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부장회의, 19일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 의혹' 불기소 결론
참석자 14명 중 불기소 10명·기소 2명·기권 2명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 공소시효 만료 전 '불기소' 판단할 듯
법무부 감찰관실·대검 감찰부 '합동 감찰' 향배 주목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19일 대검 부장회의 결과 참석자 14명 중 10명이 불기소 의견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따라 열린 대검 부장회의에서 대검 부장과 고검장들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모해위증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렸다.
대검 부장·고검장들은 19일 확대회의를 열고 한 전 총리 재판에서 모해위증 혐의를 받는 증인 김모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해야 한다고 다수결로 의결했다.
회의에는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을 비롯해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 일선 고검장 6명, 한동수 감찰부장 등 대검 부장 7명이 전원 참여한 가운데 불기소 10명, 기소 2명, 기권 2명으로 결론이 났다.
■ 11시간 마라톤 회의…첨예한 의견 공방
◆…대검 부장·고검장이 참석해 19일 열린 확대회의에서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과 주임검사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허정수 감찰3과장 등이 참석해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 5분부터 시작해 오후 11시32분께 종료됐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회의 시간만 11시간여에 이를 만큼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과 주임검사로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허정수 감찰3과장 등이 입장을 발표했고, 이들을 상대로 질의응답이 오갔다. 특히 엄희준 창원지검 형사3부장 등 수사팀 검사들도 회의에 참석해 모해위증교사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기소 의견이 우세한 데는 '물증 부족'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재소자들의 증언이나 진술, 출정기록 등을 제외하면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조 직무대행이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도 대검 부장회의에 고검장들을 참여시킨 점이 불기소 결론을 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경우 검찰 수뇌부가 '제 식구 감싸기'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반면 14명의 참석자 중 단 2명만 기소 의견을 내 회의 정당성 시비는 해소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직무대행은 회의 결과를 토대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22일 전까지 기소 여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다만 이날 참석자의 대부분이 불기소 의견을 낸 만큼 불기소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 압도적 '불기소' 의견…진상 규명 난항 예상
◆…'한명숙 사건 모해위증 의혹'에 대한 공소시효가 22일 밤12시에 만료된다. (사진=연합뉴스)
대검 부장과 고검장이 재소자 김모씨의 의혹에 대해 압도적으로 불기소 의견을 개진함에 따라 향후 수사팀의 위증교사 혐의도 입증이 쉽지 않게 됐다. 재소자 김씨의 모해위증 혐의 공소시효가 22일 자정에 만료돼 이틀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아 그 안에 변수가 생기지 않을 경우 수사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의 '합동 감찰'을 지시해 당시 수사팀의 부적절한 수사 관행을 점검할 여지는 남아 있다. 실제 한명숙 사건 수사팀은 지난해 수사 당시 재소자 가족을 불러 재소자와 외부 음식을 먹은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감찰 결과 인권 침해, 재소자 가족과의 접촉 여부 등 불공정 수사 정황이 발견된다고 하더라도 수사팀의 징계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의혹이 발생한 시점부터 징계 시효 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결국 박 장관의 '한명숙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 해당 의혹을 풀 실마리가 되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아졌다.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대검 부장회의 결론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가 새롭게 나오지 않는 이상 불기소로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 17일 한 전 총리 사건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한 공소시효 만료를 5일 앞두고 검찰에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에서 감찰부장, 감찰3과장, 임은정 검사로부터 사안 설명 및 의견을 청취하고 충분한 토론과정을 거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박 장관은 사건관계인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정보원 내지 제보자로 활용한 정황,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조사가 이뤄진 정황이 확인됐다며 '합동 감찰'도 지시했다.
박 장관은 이날 수사지휘서를 통해 "대검이 실체진실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중요 사안임에도 그동안 계속해 사건 조사를 담당해 온 감찰부장과 임은정 검사가 최종 판단에 참여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렸다는 점에서 사건 처리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결론의 적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