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비호감 대선... 대선 이후 정국이 더 문제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 후보교체 물건너가, 후보단일화도 불투명

대선 이후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 없어 국민불안감 가중

외신마저 ‘최악의 한국대선’ 우려

대선이 역대 최악의 비호감으로 치닫고 있다. 다음 달 9일에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 중 한 사람이 선출되겠지만 누가 당선되든 대선 이후 정국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여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후보도 대선 이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청사진은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은 더욱 폭주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최근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도 이같은 국민들의 우려를 애둘러 내놨다. 하지만 이 후보는 폭주를 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면 국민기본소득제와 같은 포퓰리즘으로 국고를 낭비해 베네수엘라처럼 될 것이란 걱정을 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후보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 지지율, 과반이 넘는 정권교체 여론은 이 후보가 민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당선될 경우, 김종인 이사장이 예언한 바와 같이 유례없는 여소야대로 2년간 식물대통령이 될 것을 걱정하는 국민들도 많다. 하지만 윤 후보는 당선 후 야당과 어떻게 협치를 할 것인지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 지지율이 40%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과반에 훨씬 못미치는 의석을 가진 야당 후보의 독불장군식의 언행도 지지율에 영향을 끼치고 있을 것이다. 윤 후보의 '문재인·민주당 심판' 발언의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준석 당대표까지 조롱에 가까운 언사로 윤 후보의 발언에 맞장구를 치며 기름을 붓고 있다. 윤 후보 당선 후 야당과의 공조는커녕 민주당발 국정조사가 오버랩 되는 이유다.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 여론조사로 수차례 확인되었지만 각 당 지도부는 호감도 높은 후보로의 교체는 외면하고 있고 후보단일화마저 이제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정치권은 한해 약 6000억원의 혈세를 쓰고 있다.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있기 때문에 국고보조금이 1432억원 추가로 지원된다.

이처럼 막대한 혈세를 가져다 쓰면서 되려 국민에게 불안감을 심어 주고 있는 정치권을 국민들이 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 것일까?

최근에는 미국의 유력 언론도 조롱에 가까운 우려를 하고 있다.

◆ 워싱턴포스트도 한국 대선 걱정... "모욕으로 얼룩져"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 대해 "추문과 말다툼, 모욕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WP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토지 개발 비리 스캔들에 휩싸였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자칭 항문침술사와 연관됐다고 전했다.

이어 두 후보의 '드라마'가 가족으로까지 번졌다고 소개했다.

이재명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의 공무원 사적 지시 논란과 장남의 불법 도박 의혹 문제를, 윤석열 후보는 아내 김건희 씨가 비판적인 언론인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으며 윤 후보의 장모는 통장 잔액 증명을 위조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WP는 "한국인은 정치 추문에 낯설지 않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권력 남용 혐의로 탄핵당했고 무속인이 정치에 개입됐다는 의혹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대선은 '비호감들의 선거'라고 불릴 만큼 새로운 역대 최악에 도달한 상태"라며 "(두 후보를 둘러싼) 논란이 끝없이 이어져 유권자들은 지쳐가고 있다는 여론 조사가 나온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신문은 이번 대선에서 젠더 논쟁이 '화약고'로 떠오른 가운데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통화' 내용에서 미투 피해자의 동기에 의문을 제기한 언급이 관심을 끌었다고 전했다. 김건희 씨는 이 통화에서 여성에게 돈을 주지 않아 성폭력 피해자로 나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WP는 "국민의 힘은 현 정권이 성평등을 추진한 탓에 경제적 기회를 잃었다고 믿는 젊은 남성층을 유인하고 있다"라며 "김건희 씨의 미투 언급이 논란이 된 뒤 온라인 팬클럽이 커졌고 윤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WP는 "이번 대선은 국내로는 소득과 성 불평등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하고 국외로는 한국의 문화적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북한과 중국, 미국, 일본과의 관계에서 미래를 형성해야 하는 중요한 선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두 후보는 실질적인 정책 토론 대신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이나 흡연자 권리의 확대와 같은 정치적 영합만 있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 대선은 "차악을 뽑는 선거"라고 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한국학연구소의 다르시 드라우트 교수는 "역사적으로 정당체제가 약한 한국에선 공약보다는 후보 개인의 특징이 대선을 주도해 왔다"며 "여야 유력 주자 2명 모두 정당의 아웃사이더였으며 부패혐의에 연루됐는데도 후보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드라우트 교수는 "이번 대선 캠페인은 연령과 성별, 계층별로 유권자 분열이 극심한 가운데 차악을 뽑는 선거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져 있다"며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모든 유권자들이 선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김종인 "역대 최악의 대선...누가 되더라도 나라의 앞날이 암울"

김 이사장은 10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공동선대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이 윤 후보에 대해 강력히 분노하면서 사과를 요청했는데, 이를 어떻게 보고 있나'라고 묻자 이렇게 답했다.

