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마라톤 의원총회' 결론은 '원팀정신'
윤석열 "모든 게 제 책임" "지난 일을 다 털고 잊어버리자" 호소
"세 번째 '도망'가면 사퇴하겠다"는 李 약속에 의원들 마음 풀렸다
'재발방지' 약속 요청에 李 "저에게 가혹한 질문"이라며 즉답 피했다?
◆…극한 대치 끝에 전격 화해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한테 그런 질문하시는 거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사퇴'의 기로에서 가까스로 '기사회생'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일 밤 의원총회 종료 후 '이런 갈등이 재발하면 어떻게 할지 결기를 보여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반농담으로 내놓은 답변이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장장 8시간 가까이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마라톤 의원총회' 후에도 이 대표가 농담할 여유를 보일 수 있게 된 것은 윤석열 대선후보가 '내 탓이오'를 거듭하며 '원팀정신'을 호소한 덕분이었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7시 50분께 의원총회 현장인 국회 예결위 회의장을 찾아 의원들에게 "모든 게 제 책임이다" "지난 일을 다 털고 오해했는지 안 했는지는 잊어버리자"며 '갈등봉합'을 촉구했다.
윤 후보는 "의원님들 하고 싶은 말씀 다 하신 걸로 알고 있다. 각자가 미흡한 점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당이라는 게 무엇인가. 선거 승리를 위해 일하는 집단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저와 이준석 대표, 그리고 의원 여러분들 모두 힘을 합쳐서 3월 대선 승리로 이끕시다!"라고 외쳤다.
이 대표는 "세 번째 도망가면 당대표를 사퇴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이후 이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추경호 수석원내부대표, 권영세 사무총장, 서범수 후보 비서실장 등과 이른바 '6자회담'을 가진 후 8시 20분쯤 의원총회 장소인 예결위 회의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갈등봉합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극한 대치 끝에 전격 화해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회의장으로 들어서자 의원들은 "윤석열"을 연호했다. 사회자가 "이준석"도 연호하라는 신호를 줬지만, 의원들은 윤 후보가 이 대표와 손을 번쩍 들어도 "윤석열"만 외쳤다.
이 대표는 "선거 승리를 위해 고민하던 시절보다 밖에서 조언만 하는 게 '선거 중독자'인 저에게 얼마나 아픈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그 과정 중에서 '저 인간 왜 저러나' 했을 당원과 국민들께 얼마나 죄송한 시간이었는지 모른다"며 "하지만 전 후보의 당선을 의심한 적 없고 후보가 당선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은 잠시 멈칫하며 1초 뜸을 들였지만 결국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이 대표는 "이제 저 혼자 꽁꽁 싸매고 고민하지 않겠다. 의원들도 언제든 편하게 소통해달라. 보고 있는 거, 예상하는 거, 때로 놓친 걸 공유하면서 같이 고민해줬으면 하는 게 오늘의 결론"이라며 "이 긴 인고의 시간을 통해 다시 한 방향으로 뛰게 된 만큼 오늘부터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6일 저녁 의원총회가 끝난 뒤 이준석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평택 소방관 빈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자신이 전날 권영세 선대본부장을 통해 윤 후보 측에 전달했다 거절당한 '연습문제'를 의원들과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꺼냈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윤 후보가 플랫폼 노동을 체험하자며 '오늘까지 연습문제를 풀어보시라'고 제안해 당 안팎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제가 후보께 공개적으로 제안 드리겠다. 화답해줄지는 잘 모르겠으나 큰 기대를 갖고 말하겠다"며 "오늘 후보님 의총 직후 평택에 가는 일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제가 국민의힘 당대표로서, 그리고 택시운전자 자격증 가진 사람으로서 후보를 손님으로 모셔도 되겠나"라고 물었다.
이어 "내일 당사에 김종인 위원장이 계시던 방 한 켠에 제 침대를 하나 놓아달라"며 "제가 당대표 위치에서가 아니라 이제는 당원의 하나로서 정말 당대표란 권위나 이런 자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거에 뛸 거고 당사 안에서 숙식을 해결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자, 이제, 다 잊어버립시다" "오늘 3.9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그 승리를 통해서 우리 당이 재건하고 또 우리나라가 정상화되고 국민에게 행복한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수권정당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다 함께 뜁시다, 여러분!"이라고 외쳤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기 6일 저녁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과 대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와 이 대표, 그리고 의원들은 "다시 시작!" "초심으로!" "국민만 바라보고 원팀으로"라는 구호를 세 번 제창하고 의원총회를 마무리했다.
김은혜 공보단장은 의원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 결의문을 썼을 때 분위기가 너무 가팔라서 되게 고통스러웠다" "이 대표가 모두발언에서마저 우리를 갈라치기 한다고 반응이 안 좋았다" "그 뒤에 의원들이 못다 한 말을 토해내며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초반 1~2시간 정도 분위기는 굉장히 격해서 후보가 오실 수 없을 정도였다"고 밝혔다.
이어 "결의문을 다 쓰고 난 다음인 20분의 공백이 당을 살렸다"며 20분의 공백으로 의원총회의 흐름을 끊고 앙금을 풀었고 "이 대표가 '단 한 번도 내가 정권교체를 잊어본 적이 없다. 한 번 더 나가게 되면 당대표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때 우리가 사라졌던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가 '또 이러면 어떻게 하겠다'고 약속한 거 없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런 건 아까 의원들과 다 이야기했다. '또 이런 일이 있다면 내가 당대표직을...'"이라고 답하다 "대표 워딩이라 내가 대신 하긴 그렇다"며 말을 멈췄다. 이어 '이미 알려졌다'며 답변을 재촉하는 기자들의 성화에 이 의원은 "'세 번째 하면 내가 당대표를 사퇴하겠다'고 했다"고 말을 이었다.
이 수석대변인은 '그 말에 의원들 감정이 풀어진 것이냐'는 물음에 "과거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앞으로가 중요한 건데 대표가 '다신 그렇게 안 하겠다'고 이야기하니 의원들이 감동했다"고 답했다.
'이 대표의 모두발언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비판엔 "모두발언에서 진정성이 좀 떨어졌다" "약간 항변으로 느껴졌다"고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가 마지막에 그런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많이 누그러졌다"고 말했다.
'또 사달이 날 가능성이 있지 않으냐'는 지적엔 "왜요, 왜 이러세요"라고 즉답을 피하며 농담으로 답변을 갈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