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지난해 금융권 신규 채용 규모 급감
"인건비 조정으로 청년 채용을..." 노사정 대화도 제안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이 5대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청년 채용에 대한 관심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우선 은 위원장이 청년 채용을 거론한 배경은 금융그룹, 그중에도 주력 회사인 은행들의 신규 채용 추이를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5대 은행의 신입행원 공채 규모는 지난 2018년 이후 이태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코로나가 닥쳤던 작년에는 감소 폭이 더욱 컸다. 가장 크게 줄어든 곳은 우리은행이다. 2019년의 589명에서 작년에는 170명으로 줄었다. 이밖에 국민은 394명에서 188명으로, 신한은 430명에서 350명으로, 하나는 200명에서 150명으로, 농협은 660명에서 437명으로 한 곳도 빠짐없이 다 신규채용을 줄였다. 올 상반기에는 농협은행만이 340명을 신규채용했고 나머지 4개 은행은 신규채용이 없었다.
영업점의 경우 국민은 지난 2019년말 1051개에서 작년말에는 972개로 줄였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여서 신한은 877개에서 860개로, 하나는 724개에서 651개로, 우리는 874개에서 821개로, 농협은 1135개에서 1121개로 감소했다.
임직원 수도 비슷한 추세다. 국민은행이 2019년말 1만6473명에서 작년말 1만6077명으로 줄인 것을 비롯, 5대 은행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인력을 감축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작년의 신규 채용 축소 폭은 전례 없이 컸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들은 “영업점수 축소와 비대면거래 증가 등에 따른 인력 효율화 차원”(하나은행)이라거나 “코로나19로 채용절차에 있어서 대규모 면접 등이 어려워진 탓”(신한은행, 우리은행)이라고 설명했다. 또 “은행의 채용 방식이 종래의 정기 공채 외에 수시 채용 등으로 다양해진 것도 신규채용 통계가 적게 잡히는 이유”(국민은행)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인력의 감소세와 달리 인건비 지출은 오히려 증가세라는 점이다. 인건비를 공개한 국민은행의 경우 2019년 2조5210억원에서 작년에는 2조7480억원으로 9.0% 증가했다. 1인당 인건비로 따지면 13,1% 증가한 셈이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추세일 것으로 짐작된다.
은성수 위원장이 간담회에서 ‘인건비 조정’을 거론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지주 회장들에게)구조적으로 인건비 조정 등을 통해 청년 채용을 늘리는 방향도 고민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정부와 금융권, 노조가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특히 올 상반기 중 금융그룹들이 ‘역대 최대의 실적’을 올린 점을 겨냥해 “금융권이 수익도 많이 내고 배당도 늘리는 상황에서 사회에서 금융권에 기대하는 것도 있는데, 고용을 늘려줬으면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에 대해 금융지주 회장들은 AI개발 등 디지털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디지털화 때문에 예전같은 양상의 채용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퇴임을 앞두고 청년 고용 문제를 챙기는 은 위원장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대규모 공채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관계자들도 “고용확대에 대한 금융당국 요청에는 늘 최선을 다하고 있다”(하나은행)면서도 구체적인 올 하반기 채용 계획과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미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