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李-尹, 공약 핵심은 공급 확대... 실현 가능성은?

李·尹 부동산 공약 핵심은 '주택공급 확대'... 李, 311만·尹, 250만 공급 주장

李 '30% 청년 우선배정제' vs 尹 '생애 첫 주택구입자 LTV 80%까지'

주택 공급 부양책 평가 엇갈려... 공약 실현 가능성은 60~70% 밖에

한문도 교수 "대통령 임기 내 공약 실현성 60~70% 선... 두 후보 모두 해당"

한국은 주거권 취약국이지만 이미 법에는 주거권이 명시돼 있다. 2015년 제정된 주거기본법 제2조에는 '국민은 관계 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리적·사회적 위험에서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된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주거권)를 갖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 법의 제정은 그동안 헌법과 세계인권선언 등에 추상적으로 규정됐던 '주거권'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지만, 여전히 집값 폭등,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거 사각지대가 확대되는 등 국민의 주거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3·9 대선의 가장 큰 화두는 부동산 정책이 되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시간이 지날수록 비슷해지고 있다. 이번 대선의 결정권을 쥔 중도층을 향한 경쟁적인 구애가 낳은 결과이다.

그러나 두 후보 정책을 분석해보면 세부적인 사항은 상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9일 본투표에 앞서 두 후보의 부동산 문제 해법이 어떻게 다른지, 그 실현 가능성은 어떤지 점검해본다.

◆ 주택공급 확대... 李 '311만 상향' vs 尹 '250만'

두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공약의 핵심은 '주택공급 확대'다. 다양한 분양 방식을 통해 가격을 최대한 낮춰 실수요자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 또한 공통점이다. 다만 물량에서는 차이점이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월 23일 수도권 공약발표에서 주택공급 목표량을 311만호로 늘렸다. 이는 지난해 8월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발표한 250만호보다 61만호 늘어난 수치이다. 현 정부의 공급 계획 물량 206만호에 105만호를 추가 공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중 140만호(임대 80만호, 분양 60만호)는 '기본주택' 형태로 공급할 계획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107만호, 경기·인천 151만호를 비롯해 수도권에서만 258만호를 공급한다. 기존 정부 공급 계획에서 추가한 105만호는 서울 48만호, 경기·인천 28만호, 비수도권 29만호이다.

이 후보는 "싸고 좋은 집이 부족한 것 아니겠느냐. 저는 시장을 존중하는 시장주의자"라며 "전국에 총 311만호, 서울에 107만호를 빠르게 공급하겠다. 제가 그냥 말만 하는 거 아니냐고 할까봐 위치도 콕 집어놨다"고 말했다.

서울 48만호 공급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공택지 개발 28만호(김포공항 인근 8만호, 용산공원 부지 10만호, 태릉·홍릉·창동 국공유지 2만호, 1호선 지하화 8만호),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10만호, 노후 영구임대단지 재건축 10만호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기본주택은 기본소득·기본금융과 함께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3대 기본 시리즈' 중 하나다. 기존 임대주택은 소득·자산·연령 등 자격 요건을 갖춰야 입주할 수 있었지만 기본주택은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살 수 있다. 이는 30년 이상 임대할 수 있는 '장기임대형'과 '건물분양형' '이익공유형' 등 분양형 모델로 세분화했다.

분양형 모델이란 토지 소유권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개념의 새로운 주거 형태다. 입주자는 건물의 분양가격만 지급하고 토지에 대해선 임대료를 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 또 토지가 국가의 소유이므로 시세차익으로 인한 투기를 막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이에 더해 4종 주거지역을 신설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허용하고 층수 제한도 과감하게 풀겠다는 입장이다.

