관계설정'을 지목했다. 해법으로는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제재가 즉각 복원되는 '스냅백'을 전제로 한 '단계적 동시행동(스몰딜)'▲미국이나 중국 중 한 쪽을 선택하지 않는 균형외교 ▲한일관계를 일본의 사과가 필요한 '과거 문제'와 경제·사회 교류 등 '미래 문제'를 분리해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 등 을 제시했다.

'스몰딜' 비핵화 주장..." 종전선언은 비핵화협상 '입구'"

이 후보는 북핵 문제의 해법으로 조건부 제재 완화와 단계적 동시행동이 북·미 양국에 실용적이라며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의 출구가 아닌 '입구'"라고 주장해왔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23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총을 겨누고 있는데 '네가 먼저 내리면 내가 내려줄게'하는 일괄타결방식(빅딜)은 불가능하다"며 '빅딜'을 하노이회담의 실패원인으로 꼽았다. 이 후보는 "미국 입장에선 단계적 동시행동으로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다. 북한 입장에선 (단계적 행동으로) 영변 핵 처리장을 폭파한 상태라면, 복구할 방법이 없어서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체제안정'이며 북핵 개발은 '체제보장'을 위한 수단이라는 전제에 기반한 주장이다.

그러나 북핵 개발의 이유가 '방어용'인지 '공세용'인지는 학계는 물론 외교계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의 저서 '북핵 30년의 허상과 진실'에 따르면, 북핵 개발의 역사는 1955년 최초의 핵 연구시설인 '핵물리연구실' 설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1961년 쿠바미사일 사태 이후인 1962년 영변 원자력연구소를, 1964년 2월 영변 원자력 연구단지를 설립하고, 1965년 IRT-2000 연구용 원자로를 가동했다. 일제의 중공업 시설, 광물·수력자원, 사회주의 맹주국인 구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던 북한은 신흥공업국으로서 남한보다 높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를 과시하곤 했다. 북한의 핵개발을 현재의 관점에서 단순히 방어용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운 이유다. 

'스몰딜'의 전제인 북한의 '중요한 비핵화 조치'는 무엇인가

이 후보가 스몰딜의 전제로 제시한 북한의 '중요한 비핵화 조치'가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북핵협상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북 인도주의 지원을 강조했을 뿐이다.

이 후보는 "남북철도 연결, 문화 교류, 인도적 지원, 물물교환, 공동방역 등은 제재 대상도 아니다. (제재 대상이 아닌) 문제부터 조금씩 풀어서 신뢰를 회복하고 신뢰가 쌓이면 우리가 북미협상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이 이미 합의했지만 제재 대상으로 묶여 있는 개성공단,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 등의 이행을 위해 유엔에 포괄적·상시적 제재 면제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성주 기지를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기지의 열악한 상황을 보고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해졌다. 사드가 배치된 지 약 4년이 지났지만 한미 장병 400여 명은 여전히 막사 없이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이 사드기지 진입로를 막아 포대운용을 위한 연료를 비롯한 필수 물자를 헬기로 공중수송하는 형편이다.

사드기지 내 생활여건 개선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이던 지난 2017년 3월 6일 중국 관영매체 CCTV 인터뷰에서 "사드로는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없고 역내 군사적 긴장감만 높일 뿐"이라며 "대통령이 되면 사드배치를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주한미군은) 북한(의 위협)을 방어하기 위한 미군이 아니"라 "자기네(미국) 세계전략 때문에 (한국에) 와 있다"며 "(한국이 미군 주둔으로) 방위에 이익을 조금 보는 건 있지만, 자기들(미군) 이익을 위해서 엄청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주둔비를 우리가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도 밝힌 바 있다.

이재명의 균형외교, 미중 패권경쟁 속 해법이 될 것인가

점점 격화하는 미중경쟁 속 압박을 '미중 균형외교'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지만, 현실적인 극복방안은 모호해 보인다.

이 후보는 "미국은 유일한 동맹이고 중국은 전략적 협력관계에 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힐 이유가 없다"며 한미동맹은 안보문제를 넘어 '포괄적인 글로벌 동반자 관계'이고 한중관계는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고 규정했다. 이 후보는 "공공연한 적대관계는 한국의 국익은 물론 한미동맹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 국제보건과 기후대응, 글로벌공급망 불안 대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중과 동시에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분리 '투트랙' 전략, 경색된 한일관계 해법이 될 것인가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문제로 경색된 한일관계를 '투트랙 전략'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도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는 "일본과의 역사 문제, 영토주권 문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에는 단호히 대처하되 경제, 사회, 외교적 교류·협력은 적극 추진하는 투트랙 전략을 견지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정치와 경제는 오히려 결합된 양상으로 나타났다. ▲2016년 사드 배치 결정과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2018년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판결과 첨단소재인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북핵 개발에 따른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적 갈등은 종종 경제제재와 경제보복을 촉발했다.

우경화 된 日? 1965년 청구권협정을 뒤로 한 채 다시 사죄할 것인가

이 후보는 "지금의 일본은 과거 오부치 선언이 나올 때의 일본이 아니다. 한참 우경화됐다"고 선을 그으며 '지금의 일본'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진지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대법원판결, 그리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해석에 대한 공방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해당 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등에 대한 문제가 포괄적으로 해결됐다’며 해당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에 이 후보는 "한국은 입법, 사법, 행정이 헌법상 명확히 분리돼 있어 행정이 사법에 절대 관여할 수 없으므로 판결을 집행하지 말자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며 "진지하게 사과하면 마지막 남은 배상 문제는 현실적인 방안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과로 꼽히는 '고노 담화(1993년), '무라야마 담화(1995년)', '고이즈미 담화(2005년)' 등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금의 일본'으로부터 다시금 진지한 사과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노 담화의 주역인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조차도 지난 2018년 1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양국 및 국민들 간의 재산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 청구권 협정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며, 일본 기업에 부당한 불이익을 안겨줄 뿐 아니라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해 온 우호 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간부터 뒤엎는 것으로 지극히 유감이다. 이번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일본 전후세대의 인식도 '진정한 사과'를 원하는 이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6∼7월 일본여론조사회의 조사에서 일본인 응답자의 49%가 '가해 행위와 반성에 대한 언급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과거 세대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왜 현세대가 물어야 하냐는 것이다.

'힘의 논리'가 결정하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이 후보의 '국익 중심 실용주의 외교'가 그린 장밋빛 청사진은 매우 이상주의적으로 보인다. 북핵 고도화와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실용주의의 이상, 그리고 힘의 현실이 달리는 평행선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