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최초 공개 회의에서 서로 '도발적'이라고 비판한 미국과 러시아
상임의사국으로서 거부권 행사한 러시아와 중국 때문에 안보리 논의로만 종결
거부권 행사에 동참한 중국 "메가폰 외교가 아니라 조용한 외교 필요한 때"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주재미국대사. 2021년 바이든 정부에서 UN 주재 미합중국 대사 겸 상임안보리 미국 대표로 임명됐다. (사진 로이터)
31일(현지시각)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긴장 사태를 놓고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의 요청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군사 배치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 되는가'를 의제로 상정한 이번 회의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생중계를 통한 공개회의로 진행됐다.
회의석상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를 겨냥해 '도발적'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속해 있기 때문에서인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현 갈등 상황에 대해 논의하는 것 외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마련하는 데까지는 진전되지 못했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침략을 위협하는 행위는 도발적이다"라며 "(하지만) 현 상황을 인식하는 행위 자체는 도발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발 원인은 미국이나 다른 국가가 아닌 러시아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 백악관의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러시아가 10만여 명의 군사력을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배치하고 벨라루스 또한 우크라이나에 공세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 중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미국 백악관에서는 2월 초까지 벨라루스에 3만여 명의 추가 병력을 배치하려는 러시아의 계획을 드러내는 증거를 입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고 계획 중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러시아가 이와 같은 의혹을 계속해서 부인해왔음을 주장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은 위기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들 스스로 긴장과 수사를 고조시켜 위기를 촉발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전쟁에 대한 위협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도발적인 일"이라며 "서방 국가들이 전쟁을 부르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길 원하고 있다", "마치 전쟁에 대한 불안이 현실이 되기라도 바라는 것처럼 전쟁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회의 의제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총 9표의 찬성표가 필요했으나 5개 상임의사국과 비상임의사국을 포함한 총 10개 회원국 중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표로 이를 무산시켰다.
비상임의사국인 인도, 가봉, 케냐는 투표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회의에 참석한 장 준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현재 필요한 것은 메가폰 외교가 아니라 조용한 외교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