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는 싱가포르 합의 이행하지 않은 미국에게 북한이 시위하는 것
한미 연합 훈련 등 한국의 군사력 증강은 북한에겐 굉장히 겁나는 일
일부 대선 후보가 주장하는 선제 타격론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힘의 논리로 북한 문제 해결할 경우 군비경쟁으로 들어설 우려 높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10주년 맞아 무력 시위 이어날 수도 있어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방송 캡처.
올해 들어 불과 한달도 채 안되는 사이에 북한이 6차례나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 주변 정세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가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을 주장하며 강경한 대북정책 노선을 주장하는 가운데 한국과 오랜 군사 동맹국인 미국은 우크라이나 긴장 사태를 놓고 러시아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북한 미사일 도발 수위를 진정시키고 궁극적으로 북한 문제를 진정 국면에 돌입시키기 위해선 북한과의 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8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북한의 연이은 무력 시위의 근본적 이유와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 향방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올해 들어서만 미사일을 연신 6차례나 쏘는데 국제 정세가 우크라이나 긴장 사태와 올림픽 등으로 복잡한 상태다. 북한이 왜 자꾸 미사일을 쏘는 것이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이) 작년 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정세가 불안정하다고 성격 규정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우선 대답했다.
이어 "(1월 19일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열어서 거기에서 상당한 의미 있는 결정을 했다"며 "(미국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합의했던 군사적 훈련 중단 그거 약속 깨고 수백 차례 군사연습을 했다"고 지적하며 '한미 연합 훈련을 예시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도 미국한테 약속했던 핵실험 중단과 ICBM 발사 중단을 굳이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장관은 "미국이 계속 북한을 악마화 하면서 적대 정책을 계속 하는 조건으로 해서는 국가의 존엄을 지키고 국권과 국익을 계속 수호하기 위해서는 놀라울 만한 무기를 계속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걸" 북한이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즉 싱가포르회담에서 미국과 북한 상호 간 합의에 미국이 북한에게 공약한 조건을 실행에 옮기지 않자 이에 북한이 불만을 느낀 것이고 미국의 지속적인 북한 악마화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행자가 '북한한테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대중 압박 정책을 강화해나가고 있는 와중에 미중 간 갈등이 심화되다 보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어땠건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미국의 전략 자산 같은 것이 많이 우리하고(남한에) 배치가 됐어요"라고 답했다.
또한 한국이 국방 예산을 증가시켜 군사력을 강화한 것이 "북한한테는 굉장히 겁나는 일"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을 전부 다 군사적 정세, 한반도 정세 불안정의 원인이라고 규정을 하고 거기에서 자기들이 당하지 않으려면 '선제적으로 나를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낼 필요가 있어서 쏘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후보가 선제 타격론을, 안철수 후보가 전술핵과 비핵화 전 종전 선언 반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과 관련 "우리도 대응 차원에서 북한이 놀랄 만한 미사일을 좀 쏘면 안 됩니까?"라는 질문에 정 전 장관은 "전술핵. 미국이 놔줘야(배치해줘야) 해요"라며 "그런데 미국이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지시킬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선제 타격권은 한국에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주한미군사령관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라며 "북한이 무슨 남쪽을 상대로 해서 미사일을 쏘거나 할 때도 이걸 거기에 대응해서 우리도 미사일을 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하는 결정을 우리 합참의장이 못한다 이거예요"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까지 고려하기엔 난처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또한 정 전 장관은 최근 연이은 북한의 무력 시위의 미사일 발사 방향이 동해상으로 조준했다는 것을 주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한도) 동해상으로 뭐 미사일을 쏘고나 그럴 수가 없는 것이 남쪽으로 내려오면 동해 길이가 좁아서 잘못하면 일본 쪽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단 말"이라며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똑같이 동해상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남쪽(한국)을 겨냥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을 직접 겨냥한 것도 아니에요"라며 "'우리 이런 힘이 있다. 각도를 달리 하면 너희를 맞힐 수 있다'하는 이야기는 되지만, 대상이 우리가 아니에요"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미국더러 지금 너희 중국 때문에 정신없고 우크라이나 때문에 정신 없어서 우리 문제는(북한 문제는) 깨끗이 잊어버린 것 같은데. 나 좀 봐줘라. 계속 우리를 무시하고 이렇게 방치하면 그동안에 우리가 엄청난 군사력을 키워서 나중에 너희 골치아프게 만들 수 있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식의 안보관을 밝힌 것과 관련 정세현 전 장관은 '힘의 논리를 주장하면 군비경쟁 시대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듣는 사람한테는 굉장히 시원하고 좋지만"이라고 말을 떼며 "그러나 그렇게 되면 완전히 군비 경쟁의 마당이 되어버려요"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에 계속 투자를 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한정된 국가 예산에서 국방 예산에 비율이 늘어나면 경제와 복지 분야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점도 빼먹지 않았다.
