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5일 조범동 2심서 징역 6년에 벌금 5000만원 구형
검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정당한 수사"
변호인 "조범동 재판서 조국, 정경심만 여러 차례 언급"
조범동 1심, '코링크PE 횡령' 정경심 공모 관계 부정
◆…검찰이 15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조씨에게 징역 6년에 벌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항소심에서 조씨에게 징역 6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조씨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공모했다면서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구자헌·김봉원·이은혜 부장판사) 심리로 15일 열린 조씨의 자본시장법 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조씨에게 징역 6년에 벌금 5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1심에서 조씨에게 징역 6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의 부정부패'를 엄벌하기 위한 정당한 수사였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검찰은 "사모펀드 비리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 재직 기간 중 공직의 책무를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부당한 사익 추구와 수단을 오남용한 범행"이라며 "피고인이 실체적 진실을 은폐한 범행은 국가의 사법 기능을 저해하고, 고위공직자 임명과 관련한 대통령의 임명권과 국회의 검증권을 침해한 범죄로 사회적 해악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링크PE 법인자금 횡령의 경우 거짓보고는 법정형이 징역 1년 이하로 가벌성이 낮은 범죄이지만, 가벌성이 낮다는 이유로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부정부패의 아우토반을 열어줄 염려가 있다"며 "이 사건 범죄의 실체에 부합하는 판단을 요구하는 것은 동종 범죄를 통한 사회적 해악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또 정 교수의 1심 판결을 비판하는 정치권과 일부 단체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쏟아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 대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비판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나 내로남불 같은 정파적인 비방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며 "검찰은 어떤 정파적 입장이나 정책, 법 개정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그저 범죄에 반대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변호인은 검찰 수사가 검증 없이 이뤄진 '부실 수사'였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변호인은 "익성의 이봉직 회장, 이창권 부사장은 현재까지 기소되지 않았고 공범으로조차 적시되지 않았다"며 "검찰은 수사의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변명과 함께 추가 기소나 피고인의 친인척 기소 등을 운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선별적 검찰권 행사로 인한 공범들 사이의 형평성 여부는 양형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피고인은 가혹한 수사와 촉박한 재판 진행으로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상황인데 비해 책임이 중한 공범들은 피고인에게 책임을 돌릴 모든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조씨가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원심은 피고인이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는 전제로 모든 위법은 피고인의 책임이라고 판단했다"며 "피고인은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책임자여야 한다는 편견이 존재한 게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2018년 연말 갑자기 가라앉고 있던 배에 억지로 타게 됐고, 배의 침몰을 막는 게 최선이라는 짧은 생각에 잘못된 방법으로 긴급 구출했다. 올바른 판단을 하지 않은 제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남의 유죄든, 무죄든 가리지 않고 더 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했다. 조씨 측 변호인이 정 교수의 판결문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했고, 이에 재판부는 정 교수의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조범동씨. (사진=연합뉴스)
1심은 지난해 6월 조씨를 '코링크PE의 최종의사결정권자'라고 보고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코링크PE의 대주주로서 WFM과 코링크 활동 수행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등 의사결정자의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1심은 정 교수와의 공모 관계에 대해서는 부정했다. 1심은 "정경심 교수와 피고인이 반복적으로 투자와 수익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둘 사이에는) 수익과 무관하게 한정된 일정 금액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성립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가 정 교수와 조씨의 공모 관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와 '공생 관계'를 맺고 사모펀드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공소장에 기재된 조씨와 정 교수의 공모 범행은 △허위 컨설팅 계약 관련 코링크 자금 횡령(업무상 횡령) △'블루펀드' 출자 관련 금융위원회 허위 보고(거짓 변경보고) △사모펀드 의혹 시기 코링크 자료 삭제(증거인멸·은닉교사) 등 크게 세 가지다.
1심은 '허위 경영 컨설팅 계약'과 관련해 코링크PE 자금 1억5794만원을 횡령한 부분에 정 교수가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5년 12월과 2017년 2월 조씨와 코링크PE에 총 10억원을 투자한 뒤 용역료 명목으로 받아 챙겨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보고 정 교수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했지만, 1심은 정 교수가 조씨에게 건넨 10억원은 '투자'가 아닌 '대여'라고 봤다.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도 정 교수의 코링크PE 횡령 혐의는 무죄로 인정하되 일부 미공개정보 이용과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는 유죄 판단했다. 정 교수의 재판부는 조씨에게 건넨 10억원은 '투자금'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정 교수가 횡령 범행에 적극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주식을 매수한 일부 혐의(자본시장법상 미공개정보이용)와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의무를 회피할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이용한 혐의(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범죄수익은닉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조씨는 조 전 장관 일가가 14억여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의 운용사인 코링크PE 총괄 대표로 재직하며 코스닥 상장사인 WFM을 무자본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채를 통해 확보한 인수자금 50억원을 자기 자본으로 허위 공시하는 등 주가 부양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WFM·웰스씨앤티 등 코링크PE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자금 89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도 함께 받는다.
조씨의 2심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오후에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