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와 "양자 토론, 4자 토론"

"양자 토론을 먼저하고, 4자 토론을 나중에 하자"

"4자 토론을 먼저하고, 양자 토론을 나중에 하자"

저공(猪公)이 집안 식구들의 먹을 것을 줄여서 원숭이의 배를 채워 주더니 마침 먹을 것이 떨어졌다. 앞으로 그 먹이를 줄이고자 하나 여러 원숭이가 앞으로 말을 잘 듣지 않을 것을 두려워하여, 먼저 이를 속이어 말했다.

"너희들에게 먹이를 주되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으니 좋으냐?"라고 말했다. 그러자 여러 원숭이가 다 일어나서 화를 냈다.

저공(猪公)이 다시 말하기를 "너희들에게 먹이를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으니 좋으냐?" 하니 여러 원숭이가 다 엎드려 절하고 기뻐했다. (출처 : 디지털 한자사전 e-한자)

조삼모사(朝三暮四), 간사한 꾀를 써 남을 속임을 이르는 한자성어다.

■ 조삼모사(朝三暮四)와 "양자 토론, 4자 토론" 

국민의힘이 27일 법원에서 금지한 양자토론 카드를 다시 들고 나왔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각각 신청한 양자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인용하자 KBS·MBC·SBS 등 공중파 방송사들은 오는 31일 혹은 내달 3일 '4당 TV토론'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에 호응해 룰 미팅을 제안했고, 정의당과 국민의당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힘만은 당초 예정됐던 '양자 토론'을 다른 형태로라도 치르자고 '역제안'을 내세워 4자 토론을 2월 3일날 하자고 고집하고 있다.

이에 토론회를 늦추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TV토론 협상단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이) 양자 토론에 먼저 당당하게 응하고, 4자 토론은 언제든지 하면 된다"며 "31일 양자 토론을 전제로 설 연휴 이후인 2월 3일 4자 토론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26일 지상파 방송 3사(MBC·SBS·KBS)가 안 후보와 심 후보를 제외한 이재명-윤석열 후보 간 양자 TV토론을 개최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양자 토론에 민주당이 응하지 않으면 설 연휴 중 '4자 토론' 개최는 사실상 무산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성일종 단장은 양자 토론이 가능하다며 법원의 판단은 방송사 '주최'를 금지한 것이며, 양당이 합의한다면 방송사 초청이 아닌 양자 토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성 단장은 "양당이 합의해 '민주당·국민의힘' 주최로 할 경우 양자토론 개최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은 양자 토론을 더 보고 싶어하고 더 듣고 싶어한다"며 "4자 토론을 할 경우 시간 제약상 한 후보당 채 30분도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토론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 단장의 이 말을 반박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미 나온 상태다.

■ KBS 여론조사, 69.8% '다자 토론' 더 좋다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성인남여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TV토론 방식'에 대해 응답자 69.8%는 '다자 토론'이 더 좋다고 답했다. '양자 토론'이 좋다는 응답자는 27.0%에 그쳤으며, '모름/무응답'은 3.2%였다.

국민 10명 중 7명이 다자 토론이 더 좋다고 응답했다.

협상단의 일원인 황상무 특보는 "4자 토론은 법적으로 세 번 보장된다"며 "지금 상황에서 4자 토론을 먼저 하고 넘어가면 사실상 양자토론은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 역시 그동안 이재명 후보 측이 토론회를 제안할 때마다 피해왔던 국민의힘 측에서 내세울 논리는 아니다.

전주혜 의원은 "민주당이 먼저 양자토론을 제안하고 국민의힘이 여기에 응해서 지금까지 온 것"이라며 "민주당이 법원의 가처분을 핑계로 4자 토론을 하자고 하는 것은 처음부터 양자토론을 할 생각이 없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 역시 논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윤 후보측이 제안한 31일 양자토론도 수용하고, 4자 토론도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31일 4자 토론을 하자고 한 것은 법원의 가처분 인용결정에 따라 가장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토론이기 때문이지, 이를 핑계 삼아 양자토론을 회피했다고 해석하기에는 논리적으로 무리가 있어 보인다.

■ 민주, "31일 양자 토론, 4자 토론 모두 수용"

민주당의 박주민 방송토론콘텐츠단장은 이날 "윤석열 후보측이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재명 후보는 양자토론과 4자토론 모두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윤 후보가 31일 진행될 4자 토론에 참석할지 여부만 밝히면 된다"며 국민의힘 측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어제 국민의힘 대변인은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다자토론도 관계없다 밝혔다"고 지적하면서 "공당이 말이 이렇게 하룻밤 사이에 바뀌니 공당 맞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본부장은 "이전의 선례도 무시하고 법원이 결정해도 따르지 않겠다는 오만함의 극치"라며 "이미 국민의힘은 법원 위에, 국민 위에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늘 법대로 하겠다는 윤 후보께서 왜 토론은 법대로 못하겠다는 겁니까. 불리하다 싶으면 탈법하고, 민주주의마저 부정하는 게 윤석열의 공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윤 후보 측의 4자 토론 회피에 대해 비판했다.

조삼모사의 고사에 오버랩 되면서 송나라의 저공이 묻기를 "4자 토론을 먼저하고, 양자토론을 나중에 하자"고 하니 화를 내고, "양자토론을 먼저하고, 4자 토론을 나중에 하자고 하니" 춤을 추며 좋아하더라.

국민들은 국민의힘의 양자 토론 제안이 정해진 룰을 어지럽혀 토론을 어떻게든 늦춰보려는 꼼수는 아닌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