"현 정부가 윤석열 후보의 적폐 발언을 보고 적절한 얘기인가에 대해 상당한 회의를 가졌던 것이다. 오늘 아침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윤 후보에 대한 사과를 요청했다는 뉴스를 보고 마치 후보와 현 정부와 맞붙어 논쟁을 해야 하는 사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중 네 사람이 영어의 몸이 돼 버렸다"며 "그 과정에서 한 사람은 목숨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는데, 과연 전직 대통령들에 대해 그런 식의 보복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윤 후보를 겨냥한 듯 "정치적으로 오랫동안 숙련된 사람 같으면 그런 소리가 안 나왔을 것"이라며 "무의식적으로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내 세운 게 과거의 적폐청산"이라며 "그에 대한 연결과정에서 윤 후보가 현 정부에 대해 적폐를 얘기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야권 단일화에 대해선 "후보 단일화 문제는 이미 시기를 많이 놓치지 않았나 본다"며 "꼭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면 1월 정도에 그 문제를 거론해 마무리 단계가 됐어야 하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선거 등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나라 정치권의 병폐 중 하나가 뿔뿔이 헤어져있다가 선거 때만 되면 단일화, 통합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아무것도 없이 숫자만 합해서 끌고 간다는 식의 단일화 합의는 국민이 금방 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양당 후보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될 텐데 누가 되더라도 나라의 앞날이 암울하다"며 "지금 후보들은 다 '나는 역대 대통령과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다 똑같은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미리 얘기한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은 하나같이 탐욕 때문에 쓰러졌다"며 "후보일 때는 하나같이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나누겠다, 총리와 장관의 헌법적 권한을 보장하겠다, 측근의 전횡과 부패를 잡겠다'고 했지만 하나같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선 "한쪽 후보가 당선되면 문재인 정부보다 더욱 폭주할 것이 명백하다. 나라를 더욱 둘로 갈라놓고 야당은 존재 의미조차 사라져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에 대해선 "다른 한쪽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그렇다. 우리 역사상 존재한 적 없는 극단의 여소야대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라며 "임기 5년 특히 초반 2년 정도를 식물 대통령으로 지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차피 똑같은 사람들에, 똑같은 권력 구조로, 측근들이 권력 전횡을 일삼고 똑같이 파산할 것"이라며 "국민 심판받아 탄핵 당한 대통령이 또 한 번 나와야 탐욕스러운 정치 구조가 바뀔 건지 참으로 답답하고 암담한 현실"이라고 직격했다.

김 이사장은 4당의 후보들이 합동 TV 토론에 출연해 연금개혁에 합의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얼마 전 TV 토론에서 각 당 후보는 연금개혁에 합의했다고 한다"며 "지금 대통령 후보들의 한심한 수준을 가장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출산율이 낮으니 경제성장률도 낮을 수밖에 없다"며 "용어만 그럴싸하게 연금개혁 같은 거나 내세우며 개혁자 행세하고 국가를 다시 디자인할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김 이사장은 양당 후보에게 "오미크론 사태 등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서 대전환을 맞이하려면 여야가 극한 대립해서는 안 된다"며 통합정부 구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 윤석열의 문재인 적폐수사 발언... 야당 협조 구하기 어렵게 만드는 발언

김종인 이사장은 이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현 정부에 대한 적폐수사를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후보는 이 정부에서 스스로 검찰총장에 있었던 사람"이라며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오후 마포구 '다리 소극장'에서 열린 자신의 저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 출간기념 청년포럼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런 얘기는 후보로서 안했으면 좋았을뻔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이사장은 "문제는 뭐냐면 윤석열 후보는 이 정부에서 스스로가 검찰총장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다. 그럼 그때 생각하고 지금 생각하고 근본적으로 뭐가 다른 게 있나"라며 "그땐 이 정부의 적폐를 몰랐나. 그런 측면에서 후보로서 현 정부에 대해서 그런 이야기 적절치 못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 이사장은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필요성에 대한 질문엔 "단일화는 수적으로 늘려보자고 해서 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단일화 합의에 도달해야 하는데,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합의할 건지(정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는 사람이 정부를 구성해서 제반 정책을 수행하는 데 '나는 이런 것을 생각하니까 함께 해 나가자'라는 식의 합의가 이뤄져야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찾아온 것과 관련해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아는 사람이 찾아오니까 만나서 상식적인 얘기를 했을 뿐"이라며 "그 이상은 없다. 내가 어디 특별하게 소속된 사람이 아니지 않나"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이사장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선까지 본인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좋은 대통령을 뽑을 수 있게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