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소비자금융 철수’ 선언 후 퇴직 PB 모시기
‘국내 PB영업의 종가’ 명성...‘덤’으로 부자 고객 유치도
◆…서울 종로구 한국씨티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제공)
최근 금융사들이 WM(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는 가운데 씨티은행 출신 PB(프라이빗뱅커)를 앞다퉈 영입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지난 10월 소비자금융 철수를 선언한 이후 PB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다른 금융사들이 ‘이삭줍기’에 나선 것이다. 씨티은행이 WM에 강점을 보였던 만큼 업계에서는 씨티은행 출신 PB를 영입해 이들의 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서울 역삼에 초고액자산가 대상 특화점포인 ‘TCE 시그니처센터’를 열었다. 이곳에 배치된 PB 13명은 씨티은행 출신 최우수 WM 인력으로, 씨티은행에서 관리했던 고액자산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이어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노하우를 갖춘 씨티은행 출신 PB들과 함께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세무, 부동산컨설팅을 융합해 전문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 중에선 신한금융투자가 가장 공격적으로 치고 나갔다. 씨티은행 자산관리 전문가 30명과 씨티은행 투자자문부 출신 포트폴리오 어드바이저 4명을 영입한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청담·광화문금융센터 설립을 위해 30억 이상의 자산가를 관리해온 자산관리 최고 전문가(마스터PB) 2명과 10억 이상 고객을 담당한 최우수 전문가(CPC PB) 10명 등 총 30명의 스타급 자산관리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했다. 특히 씨티은행 청담센터장으로 활약했던 염정주 상무를 청담금융센터장으로 영입해 고액자산관리 최대 경합지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또 연말 조직개편에서 투자자문부를 신설하고 씨티은행 자산배분 전문가 4명을 신규 발령했다. 신한금융투자 이영창 사장은 “씨티은행의 선진 자산관리 전문인력과 시스템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며 “금융시장 환경을 면밀히 분석하고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최적의 금융솔루션을 제공하는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SC제일은행, 삼성증권, KB증권 등도 씨티은행 PB를 다수 영입해 WM 역량 강화에 나선다. KB금융은 오는 7월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를 개설하고 스타급 PB와 세무/부동산/법률/신탁/투자 전문가가 팀을 이뤄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사들이 씨티 출신 PB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PB영업 분야에서 한국씨티은행이 쌓아온 명성 때문이다. 씨티은행은 1989년 국내 최초로 PB를 도입하고 씨티골드 프로그램을 통해 세분화된 자산관리를 선보였다.
이 때문에 씨티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고액 자산가 고객의 비중이 확연히 높다. 한국씨티은행의 총수신 규모가 작년 3분기 기준 31조3282억원으로 지역은행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것도 그 덕분이다. 특히 씨티은행의 펀드판매 잔고는 작년 11월말 기준 1조3074억원이었는데 이중 개인 고객(1조2575억원)이 96.1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입 효과에 대해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과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자산관리 방식은 엄연히 다르며 증권사에서 다루는 금융상품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며 “내부 인력을 양성하는 편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 4일 신년사를 통해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준수하면서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두고 소비자 보호 방안을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씨티은행은 소비자 보호 계획 내용을 두고 금융당국과 최종 협의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