반값아파트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공공택지 공급가격 기준을 다시 조성원가로 바꾸고 분양가 상한제 도입, 분양원가 공개 제도 등을 통해 인근 시세의 절반 정도로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윤 후보의 공급 목표 규모는 전국 250만 가구다. 공공주택으로 하는 50만호를 제외한 200만호는 민간에 맡긴다. 이 후보가 정부 주도의 공공주택 확대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윤 후보는 상대적으로 민간 주도의 주택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윤 후보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 "이념이 아닌 시장에, 몽상이 아닌 현실에 입각해야 한다"며 "임기 5년 동안 수도권 130만호를 비롯해, 전국 250만호를 신규 공급하겠다. 합리적 세제개편과 규제완화를 통해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공공주택 50만호 가운데 30만호는 청년 가구를 대상으로 한 '청년 원가주택'을 공급한다. 나머지 20만호는 역세권에 살고 싶어 하는 무주택 가구를 위한 '역세권 첫 집 주택'으로 공급한다. 또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묶여 있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풀어 공급 물량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다.

이 후보의 기본주택이 '토지임대부' 형태라면 윤 후보의 '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은 국가와 개인이 주택 지분을 공유한 후 시세 차익을 나누는 '지분공유형'에 가깝다. 원가주택은 무주택 청년 가구가 시세보다 낮은 원가로 주택을 분양받고 5년 이상 거주한 뒤 국가에 매각해 차익의 70%까지 보장하는 개념이다.

특히 두 후보 모두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이야기하며 정비사업 활성화를 내세웠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든 신도시 특별법이 제정되면 재건축과 리모델링 관련 규제는 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1기 신도시 가운데 지역 기준으로 노후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평촌신도시다. 기존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 용적률을 약 180~220%로 봤을 때 500%로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면 산술적으로 가구 수는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평촌신도시 약 4만1천800호는 최대 8만호까지 늘어나게 되는데, 인구밀도가 기존 329에서 600이상으로 대폭 상승하게 된다. 똑같은 면적의 땅에 층고만 올라가게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용적률이 늘어나 가구 수가 2배 가량 증가하면 교통이나 상하수도, 학교, 병원 등 기반시설 부족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난 1991년 입주가 시작된 1기 신도시는 이미 30년을 경과하면서 주택과 기반시설이 노후화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李 '30% 청년 우선배정제' vs 尹 '생애 첫 주택구입자 LTV 80%까지'

두 후보는 주택공급 방식에 있어서도 디테일에 차이를 보인다. 이 후보는 실수요 부동산에 대해선 금융지원을 강화하지만 다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이나 부동산 투자를 위한 대출 등에는 강한 규제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는 거듭 부동산 투기 근절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고위공직자가 집 두채 갖고 집값 내리겠다고 하면 누가 믿나"라며 "이런 고위공직자의 내로남불을 못하게 해야 정부 정책을 신뢰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주택자는 고위공직자로 임명·승진 안시키겠다"며 "일정 직급 이상 고위공직자는 부동산도 백지신탁해서 투기를 못하게 확실히 막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청년층을 겨냥한 청약시 청년 우선배정 제도 도입을 공약했다. 공공분양이든 민간분양이든 총 공급량의 30%를 20~30대 청약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물량은 지금처럼 특별공급과 일반공급으로 나눈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출 규제도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한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최대 90%까지 풀어주자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2030세대에게 청약기회가 몰리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청년이 주택 구입으로 고통을 받는 건 기성세대 탓이라 우선권이나 인센티브를 과감히 주자고 했지만, 청년들에 기성세대 대비 특혜를 왜 줘야 하냐는 반론이 있어 고민을 했다"며 "그래서 계산을 해보니 30%는 만 39세까지 청년을 우선배정 하고, 무주택자 추첨에서 청년이 되는 게 12% 정도로 나오고, 가점제에서도 청년이 배제되진 않아서 8% 정도라 실질적으로 50%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선배정을 50%로 하면 청약저축통장을 들고 수십년 대기한 사람들은 억울할 수 있어 30%로 정했다"고 했다.

