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김종필처럼 대단한 존재라면 '지지율 15%' 올랐을 것"
"박근혜, 두 번 사퇴한 김종인 모시러 선거 D-10 찾아갔다"
"박근혜 때 선거 D-70 김무성 임명... 선거 D-5라도 조직개편"
'윤핵관' 지목 요청은 회피해도... '李 비토론'은 앞에서 말하라"
"사면된 朴, 잠시 시간 갖고 정국을 다양한 경로로 파악하시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31일 서울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마친 뒤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1일 "박근혜 대통령이 됐을 때도 임명직이라도 하려고 알랑댔던 적이 없다"며 "저는 제 정치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KBS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선거대책위원회 내) 제 역할과 책임이 부정당한 상황에서 제가 그렇게 할 사람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뷰는 사실상 이 대표의 선대위 재합류를 논의하기 위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의 오찬을 앞두고 진행됐다.
이 대표는 "제 개인의 거취 때문에 왈가왈부하는 상황이 더 이상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 제가 들어가고 말고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제가 그렇게 대단한 존재라면 옛날에 김종필(JP)과 김대중(DJ)의 결합처럼, 제가 가는 것만으로 국민 지지율이 15%가 얹혔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이런 (대단한) 존재라면 애초에 제가 상임선대위원장 할 때 저한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그때는 (저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일들이 일어난 것인데, 지금 와서는 '이준석 대책'이 선거의 9할인 것처럼 모든 사람이 달려드는데 천만에"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께서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대선을 도울 때 두 번 사퇴하셨다"며 "한 번은 총선 때 비대위원을 사퇴하셨고 그다음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라고 나중에 공약기구를 담당하셨다가 사퇴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를 열흘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이 '제발 지지 선언을 해달라'는 취지로 모시러 갔을 때 '지지선언'을 하면서 선거에서 역할이 마무리됐다"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지금의 상황을 봉합하자는 분도 있겠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로 봉합하면 과연 지금 우리 후보에게서 이탈한 그 지지층을 다시 가져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지난 12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이준석 대표와 만나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 의원은 이 대표와 갈등을 사과하기 위해 당 대표실에서 기다렸으나 만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그동안 굉장히 우호적이었던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금은 약간 싸늘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엔 조수전 전 공보단장과의 갈등을 예로 들며 "저는 별로 달라진 기운을 느끼지 못 한다"고 답했다. 윤 후보가 자신에게 원래 우호적이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답변이다.
이 대표는 "선대위를 굉장히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제 지휘권과 책임이 명확해야 하는데, 그것을 부정당한 상태에서 '그것을 정리하라'고 (윤 후보에게) 사실상 요구했다. 조 단장의 항명에 대한 거취 표명을 하도록 후보의 의지를 확인했던 건데 후보는 그 상황에서 '이게 민주주의다'라고 했다"며 "저에게 어떤 지휘 역할을 일임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했다"고 해석했다.
이 대표는 "후보가 잘못하든지 선대위가 잘못하든지 둘 중 하나다. 선대위가 우리는 잘못이 없다고 '복지부동' 버티고 있으면 후보한테 책임을 씌우는 것"이라며 "선대위에서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인사, 직을 던지겠다는 인사는 안 보인다" "선대위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일 생각이 없는 것이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 대표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박 전 대통령이 난맥상을 겪고 당시 김무성 대표를 좌장 격인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하면서 (선대위가) 선거를 70일 앞두고 안정화됐다"며 "선거 5일 전이라도 조직을 개편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을 지목하면 정리하겠다'는 윤 후보의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지만, 당 대표의 리더십을 지적하는 '이준석 비토론'과 관련해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라"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만약 당 대표에 대한 비토론이 있다면 공개적으로 누군가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제가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설전할 것은 설전할 텐데, 지금 정상적인 경로로 그런 의견이 많이 표출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정당에서 그런 것 갖고 토론하는 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뒤에서 서로 전화 돌려서 무슨 획책하는 건 결국 국민들이 안 좋아하는 구태정치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월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면된 박 전 대통령이 어느 편에 힘을 싣는냐에 따라 후보 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엔 "박 전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로 인해 탄핵의 불명예와 형사재판까지 받으시는 고초를 겪었다. 사면 복권을 통해 다시 정치활동이 가능해지셨는데 또다시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에 의해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박 전 대통령은 특히 선거나 이런 데 있어 굉장히 정치적 판단력이 뛰어난 분이니 잠시 시간을 갖고 현재의 정국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파악하실 때까지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다소 동떨어진 대답을 했다.
진행자가 '후보 교체 가능성'을 재차 묻자 "만약 지금 상황에서 후보가 교체된다면 선거를 치를 필요도 없이 진다. 국민한테 '저희 당원들의 집단지성이 틀렸다'고 하는 것 자체가 당원들의 굉장한 사기저하로 이어진다. 무엇보다도 이런 선례를 만들면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에서 후보가 선출된 뒤에도 후보를 흔들기 위한 노력이 상당히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당의 기강을 잡아야 하는 당 대표 입장에서는 이런 것들이 관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든 싫든 우리 당원 모두는 윤 후보의 당선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것이 저처럼 선대위 운영 과정의 잘못을 지적하는 방식이든지, 각자 홍보하는 방식이든지, 후보의 장점을 설파하는 방식이든지 그건 당원들이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
한편, 인터뷰 이후 진행된 김종인 위원장과의 오찬에서 이 대표의 선대위 합류는 최종 불발됐다. 이 대표는 오찬 후 기자들에게 "선대위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