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맞아, 속도 조절해야"
민주당, 공시가격 변동으로 1세대 1주택 실수요자 부담 증가하지 않도록 방안 촉구
정의당 "집부자 표 잃을까 봐 뭐라도 하는 시늉"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대응 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0일 최근 이재명 후보가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 재산세 동결 등 부동산 감세 정책을 내놓은 것과 관련해 "이 후보가 서울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이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장관님이 오세훈 후보에게 패배했던 이유처럼 서울의 민심을 관통하는 것은 부동산 문제고, 최근 이 후보가 양도세 중과 유예나 재산세 동결 등을 꺼내는 이유도 여기 있나"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부동산 정책이 방향은 맞았다. 하지만 너무 급진적으로 추진했다"며 "정책은 급진적으로 추진하는 데 따른 부작용과 역풍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후보가 요구하는 것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흐트러뜨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속도 조절을 해가면서 국민과 시민 고통을 함께 나누는 정당이 되자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박 전 장관은 최근 청와대 이호승 정책실장이 양도세 중과 유예 방침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반대할 수 있다"며 "정책이란 추진하는 방향이 아무리 옳아도 어떤 부작용, 역풍과 부딪칠 때는 속도 조절을 해가면서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좀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쓰며 "집값 폭등으로 인한 부담을 온전히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어려움에 처한 민생경제를 고려해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재산세나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공시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계획을 유예·재조정하여 세 부담을 현재와 유사한 수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도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던 현실을 고려해 세 부담 상한 비율도 낮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이러한 입장에 화답하듯 오늘(2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내년에 부과될 보유세를 산정할 때 올해 발표된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1세대 1주택자 고령자는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한시 유예하는 내용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작년에 수립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차질 없이 추진하여 통계지표인 공시가격의 적정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갈 것"이라면서 "2022년 공시가격 변동으로 인해 1주택을 보유한 서민과 중산층 등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재산세, 종부세, 건강보험료 등 제도별 완충장치를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당은 정부에 2022년 공시가격 변동으로 1세대 1주택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세심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며 "정부는 제도별 영향분석을 토대로 다양한 방안들을 꼼꼼히 검토하고 보완대책을 준비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 예정으로, 당정협의를 통해 세부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세대 1주택 고령자 납부유예에 대해 검토를 요청했다. 1세대 1주택 총 세대수는 13만 정도 되고, 그중 고령자가 6만 호 정도 된다"며 다만 "종부세 납부 유예는 내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것으로 영구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 정의당 "집부자 표 잃을까 봐 뭐라도 하는 시늉"
반면 장혜영 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오늘(20일) "이 후보가 연일 감세와 공시가격 제도를 언급하는 것은, 올해 폭등한 집값이 반영된 공시가격이 올해 말부터 대선 전후로 줄줄이 발표되기 때문"이라며 "집부자 표를 잃을까봐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한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시가격은 시세에 현실화율을 반영해 산정한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9% 상승했지만, 대부분 폭등한 집값이 반영된 결과"라며 "정부가 설정한 현실화율은 고작 1.2%p 올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은 폭등한 집값이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나 공시가격 제도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현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을 선거 때 표를 더 얻어보겠다고, 여당 후보가 나서서 뒤집게 되면, 현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깊어질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여당 후보가 세금을 깎아주고, 제도를 뜯어고친다고 현 정부의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표 조금 더 얻자고 무책임하게 얄팍한 공약을 내놓기보다, 여당 후보답게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