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캠프, 이번엔 '제보자=공익신고자' 인정 공방

전현희 "대검도 공익 신고기관… 법적 보호조치는 권익위만 가능"

신봉기 교수 "공익신고자 명칭 '적법'… 제대로 된 신고자는 권익위에"

전현희 "'직권남용' 어렵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공익신고 대상"

전현희 "언론 제보 후에도 인정 가능"vs 권경애 "마녀사냥 지목권 부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 재직 시 여권 인사들의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검찰 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가 지난 8일 대검찰청으로부터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공익신고자 판정 권한이 대검찰청에도 있는가, 언론에 먼저 제보한 후에도 공익신고자로 인정할 수 있는가, '고발사주'가 공익신고 요건을 충족하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자보호법상 대검도 공익신고기관으로 볼 수 있고, 수사과정에서 공익신고자의 신분에 대한 보호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석열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은 10일 논평을 내고 공익신고자 판정 주체와 요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실장은 "공익신고자 판정 권한은 국민권익위원회에 있다. 게다가 검찰은 통상 60일이 걸리는 공익신고자 판정을 단 며칠 만에 해치웠다. 검찰이 월권까지 해 가며 이 제보자를 허겁지겁 숨기려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했다.

자발적으로 신원 노출위험을 감수하고 언론에 먼저 제보한 사람도 공익신고자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실장은 "원칙적으로 언론 제보자는 공익신고자로 인정 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정치공작의 음모를 꾸미는 세력에 언론이 악용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A가 공익신고자라면 20년 전 병풍 공작의 주모자 김대업도 공익신고자로 보호받았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전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공익 신고 요건을 따지는 데 통상 60일 가까이 걸린다는데, 대검 감찰부는 불과 며칠 만에 초특급으로 판단을 내렸다"며 "공익신고자 해당 여부와 보호조치에 대한 최종 결정 기관은 국민권익위이고, 국민권익위는 '제보자로부터 신청이 들어온 게 없다'고 반박했다. 대검 감찰부가 대체 무슨 권한으로 나섰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정한 목적으로 제보한 이후 신분을 감추기 위해 공익신고를 했는지도 자세히 살펴볼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전현희 "대검도 공익신고 기관… 법적 보호조치는 권익위만 가능"

그러면서 전 위원장은 대검 차원의 보호조치와 권익위 차원의 보호조치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전 위원장은 "(대검의) 보호조치는 수사과정에서 비밀을 보호해줘야 공익신고자의 신분이 외부에 누출되지 않게 내부 수사절차에서 비밀을 지켜주는 조치"라며 "공익신고 보호법에서의 보호조치인 외부에 대한 보호조치"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제보자가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하지 않았고) 권익위 보호조치가 신청되지 않은 이상 대외적인 효력은 없다"며 "제보자가 권익위에 보호조치를 신청해서 권익위가 보호조치를 개시하면 신고했던 시점으로 보호조치의 효력이 발동(소급적용)한다"고 덧붙였다.
 

신봉기 교수 "공익신고자 명칭 '적법'… 제대로 된 신고자는 권익위에"

한국부패방지법학회 회장인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익신고자보호법 제6조를 언급하며 "(제보자가) 공익신고를 대검에 한 것이 맞다면, 현행법상 신고행위를 한 자라는 그 자체로서 공익신고자로 칭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적었다.

그러나 신 교수는 "공익신고자보호법에 있어 권익위가 중심적 위상을 갖게 되는 이유는 공익신고를 한 경우에 그에 대한 신변보호조치(제13조) 등 각종 보호장치가 권익위의 결정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된 공익신고자라면 적어도 권익위에 공익신고를 하는 것이 옳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또 "다른 조사기관에 공익신고를 하는 경우는 적어도 권익위가 공익신고자 처리의 컨트롤 기관인지를 모르거나, 아니면 그 쪽에서 처리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특히 공직자의 공익신고라면 그가 권익위의 존재를 몰랐을 리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했다. 이어 "공익신고자로 이후의 신변보호조치 등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했다면, 그 신고행위 자체로서 의혹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대검이) 임의로 제보자로 판단해 공익신고자로 했다면 위법이지만, 설사 그러한 경우에도 검찰 내부의 간이절차로 돼 있는 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것조차 거치지 않고 공익신고자로 판단했다면 위법한 직무집행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공익신고 요건... 전현희 "'직권남용' 어렵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가능"

'검찰 고발사주 의혹' 제보가 공익신고자보호법상 공익신고에 해당하는지는 쟁점에 따라 다르다. 사건의 쟁점을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으로 본다면 공익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전달자'와 '제보자'가 채널A 사건 제보자인 지모 씨의 실명 판결문을 공유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공익신고에 해당한다.

전 위원장은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익신고자 요건과 적용에 대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뉴스버스 보도에 나온 걸 보면 (윤 전 총장의) 혐의는 권한남용으로 보이는데 권한남용은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대로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실명 판결문을 공개할 경우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이는 공익신고 범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전현희 "언론제보 후 인정 가능"vs 권경애 "마녀사냥 지목권 부여"

전 위원장은 '언론에 먼저 제보하면 공익신고자로 보호할 수 없다'는 야권의 주장과 관련해 MBC라디오에서 "언론에 제보한 이후 신고기관에 신고했을 경우 절차에 따라서 공익신고자로 볼 수가 있다"며 "언론에 제보한 내용과 기관에 신고한 내용이 동일하고, 다른 증거자료가 없을 경우에는 공익신고자로 보지 않고 종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경애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 제보자를 공익신고자에 원칙적으로 포함시키지 않는 이유는, 언론 보도는 자유로운 검증의 대상이 되고,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이어 "언론에 먼저 제보하고, 제보자는 공익신고자로 숨겨서 제보자의 진정성이나 제보내용에 대한 검증조차 금지시킨다면, 지목된 당사자들은 꼼짝없이 여론의 심판대에 오르게 돼 제보자에게 마녀 사냥권과 지목권을 부여하는 것과 진배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