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 3주 많은 방역적인 변화로 회의 못해...전문가들 의견 전달 어려웠다"
"오미크론 대응으로 상황 급박해져...경제와 방역 논리 대립으로 어려움 겪어"
"거리두기 완화 가능 메시지 전달 자체가 앞으로 유행 규모에 악영향"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연합뉴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최근 일상회복위원회 자문위원에서 사퇴하면서 ‘정권 말이라 의견 전달도 쉽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안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의견을 개진할만한 상황이 안 됐다"면서도 다만 "코로나 대응에서의 정치적 이슈화로 전문가들마저도 그런 프레임에 덧칠하고 있어서 부담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1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 최근 2, 3주 동안 매우 많은 방역적인 변화가 있었지만 거의 회의를 못했다. 보건복지부, 중수본, 중대본, 방대본이 모두 바빠 의견을 전달하기 상당히 힘든 구조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총리 차원에서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부분들이 이미 노출되기 시작했고, 유행 상황 악화 시점에서 전문가들을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 모아놨는데, 방역 상황 변화에 있어 정부가 바빠서 그랬다고 보지만 전문가들 의견을 전달할 만한 자리가 거의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정치논리 (때문이라기보다)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라며 "거리두기가 지속되다 보니 소상공인, 자영업자, 일용직 노동자들처럼 취약 계층이 힘들어지는데 이번에 추경이 예상보다 많이 안 잡혔다. 손실보상을 최대한 하겠다고 해서 35조 얘기도 나왔는데, 그렇게 안 돼면서 정부가 취약한 계층을 설득할 수 있는 걸 못 만들었고, 거리두기 완화를 얘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실 정권 말이기도 하고 어차피 새로운 대통령 들어서면 방역에 관련된 지명도 바꿔야 되는데, 자문단들도 일단 제가 자리를 내놓아야 새로운 전문가들이 들어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정치논리와 별도로 독립적으로 오직 전문적인 판단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위원회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렇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코로나 대응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들이 정치적 이슈화 시키면서 전문가들마저도 그런 프레임에 덧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도 상당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방역정책에서 정치논리가 어느 정도 스며 들어왔었다고 평가하는가라는 질문에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의견수렴 과정 초기에 구조는 매우 좋았다"며 "다만 오미크론 대응 부분으로 넘어가면서 상황이 급박해진 이유도 있다. 경제하고 방역이란 논리 상황이 대립되는 구조가 아닌데, 자꾸 대립되는 구조로 가다 보니까 어려울 수밖에 없던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오미크론의 확산세로 9주째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어려워진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상황을 감안하여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을 밤 9시에서 10시로 조정하고 내달 13일까지 약 3주간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단 현행 사적모임 인원제한은 6명 그대로 유지한다.
이 교수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이런 메시지 자체가 사실 가장 큰 문제"라며 "지난 7월에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할 때 6월 중순부터 확진자 규모가 확 늘었고, 11월에 단계적 일상회복 시작한다고 하는데 10월 말부터 유행 상황이 악화됐다. 유행이 악화되는 상황인데 완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 전달 자체가 앞으로 유행 규모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경고했다.
확진자 수보다 위중증 환자의 비율이 중요하므로 중증환자 병상가동률이 20%대로 관리되고 있으니 거리두기 조정안을 꺼낸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어제 갑자기 7, 80명 이상 중증환자가 확 늘었다"며 "유행이 커지면 전체 크기가 너무 커지니까 중증환자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점에 이르렀을 때 상황 예측이 안 되니까 중증환자가 얼마나 갈지도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 돼 버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코로나 방역에 대하는 대선 후보들의 접근법이나 태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란 질문에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이기겠다는 건 없이 포퓰리즘처럼 거리두기는 안 된다, 풀어라, 이런 식으로만 접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분들이 취임할 때쯤 되면 고생 다 하고 넘어가서 좋은 상황에 취임하실 것 같긴 하다"면서도 "취임하시기 전까지 국민들이 매우 고통스럽게 지낼 거란 부분은 생각하고 언행에 주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