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자가당착, 검찰총장 당시 '통신자료 282만건, 통신사실확인자료 17만건' 조회
국회 관련 법 개정 요구 외면, 국민의힘 '불법사찰 주장' 역시 자가당착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와 강민국 원내대변인(왼쪽), 유상범 의원이 3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 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조회 문제와 관련해 김진욱 공수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3일 공수처 사찰 규탄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진욱 공수처장은 더 이상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법률적·도덕적 권위와 명분을 다 잃어버린 신분"이라며 "오늘이라도 자진 사퇴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공수처의 통신 조회 기록은 국민의힘 의원 89명으로 전체의 85%에 달한다.
김 원내대표는 "고발사주 의혹과 아무 관련이 없는 의원들까지 탈탈 털어간 것은 누가 봐도 과도한 직권남용이며 수사 갑질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라며 "오늘 국민의힘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를 저지른 김진욱 공수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매서운 여론은 김 처장을 결코 용서하지 않고, 그를 비호한 세력에게도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정권하에 발생한 공수처 불법사찰에 대해 왜 입을 닫고 침묵하나"라며 "김 처장의 불법 혐의에 대한 수사를 수사기관에 요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선대위회의에서도 "공수처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통신자료마저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0월에는 김 위원장이 당직을 떠나 민간인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김 위원장까지 대상으로 삼은 것은 우리 야당과 관련된 인사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탈탈 털었다는 증거"라며 "매우 광범위하게 민간인 사찰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꼭두각시 김진욱 공수처장의 합법 주장은 수사의 기본도 모르는 무식한 소리"라며 "수사 비례원칙에 완전히 어긋난다. 공수처가 정권에 과잉 충성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공수처의 통신조회를 '정치·언론·국민 사찰'로 규정하고 '공수처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의 이런 주장에 대해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사기관의 통신조회는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로 구분된다.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수사 대상자의 인적사항을 이동통신사에 요청해 제공받은 자료로 법원의 허가(영장) 없이 제공 받을 수 있다. 여기에는 '이용자 이름, 주민번호, 주소, 가입 및 해지 일자, 전화번호, ID 등' 이통사 가입정보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번 공수처 통신조회 논란에 해당하는 이용자 정보 역시 '통신자료'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반면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정보로 '상대방 전화번호, 통화 일시와 시간, 인터넷 로그기록, IP 주소, 발신기지국 위치추적 자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긴급 상황 시에 수사기관은 '요청서'만으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받을 수 있고, 사후에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재직시절인 2019년 7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검찰의 통신조회 건수는 '통신자료' 282만 5600여건으로 집계됐다. 또 법원의 허가를 받아 조회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총 17만 8500여건으로 드러났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대구선대위 출범식에서 공수처의 통신조회 논란을 거론하며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닙니까"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과거 검찰총장 시절 통신조회 건수가 300만건에 달한다는 사실에서 윤 후보의 이런 태도가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수사기관이 수사대상의 통화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행하는 '통신조회'에 대해 불법 사찰로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법 해석이다.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등을 위해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0년 하반기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가져간 통신자료 중 전화번호 수만 256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용자들은 수사기관 정보수집 사유와 적법성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용자가 이동통신사에 직접 문의해 수사기관 조회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 2016년 민변·참여연대 등은 이통사를 상대로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은 통신자료제공 요청서의 내용을 공개해달라는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했지만, 대법원은 이통사의 손을 들어주며, 관련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오래 전부터 시민사회에서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한 바 있다지만, 국회는 관련 법 개정 요구에 대해 계속 외면해 왔다.
20대 국회만 해도 복수의 의원들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가 중단돼 자동폐기된 바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법 사찰'이라고 주장하는 바로 그 법률이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법 사찰 주장 역시 자가당착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