그리고 북한의 무력 시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외교를 통해서, 한미 간에 협력을 통해서"라며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 간에 협상이 시작되도록 하고 남북간에 또 대화를 통해서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해서 이렇게 도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잘 관리를 해나가는 게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힘의 논리를 주장하는 강경대북노선이 실제 정책으로 발전된다면 국민들의 불안이 더욱 높아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행자는 이어 "미국에서 반응이 없으면 북한이 또 도발 수위를 높일 것 같아서 그거 걱정됩니다"라고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에 정세현 전 장관은 오는 4월 15일이 김일성이 태어난지 110주년 되는 날이고 2월 16일이 김정일이 태어난지 80주년 되는 날이라는 점을 들어 "2월 16일은 올림픽 기간 중이기 때문에 미사일 같은 건 쏘지 않겠지만 4월 15일 전후 해서는 아마 큰 걸 하나 쏠 거 같습니다"라고 예측했다.
북한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조선노동당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는 업적을 기리기 위해 미국도 건드릴 수 없는 힘을 가진 강대국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함경도에서 ICBM을 발사하는 등 이를 자랑해보이려 할 것이라는 뜻이다.
한편 '핵실험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정 전 장관은 "(기존 풍계리 핵실험장을) 완전히 허물지 않았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복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고 필요하다면 금방 복구해서 7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죠"라며 특히나 오는 3월 대한민국에서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 출범을 앞둔 4월에 정책 조정을 하고 있을 당시 북한이 과감한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친북정책에 힘을 기울여온 문재인 정부가 퇴임을 앞둔지 몇달 채 남지 않았고 새 정부가 출범하기 이전 남한에게 위협이 되는 행위를 보일 수는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미국한테 신호를 보내는 군사 행동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미국과 협상을 시작해서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느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이렇게 위험한 짓을 계속 하고 미국을 겁주는 행동을 하면 미국이 결국은 처음에는 뭐 UN 제재를 하겠다고 나서거나 또는 동맹국들과 협의를 해서 북한을 혼내주자 하는 외교회담도 하지만 더 세게 나가면 결국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하자고 뒤로 접촉을 시작했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 미국이 주한미국대사로 대북 조정관 출신인 골드버그를 내정했다는 것과 관련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며 북한이 윤석열 후보의 선제 타격론에 반발하기 위해서라도 미사일 발사를 통한 무력 시위를 계속했는데 대북제재를 담당했던 인물을 주한미국대사에 임명했으니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전 장관은 "북한 경제가 어려워요. 어렵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자신감이 없습니다"라면서 "경제적으로 북한 주민들한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군사적인 그 힘을 과시해서 경제는 어렵지만 군사적으로는 우리가 빵빵하다.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서도 이런 짓을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상당히 열세에 있어도 자신들은 군사강국이니 기죽어 있을 필요 없다는 점을 들어 북한 주민들을 달랠 것이라는 뜻이다.
또한 북한에 대해서도 "북한도 그런 행동이(무력 시위가) 남한의 대선 정국에서 어떤 영향을 미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한 번은 생각해봐야 돼요"라며 "우리 국민들이 보수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도록 하면 자기네들은 남는게 없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대화를 추구하는 정권이 집권을 해야 북한에게도 남북 협력을 통해 경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안보에 보수적 태도를 보이는 정권이 집권할 경우 북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핵문제와 경제지원과 관련 "핵을 먼저 포기하라? 절대로 안 합니다"라며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면 그날로 미국한테 맞아 죽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현실로 봐서는 그리고 북핵 문제 속성으로 봐서는 제재도 조금씩 해제해줘가면서 그만큼 북핵 문제가 속도를 내도록 하고 그런 식으로 소위 선 제재 해제, 후북핵 문제 해결. 그런 순서로 들어가야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