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8일 공수처법 위헌 심판청구 기각 결정
합헌 5·위헌 3·각하 1 의견, 나머지 심판청구 각하
◆…헌법재판소는 28일 오후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과 옛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청구한 고위공직자범죄사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사진=공수처 제공)
헌법재판소가 2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의 2조와 3조1항, 8조4항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나머지 청구에 대해선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 21일 공식 출범한 공수처는 위헌 시비를 털어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이날 오후2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과 옛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은 위헌"이라며 청구한 공수처법 위헌확인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 5, 위헌 3, 각하 1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유 의원의 청구는 보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대리했다.
■ 헌재 "공수처법, 청구인 기본권 침해 안해"
◆…헌법재판소는 28일 선고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등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헌재는 "공수처의 설치와 직무범위 및 수사·기소 대상 등을 정한 구 공수처법 제2조 및 공수처법 제3조 제1항, 수사처검사의 영장청구와 관련해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한 공수처법 제8조 제4항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나머지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각하했다"고 밝혔다.
먼저 '공수처가 입법부·행정부·사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기관'이라는 유 의원 등의 주장에 대해 헌재는 "공수처가 중앙행정기관임에도 기존의 행정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대통령과 기존 행정조직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형태로 설치된 것은 공수처 업무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고 설명했다.
이어 "공수처의 설치 목적은 고위공직자 등의 범죄를 척결하고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는 한편,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및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제도적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데에 있다"며 "공수처는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매우 중요한데, 행정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공수처를 기존 행정조직의 위계질서 하에 편입시킨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헌재 "공수처, 다른 기관 통제 가능…권력분립 위반 아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지난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수처 제공)
이와 함께 헌재는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의 통제를 받을 수 있어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공수처의 독립성이 중요한 만큼 이에 따른 책임 역시 부담해야 하는데, 공수처의 권한 행사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으로부터의 통제가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공수처가 독립된 형태로 설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그 근거로 △국회의 통제 △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권한 분산 △행정부의 장치 마련 등을 들었다. 헌재는 "공수처는 공수처법이라는 입법을 통해 도입됐으므로 국회는 법률의 개폐를 통해 통제권을 가지고, 구성에 있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이 권한을 나누어 가지므로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공수처장에 대해 국회 출석 및 답변을 요구할 수 있고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으며, 예산안에 대한 심의·확정권 등이 있다"며 "법원은 공수처의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위헌·위법심사권을 행사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심판권을 행사해 각각 공수처를 통제할 수 있다. 행정부의 내부적 통제를 위한 여러 장치도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에 대해선 헌재는 공수처법 5조 1항, 6조 4항과 7조 1항은 유 의원 등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기본권 침해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공수처의 구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으로,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어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고, "구 공수처법 8조 1항, 공수처법 10조 1항 3호 및 13조 2항은 청구인들이 구체적으로 다투지 않거나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헌재는 "구 공수처법의 2조 및 공수처법 3조 1항은 권력분립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평등권과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 옛 미래통합당 "초헌법적 국가기관 설립" 헌법소원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 등 옛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미래통합당은 지난해 2월19일 공수처법이 헌법상 근거 없이 초헌법적 국가기관을 설립하고, 삼권분립으로 귀결되는 권력분립원칙에 반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이들은 공수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의 구성과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고 주장했다.
한변도 지난해 5월 "공수처법은 법안 제출 과정에서부터 국회 본회의 의결에 이르기까지 문희상 국회의장에 의한 불법 사·보임 허가, 원안 내용을 일탈한 위법한 수정안 상정 등 무수한 절차적 하자로 점철돼 있다"며 유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당선인)을 대리해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위헌 확인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로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의 취임과 함께 정식 출범했다. 김 처장은 이르면 금주 중으로 복수의 처장 후보군을 선정해 문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할 예정이다.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이틀 동안 공수처 부장검사 4명과 평검사 19명의 원서 접수도 진행한다.
김 처장은 이날 오후 5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수처 인사채용 및 헌법재판소 등 현안에 대해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