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투자증권 “은행 이상의 성장과 수익원을 기대한다”
키움증권 “대환대출 플랫폼 시장 장악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카카오뱅크가 지난 6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의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 KB금융을 제치고 단순에 금융 대장주에 등극했다. 상장 이틀 째인 9일의 주가도 상한가에 근접하며 강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로써 상장을 앞두고 일어났던 공모가의 적정성 논쟁에서 일단은 SK증권의 구경회 애널리스트 등 ‘적정가론’ 진영의 손이 올라간 형국이다. 상대적으로 유안타증권의 정태준 애널리스트 등 ‘고평가론’ 진영은 다소 머쓱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고평가 논란이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다. 우선 상장 전에 적정가 진영의 선봉에 섰던 구경회 애널리스트만 해도 9일자 리포트에서는 “상장 첫날 적정가치에 도달해 버렸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추었다. 그는 이어 “카카오뱅크는 기존 금융주와 달라 기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방법이 아직 없다”며 “적정가치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런 측면에서 상장 직전인 지난 3일과 5일 IBK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내놓은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IBK투자증권 김은갑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연목구어’라는 리포트에서 “시장이 카카오뱅크에 은행업 이상의 성장과 수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포트 표제는 그 기대가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김 애널의 견해를 함축하고 있다.
반면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고 수준의 Neo-Bank’라는 리포트에서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는 기존 은행과 달리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본으로 해외 진출 등 플랫폼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낙관했다.
두 애널리스트는 이처럼 카카오뱅크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공히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는 다른 ‘금융 플랫폼’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어 각각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를 분석하고 있다.
강점(Strength)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순수하게 모바일로만 여수신 업무를 수행해 4년 만에 28조6000억원 자산규모로 성장한 인터넷 전문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는 MAU(월간 활성 사용자)가 1330만명에 달한다. 이는 국내 금융 앱 1위, 전체 앱 14위 수준으로 높은 플랫폼 경쟁력을 보여준다. 고객 수 역시 1635만명으로 5대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중 20~30대 고객 비중이 56%에 달하는 동시에 이익률이 가장 높은 40대와 50대 이상도 22%, 15%를 차지한다.
이처럼 고객의 높은 활동성과 사용 빈도를 바탕으로 신용대출 시장에서 카카오뱅크의 점유율은 지난해 6.7%까지 올라 대형사 수준으로 성장했다.
카카오뱅크가 신용대출, 전세자금 대출 등 주력 가계대출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던 이유로 서 애널리스트는 ‘카카오 플랫폼’과 ‘가격 경쟁력’을 제시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친숙한 UI/UX(사용자 환경·경험)을 구축했다. 이와 함께 최소한의 사업모델만으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에 집중해 2030세대의 큰 호응을 얻었다.
카카오뱅크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보다 낮은 금리와 이를 가능케 하는 저비용 사업구조에 있다. 카카오뱅크의 7월 기준 전세자금 대출금리는 2.1%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이 회사의 올해 총자산 대비 판관비용률은 0.72%로 추정되며 ATM 수수료를 합치더라도 0.95%에 불과하다. 이는 1~2등급의 초우량고객 대출, 전세자금대출과 같은 정부 보증 대출에 집중해 비대면 대출의 장점을 누린 결과다. 우월적 협상력을 이용해 은행 전산망을 저렴하게 이용하고 CD/ATM 수수료를 낮춘 것도 주효했다.
기회(Opportunity)
서 애널은 카카오뱅크가 확보한 플랫폼 가치가 앞으로의 주가에 핵심 변수가 될 거라고 봤다. 이뿐만 아니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한 대환대출 플랫폼 시장이 열린다면 카카오뱅크가 시장을 선점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환대출은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고 가격 민감도가 높다. 대환대출 플랫폼이 보편화되면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라는 채널 경쟁력을 이용해 대환대출 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카카오뱅크는 플랫폼을 이용해 증권 연계 계좌 서비스, 연계 대출 서비스, 카드 사업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해왔다. 그중 증권 연계 계좌 분야가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냈다.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전체 신규 계좌에서 카카오뱅크 비중이 20~30%에 달할 정도로 높은 플랫폼 경쟁력을 증명했다.
서 애널은 카카오뱅크 CEO가 보험 전문가인 만큼 보험이 새로운 주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존 은행이 방카슈랑스 방식으로 자동차보험과 같은 보험 사업 진출에 성공한 것처럼 말이다. 다만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의 보험 진출로 사업 영역이 서로 겹치는 등의 제약 요인도 있다.
IBK투자증권 김은갑 애널리스트 역시 카카오뱅크의 플랫폼 역량을 높이 샀다. 현재 플랫폼 수익 비중이 8%로 매년 증가해온 만큼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플랫폼 이익이 커지면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아지고, 시장에서 받는 높은 밸류에이션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기에 중요하다고 봤다.
김 애널리스트는 다만 카카오뱅크가 성장을 위해서는 대출을 늘려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은행과 이익구조가 유사해지지 않도록 카카오뱅크 특유의 플랫폼 사업을 통해 차별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점(Weakness)
김 애널은 카카오뱅크의 전체적인 성장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까지 이미 1635만 고객을 확보했기 때문에 여기서 대폭 늘어나긴 어렵다는 것이다. 40~50대 고객 비중도 37% 이상으로 높아져 연령층을 다양화하는 것도 어느 정도 달성한 상태다.
그는 카카오뱅크의 성장을 위해서는 신용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중금리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봤다. 이때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주택담보대출은 가계대출 가운데 금리가 가장 낮아 NIM(순이자마진)이 낮아질 수 있고, 중금리대출은 대손비용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가 중금리대출을 늘리는 데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별도의 신용평가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4~6등급 고객 대부분 주부, 학생, 임시직 종사자와 같이 금융 이력이 부족한 개인이기 때문이다. 이들 고객 특성상 등급 변동 가능성이 크고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중금리대출은 정부의 금리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는 상황에서 판관비, 대손비용 등은 상대적으로 높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우려도 있다.
앞서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에 2023년까지 신용대출의 30% 한도 내에서 중금리대출을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연내 20.8%, 2023년 말 30%까지 비중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위협요인(Threat)
서 애널리스트는 정부 규제가 앞으로의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봤다. 지금까지 카카오뱅크가 급성장할 수 있던 것은 정부가 비대면 채널, 특히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덕분이다. 이제 카카오뱅크가 대형은행으로 성장한 만큼 정부 규제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연 5~6% 안팎으로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전문은행은 영향력이 작다는 이유로 예외가 인정됐는데 카카오뱅크는 이번 기업공개(IPO)로 사회적 책임이 커지면서 열외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최근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이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긴 만큼 당분간 인터넷전문은행을 향한 정부 규제는 이전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