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석열표 '상식과 공정'… '윤로남불' 부메랑

신정아 사건 때는 구속

윤석열 표 '상식과 공정'… '윤로남불' 의구심,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정치 초보 문제 대처 능력 시험대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6월 29일 출마선언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상식과 공정'을 내세우며, 현직 검찰총장 직을 벗어 던지고 곧바로 대선 후보로 나서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의 주인공으로 정치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모든 바탕에는 높은 지지율이 떠받치고 있었다.

최근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 연일 도마에 오르자, 급기야 지난 26일 김건희 씨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사과' 했다. 지지율 하락에 따른 위기의식의 표현이었다.

부인 김씨의 사과에 대해 윤 후보는 28일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이 사과가 충분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다만, 진정한 마음에서 한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가보면 김건희 씨의 사과와 윤 후보의 이 평가가 왜 국민의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지(만약 국민 여론이 싸늘하다는 평가가 타당하다면) 알 수 있다.

김건희 씨의 지난 26일 사과에서 남편 윤석열에 대한 자상함과 그에 대한 자신의 미안한 마음을 국민들에게 전하면서 정작 논란이 되고 있는 '허위 경력'에 대해서는 두루뭉술한 사과로 넘어갔다.
YTN은 김 씨의 공식 사과 발표 이틀 전인 24일 김 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우선 '김건희씨가 대통령 후보 부인으로서 공식 석상에 언제 나설 것인지'를 물었다.

질문 : "언젠가는 뵐 수는 있는 걸까요? 나오실 계획은 있으신 거죠?"
김건희 : 네, 계획은 있을…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지금 이제 봐야 돼요. 아예 안 나오면 국민들이 제일 좋아하겠죠. 제가 지금 거의 악마화 돼 있잖아요. 아예 안 나오면 제일 좋아하시겠죠.

김 씨는 자신에 대해 언론이 '악마화'하고, 악의적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건희 : 공보팀이나 이런 데 앞으로 문의를 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하여튼 조금 저는 하여튼 좀 그랬어요. 갑자기 사람이 말하면 맥락을 끊고 딱 그 부분만 (보도)하면은 이게 얼마나 악의적이에요. 제가 악의적인 걸 너무 많이 당해서….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해주면 좋은데 YTN은 그렇지 않아요. 제가 봤을 때. 저는 그런 거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게 옳다고 생각 안 하고. 또 제가 부족한 건데 어떻게 하겠어요. 제가 부족한 건 제가 제 평가를 받으면 되는 거니까.

김 씨는 또 결혼 전 일은 공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피력하면서 검증이 지나치다는 생각도 드러냈다.

김건희 :공적인 관심사는 제가 이해할 수 있는데 이거 옛날에 제가 결혼도 전에 이거는 공적인 관심사는 아닐 수 있잖아요. 제가 지금 이제 공직에 아내가 돼서 그런 거지 제가 학생 시절에 그냥 너무나 나이도 어렸고….

이렇듯 24일 인터뷰에서는 김씨의 공식 사과에 대한 입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지율 하락과 허위 경력에 대한 여론이 계속 악화하면서 윤 후보 측에서 김건희 씨의 직접 사과 방침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사과 후 바로 다음날 윤 후보는 유튜브 채널에 부인 김건희씨의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 영상을 올렸다. 아내의 사과에 대한 윤석열 후보의 애틋함이 묻어나는 인터뷰 영상이다.

그러나 정작 윤 후보는 과거 검찰 시절 이와 유사한 허위 경력 사건을 다룬 신정아씨 사건에서는 신 씨를 구속시킨 경험이 있다. 또한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의 표창장 위조 건과 비교해 '윤로남불'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김씨의 직접 사과에 대해 윤 후보 측은 '사과했으니 더 이상 의혹을 제기하지 말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작 사과해야 할 허위 경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동안 윤 후보가 보였던 개 사과와 실언이 나올 때마다 다시 해명하고, 그런 뜻이 아니라고 변명하는 듯한 태도에서 윤 후보가 내세웠던 '상식과 공정'은 왜 윤 후보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후보의 이런 태도를 보면서 여러 번 제기된 것이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이 윤 후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또 한가지 제기되는 문제가 윤 후보의 문제해결 능력과 정치력이다. 최근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에서 보여준 윤 후보의 정치력 또한 윤 후보의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본질을 벗어난 답변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회피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이 대표가 말하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정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누군지 지적해주고 합당한 지적이면 정리하겠다고 했는데 (이 대표가) 윤핵관을 한 분 지목했는데, 그 분은 이미 제 곁을 떠난지 한참 된 분"이라며 "나머지를 지목 안한다는 건 어느 누구의 문제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윤핵관은 없다"고 말했다.

윤핵관과 이핵관 문제로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윤 후보의 내부 갈등 대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이번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또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 국민들은 제1야당 대선 후보 윤석열에게 '윤석열표 공정과 상식'에 대해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