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에선 1심과 의료법 달리 해석
의료법인의 개설엔 관여... 의료기관의 개설엔 관여 정황 없어 보여
요양급여 부분, 1심 사실관계 대부분 2심에서 인정된 듯
"대법원 판례... '의료재단 설립'과 '의료기관 개설' 구분 인정되지 않아... 항소심에서 양자를 구분되는 것으로 봤다는 점이 특이"
"공범자 전부 유죄 확정 판결, 최 씨에 대해서만 무죄... 납득하기 어려워"
◆…요양병원을 불법 개설해 요양급여를 타 간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장모 최은순씨가 지난 25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근 요양병원을 불법으로 개설해 요양급여를 수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장모의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온 이유는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의료법인과 의료기관 개설을 구분해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 1심과 법리적인 해석을 달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최근의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더라도 특이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김솔하 변호사는 지난 25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최모 씨의 항소심 무죄 판결의 요지를 알려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1심에서는 3년의 실형이 있었다가 2심에서 무죄로 지금 뒤바뀌었는데 크게 혐의가 2가지이다. 첫 번째는 의료법 위반이고 두 번째가 특가법상의 사기"라며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데 동업자 3명과 함께 의료재단을 설립하고 그 요양병원을 개설해서 운영에 관여한 혐의가 첫 번째"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어 "두 번째는 그렇게 불법적으로 개설한 요양병원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속여서 요양급여 약 21억9,400여만원을 편취했다는 점인데 1심에서는 2가지 혐의가 전부 유죄로 인정이 되었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가 인정이 되면 당연히 특가법상에 사기 혐의는 유죄로 인정될 수밖에 없는 법리적인 구조라서 의료법 위반 혐의가 인정이 됨에 따라 특가법상의 사기 혐의로 당연히 이어졌던 것인데 2심에서는 의료법 위반 행위 자체가 지금 유죄가 아니라 무죄라는 취지로 판례, 판시를 변경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서 당연히 사기 부분도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무죄라는 취지로 판단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어 진행자가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온 이유에 대해 묻자 김 변호사는 "판결문을 확인을 해보지 않아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지금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재판부에서 의료법 33조 2항에 관한 법리적인 해석을 1심하고 달리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1심에서는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개설하고 그 의료법인에서 다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하나의 일련의 흐름으로 봤다면 2심에서는 비의료인의 의료법인 설립 행위와 설립된 의료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행위를 구분되는 것으로 봤나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하는 것 자체를 관계법령이 금지한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며 "판시에 따라서 최 씨는 의료법인의 개설 행위에는 관여할지언정 의료기관의 개설 행위에는 관여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다는 판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이에 진행자 '요양급여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며 '이 사실은 변하지 않은 것이지 않느냐'고 묻자 김 변호사는 "1심에서 인정한 사실관계가 대부분 2심에서도 인정이 된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2심 판시에서도 최 씨가 개설된 의료기관의 운영이 일정 부분 관여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는 취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김 변호사는 진행자가 공범들은 조금 억울하겠다고 하자 동의하면서 "관련 사건에서 공범들이 전부 다 유죄로 판결을 받았고 실형을 선고 받거나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부분들이 있어서 1심에서도 그 내용이 중요하게 고려가 됐다"며 "그 1심의 징역 3년의 실형 선고에서도 그 부분이 중요하게 고려됐던 것으로 보이는데 2심에서는 사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최 씨가)병원 운영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고 동업자들과 병원을 설립하기로 공모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시를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범자들이 전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최 씨에 대해서만 특별히 그런 혐의가 인정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김 변호사는 해당 사건에서 최씨의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 등 관여 여부에 대해 "저는 1심의 판결문을 읽어봤는데 1심 판결문이 그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자세하게 사실관계도 설명을 하고 법리적인 판단 부분도 자세하게 되어 있다"며 "특히 최근에 2018년 11월경에 지금 문제가 된 의료법 관련 조항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례가 있었다. 그 판례에 비춰보더라도 의료재단의 설립행위와 의료기관의 개설 행위로 구분되는 것으로 볼만한 사정은 인정되지 않는데 지금 오늘 나온 항소심에서는 양자를 구분되는 것으로 봤다는 점에서 특이하다"라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이어 '장모 최 씨는 은행 잔고 증명 위조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고 하자 김 변호사는 "다른 사건 때문에 당시에 보석이 되었었다"고 답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 판결 중 김건희 씨 이름이 나온다는데 김건희 씨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내용이냐'고 묻자 "판결문에 김건희 씨의 이름이 나온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장모 최씨와 함께 통장증명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했던 공범 김모 씨가 있는데 그 김모 씨가 최 씨와 알게 된 경위가 바로 딸 김건희 씨의 소개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정황이 1심 판결문에 나타나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변호사는 진행자가 '이제 사무장 병원 차려도 되는 건가'라고 한 청취자가 물었다고 전하자 "최근의 판례에 비춰보면 엄격하게 안 된다고 저는 단언할 수 있다"며 "아까 말씀드린 2018년 11월 판례에 보면 비의료인이 적극적으로 의료기관 설립을 위해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이런 것들이 다 안 된다(고 나와 있다) 그런 것들을 바로 의료법 33조 2항에서 처벌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