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역선택 방지 조항'으로 공방

최재형 캠프 "홍-유 지지율, 민주당 지지층서 5배 높다"

최재형 캠프 "여론조사기관 대표, 역선택 작용 확인했다"

김재원 "이준석, 최고위 의견 무시하고 결정 후 언론 발표"

유승민 "'중수청' 확장이 중요... 준비 안 됐으면 그만두라"

홍준표 "우물 안 개구리... 중도층에서 지지율이 올라간 것" 

원희룡, 공을 선관위에?... "선관위 구성되면 결정하겠다"

경선을 앞두고 '경준위 월권', '당 대표 중립성', '당 대표 탄핵', '국민의당과의 합당 결렬', 대선주자와 대표 간 '녹취록' 공방, 대선주자 간 '후보 사퇴 촉구' 등 연일 잡음이 끝이지 않던 국민의힘이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다음 달 중순 대선 예비경선 진출자 8명을 압축하는 '경선 1차 컷오프'를 100% 국민 여론조사로 결정하기로 함에 따라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간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겪고 있는 윤석열, 최재형 캠프와 일부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지층이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상대하기 쉬운 후보"인 홍준표, 유승민 후보를 여론조사에서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홍준표, 유승민 캠프는 지지율의 비결을 중도 확장성에서 찾으며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경준위는 앞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병수 경선준비위원장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샘플이 30%라고 하더라도 그분들도 우리 국민들인데 우리 당 후보 중에서 대통령이 될 사람이 누가 좋겠다고 자유의지로 선택했다면 반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역선택은 고려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그러자 일부 최고위원은 역선택 방지 조항은 경선 규칙에 해당하고, 조항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최고위의 권한이라며 경준위의 월권을 지적했다.
  ◆ 최재형 캠프 "홍준표-유승민 지지율, 민주당 지지층에서 5배 높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는 19일 "민주당 지지층의 국민의힘 경선 개입은 객관적인 수치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며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최재형 캠프의 이수원 기획실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이슈브리핑'을 열고 "8월 1일부터 선관위에 신고돼 공표된 총 16건의 여론조사결과를 전수 조사했다"며 "민주당 지지층에서 홍준표, 유승민 후보 지지율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다섯 배까지 높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어 "이러한 기현상은 역선택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역선택은 상대진영 경선에 개입해 무너뜨리기 쉬운 상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인데, 이 문제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조차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경선준비위원회는 역선택에 대한 고민이나 분석없이 (1차 경선) 선출방식을 여론조사 100%로 결정했다"며 "여론조사 분석표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여다보았다면 결코 내릴 수 없는 결정인데 전문가 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결정했다니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실장은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향해 " 중도층과 민주당 지지자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견강부회로 반사이익만 얻으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야권의 대선주자라면 상대하기 가장 쉬운 후보를 띄우려는 민주당의 전략적 선택을 자신의 수혜로 끌어오려는 얄팍한 계산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민주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콘크리트 친문 지지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홍준표, 유승민 후보는 '중도층 확장'을 운운하고 있는데, (역선택 방지 조항을 통해) 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하는 게 중도층 확장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홍준표 후보는 한 달 전인 7월까지만 해도 '대선 경선을 여론조사로 하는 나라가 당 후보를 뽑는데 당원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선거제도가 어디 있느냐'며 100% 여론조사를 비판한 바 있는데,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어제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잊을 정도라면 나라 경영에는 나서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9월 15일 1차 컷오프를 국민여론조사로 결정하기로 한 만큼, 지금과 같은 방식의 여론조사라면 특정 후보에 유리하고 특정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경선의 공정성을 잃는다면 정권교체는 물건너간다"며 "국민의힘 경선은 그 무엇보다, 민주당이 두려워하는 후보를 뽑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재형 캠프 "여론조사기관 대표, 역선택 작용 확인"

최재형 캠프 기획총괄본부장을 맡은 조해진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에 의한 역선택이 뚜렷이 데이터로 나타난다"며 "여론조사 전문 여론조사 기관의 대표에게 사적으로 물어봐도 역선택이 작용하고 있다고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여론조사 기관이 첫 질문으로 바로 정당 지지를 물어봤을 때 '민주당'이라고 바로 대답하는 층은 일단 배제하고 봐야 한다. 어느 기관에서 조사하는지 무슨 용도로 조사하는지를 모른다. 민주당에서도 조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 개인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당 차원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 민주당이 가장 부담스럽고 버거운 후보를 선출해내야 하는데, 그걸 위해서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반드시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에서 의결이 끝난 사항을 현실적으로 뒤집을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는 "이번 선거는 아직 룰 미팅이 시작이 안 됐다. 대통령 경선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출범되면 거기서 룰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논의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김재원 "이준석, 최고위 의견 무시하고 결정 후 언론 발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경선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등 경선규칙 관련 사항은 경준위가 아닌 최고위의 권한이므로 최고위가 해당 결정을 번복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 규칙에 관련된 사안은 경선준비를 위한 경준위의 권한이 아니라 최고위의 권한임을 명확히 하고 의결했다"며 "그런데 경준위는 경선룰 관련 사항인 역선택 방지문항을 넣지 않겠다고 결정해 언론에 배포한 바 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가 '역선택 문항에 대해서는 예비경선만이 아니라 본경선까지 같이 가야 할 문제이니 최고회의에서 의논해보자'라고 제안해 최고위원들 사이에 '역선택 방지문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일치했고 이 대표도 동의"했지만, "이 대표가 당일 최고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경준위에 역선택 방지문항을 포함시키도록 지시하겠다'고 공표해 언론에 보도됐다"고 비판했다.
  ◆ 유승민 "'중수청' 확장이 중요... 준비 안 됐으면 그만두라"

유승민 캠프와 홍준표 캠프는 중도 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집권이 어렵다며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앞서 유승민 캠프 대변인단은 지난 17일 논평을 통해 "지난 보궐선거를 통해 중도층, 수도권, 청년, 이른바 '중수청'으로 확장하지 못하면 정권교체는 불가하다는 명확한 방향을 확인했음에도, 역선택 방지 운운하는 것은 그만큼 대선주자로서 자신 없음을 실토하는 것"이라며 최재형 캠프에 "준비가 안 됐으면 그만두라"고 했다.

이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정치할 생각을 말아야 한다"며 "출마선언 때 고백처럼,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엉뚱한 궤변 늘어놓지 말고 그만 들어가시라"고 덧붙였다.
  ◆ 홍준표 "우물 안 개구리... 중도층서 지지율이 올라간 것" 

홍준표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지율 상승의 이유가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이 아닌 중도 확장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최근 다양하게 진보좌파 진영과 소통하고 국익 우선주의를 내걸고 활동하니 진보좌파 진영, 20~30대, 중도층에서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이제는 역선택이라고 비난한다"며 "대통령 선거가 우리 쪽만 데리고 투표하는 진영 선거냐"라고 반문했다.

홍 의원은 또 "갑자기 받는 선거 여론조사에서 과연 현실적으로 역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겠냐"며 "역선택 운운으로 우물 안 개구리식 선거로는 본선에서 필패한다. 다양한 국민들의 투표로 대통령 선거의 승패는 갈라지는데, 30% 남짓한 같은 편만으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고 적었다.
  ◆ 원희룡, 공을 선관위에?... "선관위 구성되면 결정하겠다"

원희룡 캠프는 경준위가 아닌 선관위가 구성되면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대구광역시당에서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 캠프는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며 "선관위가 구성되고 선관위로부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정권교체를 위한 당위성이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들어보고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은지 들어보고 결정하겠다"며 "유불리는 둘째"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