윤 후보는 내집 마련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할 뜻을 밝혔다. 특히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한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을 현행 40%에서 80%까지 상향키로 했다. 또 1주택자라도 실수요자라면 LTV 상한을 70%까지 열어주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LTV 확대는 지역과 관계없이 적용된다.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 적용되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LTV 40% 규제는 폐지된다. 다만 보유주택수에 따라 다주택자에게는 LTV 상한 규제를 두기로 했다.

DSR 규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TV 규제가 완화되는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현행 40%에서 다소 상향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오고간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 캠프 관계자는 "LTV는 풀면서 DSR을 그대로 두면 금수저 청년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LTV와 DSR이 동시에 적용된다. DSR 규제는 연간 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눠 올 하반기부터는 1억원 이상 대출에도 적용된다. 소득이 적은 가구는 LTV 상한선을 올려 잡아도 DSR 규제 때문에 총대출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윤 후보는 주택도시기금 등을 통해 30년 이상 장기 저리로 소요 자금의 80%까지 금융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 소득의 25% 범위에서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할 계획이다.

◆ 주택 공급 부양책 평가 엇갈려... 공약 실현 가능성은 60~70% 밖에

'집걱정끝장! 대선주거권네트워크(집걱정끝장넷)'와 '불평등끝장 2022대선유권자네트워크(불평등끝장넷)'는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주요 대선 후보들의 주거·부동산 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집걱정끝장넷은 각 후보들이 발표된 공약과 후보 캠프가 발표한 정책, 각 후보에 대한 질의 회신 등을 종합하여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가 발표한 한 줄 평로 이 후보의 주택 공급 방책에 대해선 "공공주택 공급 의지 강하지만 주거복지 공약 거의 없다"면서도 "국토보유세가 자산불평등 완화 계기 될 수 있지만, 부동산 부양 정책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의 공약에 대해선 "투기를 부추기고 주택 가격을 불안정하게 할 공약"이라며 "세입자 보다 주택 소유자의 이익을 중심에 뒀다"고 혹평했다.

한편,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지난달 17일 YTN '이슈인사이드'에 출연해 두 후보들이 내놓은 주택공급 대책이 대통령 임기 5년 내 실행 가능한지에 대해 "두 후보(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한 60~70%밖에 보고 있지 않는다"라고 전망했다.

한 교수는 "일단 현재(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물량도 우리가 예전을 더듬어보면 어마어마한 물량"이라며 "특히 지금은 인구가 늘지 않고 있는 시대에도 많은 물량이 과연 소화될 수 있는 수준인가도 시장 변화를 체크하면서 가야 되는데 이 물량들은 5년 안에 첫 삽은 뜰 수 있으나 제가 볼 때는 시장 상황을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개발, 재건축 조합원 물량들이 한 50~80만 호가 포함돼 있다. 그분들은 조합원의 의사가 결정이 돼야 진행되는 것이지, 정부의 뜻과는 별개인 부분이 있다"라며 "그런 부분의 물량을 뺀다면 이 물량은 정부가 공급 확대를 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야지 100% 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조금은 너무 믿음이 강한 것이고, 제가 볼 때는 한 60~80% 수준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짐작했다.
  한 교수는 이 후보의 '기본주택'과 윤 후보의 '청년원가주택'의 재원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기본주택은 ABS나 리치를 활용한다고 하는데 명료한 디테일한 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원가주택도 사실 50%에 분양하고 70%에 나중에 5년 뒤에 나가면 돈을 이익공유해서 제공해 준다는 계획에서 만약 10억짜리면 5억에 2억을 얹어서 줘야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가주택)30만호면 이게 5년 뒤에 60조가 된다. 상당히 많은 혈세가 나가는 재원 문제가 부딪힌다"라며 "그래서 이 부분이 두 후보가 해결해야 될 문제고. 세제나 대출 문제는 둘 다 똑같다. (특히)이재명 후보가 하나 내온 조성원가제가 눈에 띄는데 조성원가제가 사실은 말을 던지고 실제로 100% 실행하는 경우가 드물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