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디지털 경제와 시장 독과점 간 관계’에 의하면 최근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독과점 시장구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변화하는 산업 환경을 반영하기 위한 반독점 규제체계 개편 논의가 글로벌 차원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독과점 구조는 거대 IT기업인 빅테크들이 시장을 독식하는 승자독식 형태를 보이고 있다. 2021년 8월말 기준으로 Apple, Microsoft, Google, Amazon, Facebook 등 5대 빅테크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며 S&P500 시가총액의 약 22.9%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 중심의 시장집중화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상 발생하는 자연 독점적 성격을 가지나 최근에는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남용이 시장집중을 인위적으로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 글로벌 경제환경 역시 시장집중 현상을 강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빅테크들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한 사업 확장, 데이터 독점, 부당 경쟁, 소비자의 선택권 통제 등 독점력을 남용해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빅테크의 과도한 시장지배력 및 독점력 남용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빅테크의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소비자 후생과 가격 중심의 기존 반독점 규제 체계 하에서는 빅테크들의 경영 전략이 반경쟁 행위인지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처럼 기존 반독점 규제 체계에서는 빅테크의 시장획정(market definition), 독점력 및 경쟁제한성을 판단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됨에 따라 새로운 산업 환경을 반영해 반독점 규제 체계를 개편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은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등장한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 피드백 효과 등 새로운 시장 메커니즘들은 기존의 경제 체계와 공존하면서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반독점 규제 역시 새로운 기업 형태인 빅테크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시장환경 변화에 맞게 개편함으로써 역기능 작용은 최소화하고 순기능 측면은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선영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빅테크에 대한 독과점 규제가 어려운 이유는 디지털 기술의 본원적 특성에 의해 혁신의 결과가 시장독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플랫폼 구조 하에서 혁신 경쟁은 최대한 촉진하면서도 독점력 남용은 억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남용에 따른 시장 왜곡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반독점 규제 체계에 시장 환경의 변화를 시의성있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시장 조성자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중립적 입장에서 시장의 공정한 경쟁 환경 마련을 목표로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