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압도적 표차로 승리
아베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 총리직 수행
한일 징용 문제 두고 갈등 예상
"외교문제는 아베 총리와 상의할 것"
◆…14일 오후 일본의 새로운 총리로 선출된 스가 요시히데가 일본 내각관방(장관) 시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
지난달 건강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난 아베 신조의 후임 총리로 스가 요시히데(이하 스가)가 선출됐다.
14일 오후 2시 일본 집권 자민당은 중·참의원 양원 총회를 열어 선거를 진행하고 차기 총리로 스가를 선출했다. 스가는 이날 유효 투표 534표 중 377표를 얻어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을 제치고 총리에 선출됐다.
스가는 16일(수)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정식으로 총리로 지명되고 아베 총리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9월 말까지 재임하게 된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였던 아베 신조 퇴임 후 새로운 총리가 당선되면서 앞으로 한일 양국 간 외교 문제에도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 보수·우익 성향의 스가… 아베 정치 계승 |
◆…8년 가까이 집권한 아베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다수의 개각을 단행한 바 있는 스가는 아베 정치를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사진)
1948년 일본 아키타현에서 부농의 아들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스가는 오랫동안 '흙수저' 출신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정치인의 길로 들어선 것은 호세이대학 재학 당시 중의원이었던 오코노기 히코사부로의 비서로 활동하면서 부터다. 1987년 요코하마시 니시수 선거구에 출마해 시의원으로 당선된 스가는 1996년 중의원 총선거에서도 승리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고이즈미 전 총리 재임당시 총무부 대신을 지낸 스가는 2006년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신조를 적극 지원했고 이후 아베가 그를 총무대신으로 임명하면서 7년 8개월 동안 아베 정권의 주요 정책에 관여해왔다.
자민당이 보수·우익 성향을 갖고 있는 만큼 스가도 기본적으로 같은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8년 가까이 집권한 아베 총리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다수의 개각을 단행한 바 있는 스가는 아베 정치를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가는 우선적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막는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다.
| '한일 징용문제' 갈등양상 장기화 조짐 |
◆…스가 요시히데가 지난 2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발표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 채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앞서 스가는 외교 문제를 놓고선 아베 정권의 방식을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밝혀 한일 양국 간의 차가운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스가는 "외교는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아베 총리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을 확실히 계승하고 더욱 앞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한일 관계의 기본"이라며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 문제 판결이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앞으로도 한일 양국 간의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스가가 새로 꾸리는 각료를 극우 성향 정치인들로 구성할 경우 한일 관계도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본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올바른 인재를 적소에 배치하겠다고 말해 계파 정치보다는 전문성과 실력을 중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스가는 "정책을 조정할 새로운 정부 기관을 만들고 특히 보건, 노동, 복지 관련 부서를 재정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한 정책과 관련해 국가 의료보험 제도가 불임치료를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며 아베 정부가 충족시키지 못한 탁아소 대기자 명단 문제 또한 이른 시간 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지방은행의 통합에 대해서도 언급한 바 있다.
스가 총리는 일본의 사회 안전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소비세를 10%p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다 논란이 되자, 향후 10년 동안은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물러서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로 선출된 스가가 문재인 대통령과 언제쯤 만남을 갖게 될지 미지수인 가운데 앞으로의 한일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