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입장 변함 없지만... 약속 뒤집었다고 느꼈다면 제 책임"
"학생 행동이 전적으로 올바르진 않지만... 어떤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경북 성주군 다정농원을 찾아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마치고 참외 향을 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재명 후보가 지난 13일 자신에게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며 계란을 던져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고등학생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명 후보 측은 이소영 대변인을 통해 즉시 현장에서 선처를 요청했고, A군은 하루 동안 유치장에 갇혀 있다 석방됐다. 하지만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경찰이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를 이어 나간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이 후보가 전날 해당 학생과 성주경찰서장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 후보는 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어떤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는 저의 의사를 수사기관에 명백히 밝힌 만큼, 추가적인 민·형사상 처벌이 뒤따르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드 배치가 국익에 전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제 신념을 지키는 것보다 이미 사드 배치가 현실화된 상황에 기초해 대안을 찾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했다. 이런 입장이 약속을 뒤집은 것으로 느껴지셨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다"라고 했다.
성주경찰서장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학생의 행동이 전적으로 올바르고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공동체의 규칙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법을 어기면 누구나 합당한 책임은 져야 한다"면서도 "어떤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어 "부디 이 학생이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은 채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달라" "또한 저에게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대리인의 책무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경북 성주군 다정농원을 찾아 성주 참외 모종 심기 체험을 마치고 비닐하우스를 나오고 있다. 비닐하우스 문에 이 후보가 농원에 도착했을 지역의 사드 반대론자가 투척한 계란이 묻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입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그간 유치장에서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에게 계란을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진 것에 대해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치란 결과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정말 큰 책임감을 느낍니다.
어떤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는 저의 의사를 수사기관에 명백히 밝힌 만큼, 추가적인 민·형사상 처벌이 뒤따르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리고 우리 학생과 사드 배치 반대에 나섰던 모든 분께 진심으로 제 마음을 전합니다.
사드 배치가 국익에 전적으로 부합하지 않는다는 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주어진 현실과 상황에 맞춰 국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는 정치가입니다.
제 신념을 지키는 것보다 이미 사드 배치가 현실화된 상황에 기초해 대안을 찾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입장이 약속을 뒤집은 것으로 느껴지셨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제가 더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하고, 설득하고, 입장을 설명 드리지 못한 탓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우리가 여전히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정치가로서 국익을 극대화할 외교적 방안에 대해 고민했듯이, 우리 학생과 사드배치를 반대하시는 모든 분은 주권자로서 나라를 걱정하고,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에 기초해 저에게 호소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 호소에 걸맞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의 진심을 보여드리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다시는 계란 던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 오직 국익과 국민의 이익을 제1원칙으로 삼는 실용주의 외교 노선 하에서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우리 학생 덕분에 제가 왜 정치를 하는지, 또 제가 들어야 할 국민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큰 목소리든, 작은 목소리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은 이재명 후보가 성주경찰서장에게 보낸 편지 전문
OOO 성주경찰서장님께.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입니다.
지난 13일 저를 향해 계란을 던진 한 고등학생에 대한 선처를 호소드리며, 민·형사상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전하기 위해 이 편지를 올립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특히 주권자의 권한을 위임받은 대리인에겐 국민의 의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다소 과격하고 거친 방식의 의견 표출이라는 이유로 처벌받는다면, 국민이 대리인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을 꺼리게 될 것이고,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정치가도 그 의무를 다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물론 학생의 행동이 전적으로 올바르고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공동체의 규칙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법을 어기면 누구나 합당한 책임은 져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학생의 행동에서 어떤 위협의 의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에게 절실하게 호소하고자 하는 의지, 지역 공동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았습니다.
다시 한번 호소드립니다.
저는 어떤 처벌도 원하지 않습니다.
부디 이 학생이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은 채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또한 저에게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대리인의 책무에 충실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