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성 구속영장 기각, 윤석열 향하던 공수처 수사 난항

법원, '범죄 혐의 소명 부족' 판단
공수처 "조사와 증거 보강 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 판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당사자 중 한 명인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26일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 한 뒤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해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출석요구 상황 등 이 사건 수사진행 경과 및 피의자에게 정당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심문 과정에서 '향후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피의자 진술 등"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청구한 1호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오점을 남기며, 향후 수사에도 부분적으로 동력을 상실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손 검사에 대해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둔 시점에 부하 직원에게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 고발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라고 지시하고,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4월3일과 4월8일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로 지난 23일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는 중요 피의자인 손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조사를 회피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손 검사의 신병을 확보해 고발 사주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는 공수처의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양지열 변호사는 "공수처에서 나름대로 증거가 확보된 상태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줄 알았는데, 법원의 판단을 보니 공수처가 손 검사의 범죄혐의에 대해 소명을 못 한것 같다"며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손 검사에 대한 소환 일정이 예정돼 있는 11월 초에 수사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11월 5일 이후에는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영장 기각 직후 "아쉽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추후 손준성 검사에 대한 조사와 증거 보강 등을 거쳐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손 검사는 구치소를 빠져나오면서 "현명한 결정을 내주신 사법부에 감사드린다"는 짧은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