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전 VIK 대표, '검언유착 의혹' 재판 증인 출석
"이동재 편지받고 공포가 현실로 다가와, 정치적 목적"
"사건과 연결된 검찰 고위간부, 한동훈 알고 패닉"
이동재 측 '공익 목적 취재' 주장과 정면 배치 증언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재판에 나와 "한동훈 검사장의 이름을 듣고 패닉에 빠졌다"고 증언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관련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이 전 기자의 편지에 공포감을 느꼈고, 사건에 연결된 검찰 고위 간부가 한동훈 검사장인 것을 알았을 때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6일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기자와 백모 채널A 기자의 3차 공판에 이 전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에게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협박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대법원에서 자본금융법 등 위반 혐의로 징역 1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의 첫 번째 편지는 황당하다고 생각해 무시했지만, 두 번째 편지부터는 큰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고 증언했다. 편지의 전체적인 맥락과 내용이 검찰의 수사 방향과 의지라고 판단됐다는 것이다.
이 전 기자는 지난 2~3월 이 전 대표에게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 "대표님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이날 공포감을 느꼈다는 두 번째 편지에는 검찰이 신라젠의 수사를 재개했고, 이 전 대표의 자금 추적에 착수했다는 내용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를 받았을 당시 심경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검찰이 목적을 가지고 수사하면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무죄여도 소명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안다"며 "또다시 그런 구렁텅이에 빠진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증인을 타깃으로 수사를 개시한다는 느낌이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내가 타깃이 아니라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이 전 기자의 편지가) 허언이 아니라 치밀한 시나리오와 각본이 준비됐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서 "채널A 현직 기자가 편지를 보냈고, 검찰과 관련돼 있다고 하니 구체적으로 실행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대표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변호인으로부터 검찰 고위 간부가 이 사건에 관여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간부가 한 검사장인 것을 알았을 때는 '패닉'에 빠졌다"고 증언했다.
이는 지난 8월 첫 재판에서 '유시민을 겨냥한 것이 아니며, 공익 목적의 취재였다'고 주장한 이 전 기자 측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진술이다. 이 전 기자 측은 신라젠 수사가 예상되는 시점에 이 전 대표에게 채널A에 제보하면 도와줄 수 있다고 했던 것일 뿐 제보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가하겠다며 강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검사장도 자신이 '공작' 피해자라며 관련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한 검사장은 지난 7월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은 특정 세력이 과거 수사에 보복하고 총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소위 '제보자X'를 내세워 '가짜 로비 명단 제보'를 미끼로 기자를 현혹해 어떻게든 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집요하게 유도했으나 실패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재판에 출석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편지를 받고 공포감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던 '제보자X' 지씨는 법원의 출석요구서가 '폐문부재'로 송달되지 않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폐문부재는 주소지의 문이 잠겨있고 안에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지씨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 검사장이 먼저 증언하지 않으면 법정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신라젠 사건에 얽힌 유 이사장의 비위 내용을 제보하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의 친분을 언급하며 가족 수사를 무마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보고 지난 8월 이 전 기자를 구속 기소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제보자X' 지씨를 만난 자리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한 검사장과 통화한 녹음 내용을 들려줬다는 것을 근거로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범행을 공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만 검찰은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기소하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