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광복절 집회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10월 3일 개천절 집회…보수 단체들 "금지하더라도 강행하겠다"
국민생존권을 위협하는 명백한 불법행위
◆…8월 15일 광복절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라는 이름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집단감염 우려 속 집회가 진행된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2차 확산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 사랑제일교회 예배와 8.15 광화문 시위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보수 단체는 개천절에 시위를 하겠다고 나섰다.
방역 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이런 반사회적 집회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으며 개천절 보수 집회가 실제로 열린다면, 이미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를 파산으로, 의료체계는 붕괴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국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시위, 강경진압을 부르는 시위
'8·15 집회 참가자 국민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광장을 막으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헌법으로 맞서겠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전광훈 목사의 재수감은) 문재인 정권의 정치 탄압과 부당 압력에 법원이 굴복한 사건으로 대한민국 헌정사에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며 "(집회가) 불법이라면 행정법원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으로 법원이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뒤집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보수집회, 광화문광장을 막으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헌법으로 맞선다는 것을 밝힌다"며 개천절 집회 강행의지를 드러냈다.
11일 자유민주국민운동 등 보수단체는 집회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이유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고발하면서 “8월 15일 광화문에 나온 수만여 명의 국민을 좁은 장소로 밀어붙여 광화문 관련 확진자를 발생하게 했다. 광화문 집회 이후 경찰들이 정부의 정치방역 앞잡이가 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보수단체의 이같은 집회강행방침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단호하다.
방역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일부 단체가 추석 연휴 기간 중인 개천절에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참으로 개탄스럽다"며 "방역을 방해하고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선 국민이 부여한 공권력을 주저 없이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총리는 이어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경찰과 지자체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고 필요한 경우 법원에도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광복절 집회 여파로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국민들은 사실상 9시 통금과 혹독한 거리 두기를 감내 중"이라며 "(개천절·한글날 광화문 집회 예고와 관련) 정부는 법이 허용하는 가장 강력한 사전·사후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 행동은 이유가 무엇이든 용납하지 못한다"고 강경입장을 천명했다.
경찰청의 방침도 강경하다. 경찰청은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개천절 집회 대응계획'을 통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경찰청은 대규모 집회를 통한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다음 달 3일 서울 시내에서 집회하겠다고 신고한 291건 가운데 10인 이상 규모 또는 금지구역 진행 계획과 관련된 78건에 대해서는 금지를 통고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만약 집회를 강행하는 경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신속하게 해산 절차를 진행할 것이며, 그에 대한 불법행위는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보수단체의 시위 목적은…"문재인 탄핵"
보수단체가 시위를 강행하고자 하는 이유는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초래한 촛불시위를 비판하고 남한의 공산화를 저지하는 것이며,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은 자유민주국민운동 등이 인터넷에 올린 반정부 투쟁선언문에 나와 았다.
그들은 광화문 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안티 문재인' 시위가 강행된다면 공감은 커녕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공공의 안전을 걱정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것임은 명백하다.
국민의 지탄을 받는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보수단체의 주장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제기 되는 의문이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집회인가?"
■ 전광훈과 극우기독교가 일으킨 '제2의 신천지' 사태
◆…8월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정부 및 여당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광훈과 극우기독교, 보수단체가 8월 15일 광화문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전에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경고했으나 말을 듣지 않았고 결국 그 동안의 고생을 한 순간에 '헛된 일'로 만들었다.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는 예배가 감염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예배를 드렸다. 광화문 집회에서도 참석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한 채 마스크를 쓰는 둥 마는 둥하며 큰 목소리로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결국 전광훈과 전국에서 온 집회 참석자들은 집단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코로나19를 확산시켰다. 9월 10일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자 1,167명, 광화문집회 관련자 55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집회 참가자 중 상당수가 검사를 회피하고 있어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한계에 처한 자영업자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내놓은 가운데 1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 모습. 재택근무 및 도시락 식사가 늘어나면서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사진 연합뉴스)
8월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8월 30일 0시부터 9월 6일 24시까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를 시행한다며 "이번에 확산세를 진정시키지 못하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가 다시 속출하고 있다. 활기 넘치던 먹자골목과 주요 전통시장에는 손님이 없어 흉흉해졌다.
세계일보와 인터뷰한 인천 계양구 홍민호(가명)은 “광복절 이후 식당 매출액이 90% 감소했다. 이 상태로 1~2개월 더 가면 우리뿐 아니라 주위 가게 절반이 문을 닫을 판”이라고 우려했다.
학원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조모씨는 “최근 받은 소상공인 지원금으로 9월은 버틸 수 있겠으나 10월부턴 대출을 알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상권인 명동과 강남 등에서도 '임대'라는 팻말을 내건 점포가 늘고 있으며 여기서 일하던 직원도 실업자가 되고 있다.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될수록 더 많은 자영업자와 직원이 고사상태에 들어갈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1분기보다 3%이상 뒷걸음 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3.2% 줄었다고 1일 발표했다. 이는 1분기(-1.3%)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일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6개월 내 가장 낮은 분기 성장률이다.
서울 사랑제일교회 예배와 8.15 광화문 집회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다. 박성빈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의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봤다. 시행이 8일로 길지 않아 서비스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
그러나 9월 4일 중대본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13일까지 1주일 더 연장하며 전국에 대해선 2단계를 2주일 더 연장한다고 추가 발표했다. 결국 3분기 경제성장률과 수많은 시민에게 악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