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판매허가 필수인데 무모한 수출계약 공시
NK뷰키트 6년간 판매 실적 없이 고전하다 “없던 일로”
대만 판매회사 경영권 인수 후 영업활동 흔적 없어
의료기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현지 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엔케이맥스가 이를 승인받지 않은 채 무모한 독점수출계약을 맺고 공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이후 6년간의 엔케이맥스 사업보고서와 공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2016년 대만 현지법인과 NK뷰키트의 193억원 수출 약정을 맺었으나 2021년 말까지 대만 내 인허가를 받지 못해 관련 계약을 해지했다.
엔케이맥스는 지난 2016년 3월 11일 NK뷰키트에 대해 193억원의 대만지역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상대방은 대만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기업 코아시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으로, 엔케이맥스가 먼저 독점수출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아시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은 신사업 공략의 일환으로 엔케이맥스의 제안에 응한 뒤 같은 해 4월 1일 NK뷰키트 판매를 전담할 코아시아 바이오테크를 따로 설립했다. 이 회사는 수출계약의 권리와 의무를 모회사로부터 넘겨받아 샘플 공급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판매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대만 내 의료기기 인허가가 불발되면서 이 법인은 제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코아시아 측은 사업진출 2년이 지나도록 의료기기 인허가가 원활하지 않음을 파악하고 코아시아 바이오테크의 매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엔케이맥스가 2018년 2월 코아시아 바이오테크의 지분 100%를 인수하게 됐고 코아시아 측은 관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황이다.
엔케이맥스는 지난 2018년 코아시아 바이오테크를 인수해 대만 공략에 직접 나서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후 계약 만료일까지 4년 가까이 NK뷰키트 판매에 성과를 못 내고 사실상 방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현지법인은 엔케이맥스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 2019년부터 계약 만료일인 2021년 말까지 매출액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아시아 측이 직접 운영하던 2018년까지만 해도 소량의 매출이 발생했는데, 이는 제품 홍보를 위해 의료기관 등에 제공한 샘플 대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엔케이맥스에 경영권이 넘어간 후로는 사업보고서상 어디에도 판촉 행위, 샘플 납품 등 현지 공략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이뤄진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조세일보의 질의에 엔케이맥스는 일체의 답변을 거부했다.
◆…코아시아 바이오테크 기업정보. 사진='파인드컴퍼니 대만' 캡처
코아시아 바이오테크는 2021년 말까지도 대만에서 법인 수출입 심사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계약 체결 이후 6년째 수출입 심사도 못 받고 방치돼 있는 상황임에도 엔케이맥스의 사업보고서에는 193억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표기해 투자자들이 오인하게 만들었다.
엔케이맥스가 코아시아로부터 코아시아 바이오테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엔케이맥스는 2018년 1분기 보고서에서 코아시아 바이오테크의 이전대가를 1억1000만원으로 표기하고 있다. 반면 2분기 보고서 내 지분거래내역에는 3억8000만원을 들여 이 법인을 취득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조세일보가 이전대가와 지분거래 규모 차이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으나 답변하지 않겠다는 것이 엔케이맥스 측 입장이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의료기기 판매업체들이 현지에서 의료기기 인허가 승인을 받지 않았음에도 계약 규모를 산정해 공시하는 업계 관례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엔케이맥스는 대만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4개 지역 수출계약에 대해 키트 인허가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공시했고 이를 수주잔고로 전량 표기했다.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CIS지역 수출계약은 인허가 필요성이 첫 공시에 기재돼 있다. 하지만 대만의 경우 관련 내용을 생략해 인허가를 이미 완료한 것처럼 오인할 여지가 컸다.
조세일보는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만과의 계약기간 종료를 앞둔 지난 12월 의료기기 인허가 승인 여부와 사업보고서상 수주잔고 표기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면 질의서를 보냈다. 이에 엔케이맥스 측은 조세일보 질의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 채 12월 30일 공시를 통해 코아시아 바이오테크와 수출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 인허가 미승인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결국 대만 지역의 수주잔고 193억원은 허수가 된 셈이다.
엔케이맥스 측은 지난 연말 공시에서 “양사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만의 코아시아 바이오테크가 엔케이맥스의 100% 자회사인 만큼 사실상 엔케이맥스의 단독 경영행위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선 대만 수출계약 해지와 관련해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등 나머지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한 ‘꼬리 자르기식’ 조치가 아니냐며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연매출 100억원 수준의 엔케이맥스가 사업보고서상 1조5000억원의 수주잔고를 표기하고 있는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대만의 사례로 보아 인도네시아, 카자흐스탄, CIS지역의 수출계약도 비슷한 과정을 밟는 건 아닐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