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차기 한은 총재 임명권 1월에 행사해야”

“한은 총재, 정치적 독립 보장돼 있어…빠른 지명, 부작용 최소화”
“이 총재, 법률에 대한 이해 아쉬워…부정적 평가엔 동의 안 해”
“차기 총재, 인플레이션과 금융안정 최우선 과제로 삼을 듯”
“한은법, 총재 부재 시 대행자 명시해야”

◆ “한은 총재, 정치적 독립 보장돼 있어…빠른 지명으로 부작용 최소화해야”

- 최근 뉴스레터 미디어 피렌체의 식탁에 기고한 칼럼에서 차기 한은 총재를 후임 대통령에게 미루지 말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할 것을 촉구했다. 조세일보 독자를 위해 그 취지를 다시 한 번 설명해 준다면?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한국은행법에서는 총재를 포함한 7명에 대해 임기직으로 신분을 보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치로부터 독립하라는 뜻이다.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차기 대통령에게 미룬다면 한국은행 총재를 대통령이 주물럭거릴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도 차기 총재 임명을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

- 일부 언론에서 대통령 임기를 생각해서 다음 대통령이 임명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내놨는데?

“그런 의견 자체가 정치적인 발상이다. 한은법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차기 대통령이 후임 한은 총재를 임명해야 한다는 강력한 논거는 현직 대통령이 임명하는 게 싫다는 것이다. 그 자체가 굉장히 정치적인 코드가 들어가 있는 발언이다. 그 주장을 하는 이들은 전례를 근거로 삼는다. 즉, 그동안 2월 중순 차기 총재 후보 발표, 2월말이나 3월초에 청문회 시작, 3월말 대통령 임명 절차를 밟았는데 이번엔 그 일정대로 가면 대통령 선거 기간과 일정부분 겹칠 수 있어 후임 총재 지명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과 겹쳐 지명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면 일정을 앞당기면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 1월 내 지명하고 1월 안으로 인사 청문회를 마치면 된다. 차기 한은 총재는 현직 대통령이 임명하는게 맞다.”

-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차기 총재 지명이 지체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염려되나?

“차기 한은 총재 임명이 늦춰지면 일반적으로 조직은 정치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다. 학연, 지연 등을 중심으로 차기 총재 후보에 줄서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런 부작용을 막는 것이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빠른 임명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차기 총재가 빠르게 정해진다면 후임 총재는 통화정책 등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민간기업도 내년 3월 임기 만료인 사장 인선을 지난해 11월에 발표, 4개월의 여유를 뒀는데 한 나라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이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미리 지명하는 것은 더 많은 장점이 존재한다.”

- 문 대통령이 임명할 경우 어떤 인물을 찾아야 하나? 인선 기준을 제시한다면?

“대답하기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대통령이 정하는 부분이기에 한은 직원의 한 사람으로 언급하는 것도 결례라고 생각한다. 여야가 합의할 정도의 자질과 경륜이 인증되는 사람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드릴 수 밖에 없다. 이해해 달라.”

◆ “이 총재, 법률에 대한 이해 아쉬워…부정적 평가엔 동의 안 해”

- 이코노미스트로서 이주열 총재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이 부분 역시 언급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한국은행에 38년째 다니고 있는데 오래 다닌다고 훌륭한 이코노미스트라고 하기도 어렵고 한은 직원이 현직 총재에 대한 평가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코노미스트가 아니라 한은법을 오랫동안 다루었던 연구자로서 보면 이주열 총재의 통화정책 내용에 대해서는 학계나 언론계에서 평가하는 부분이 맞는 것 같다. 그러나 한은법을 오랫동안 연구했던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에서 보면 이 총재의 법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점은 많이 아쉬웠다. 작년 코로나 위기가 커진 직후, 많은 전문가들은 한은이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처럼 영리기업 여신을 해 주는 등 적극성을 띄어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이 총재는 한은법은 연준법과 다르기 때문에 미 연준처럼 움직일 수 없다고 했지만 한은법과 연준법은 동일하다. 아쉬운 점이 있었다”

- 한은 노동조합의 설문조사에서는 후임 총재로 60%가 외부 출신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에 동의하는지?

“우선 한국은행 내부 직원들의 평가가 외부로 알려진 부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부 출신 총재는 일반적으로 외부 출신 총재보다 운신의 폭이 제한된다. 또한 그동안 한은에서는 총재 임기 마지막에 가서 인기가 더 없어지는 현상이 존재해왔다. 임기를 채웠던 과거 총재들도 대부분 그랬다. 이 총재가 더 많은 원망을 사거나 실망을 시켰다고 보지는 않는다. 내부 출신이라 편한 점도 있었을 것이고 기대치가 높았는데 기대치 충족이 안되니 더 박하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에 대해선 이 총재를 변호해 주고 싶다.”

◆ “차기 총재, 인플레이션과 금융안정 최우선 과제로 삼을 듯”

- 최근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차기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에서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사안은 무엇인가?

“이 역시 현직 한은 직원으로 답하기는 적절치 않은 질문이다. 다만 어떤 분이 오시더라도 전 세계적인 문제인 인플레이션 예방을 첫 번째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한은법에 목표 조항으로 들어가 있는 금융안정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차기 한은 총재가 새 정부와 어떻게 손을 맞추느냐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차기 총재가 본인 철학에 따라 잘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

◆ “한은법, 총재 부재 시 대행자 명시해야”

- 칼럼에서 현행 한은법의 맹점도 지적했는데 어떤 부분을 어떻게 개정해야 하는지?

“법으로 본 한국은행이라는 책에서 한은법 1조부터 116조까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칼럼에서는 한은의 지배구조, 특히 임명 절차에 관해 오류를 지적했다. 현행 한은법에는 총재 부재 시, 유고 시에 누가 무슨 책임을 갖고 있느냐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않다. 1997년 이전 법에선 총재 부재 시 부총재가 업무를 대행한다고 명시했었다. 현행법은 총재 부재 시 금융통화위원의 한 위원이 의장을 대행한다고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금통위 회의가 없을 때는 누가 한은을 대표하고 내부 경영을 할 것인가? 한은은 금통위 회의가 열리지 않을 때도 집행을 하는 기관이다. 0점짜리 한은법 개정의 결과다.”

대담 = 임 혁 선임기자
정리 = 이민재 기자
사진 = 임민원 기자

※ 인터뷰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