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생, '사모펀드 의혹' 관련 증인 출석
코링크PE에 지급한 돈, '투자' 아닌 '대여'
정씨 "컨설팅 계약서, 수사 과정에서 처음 봐"
검찰 "계약서에 이름, 전화번호 자필 기재돼 있어"
◆…사모펀드 의혹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동생이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29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코링크PE에 준 돈은 대여금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 의혹 등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동생이 정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에게 건넨 돈은 대여금이라고 증언했다. 조씨에게 준 돈의 성격이 '투자금'이 아닌 '대여금'이라는 정 교수 측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10일 정 교수의 29차 속행 공판을 열고 정 교수의 동생인 정모씨를 변호인 측 증인으로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정씨는 정 교수와 함께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에 자금을 지급한 바 있다.
정씨는 이날 정 교수와 자신이 사모펀드 투자 당시 투자 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인식이 없었고, 정 교수가 정씨 명의로 된 계좌를 이용해 주식에 투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의 투자를 대신 부탁한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정 교수가 차명계좌를 통해 코링크PE에 투자를 하고, 허위 경영컨설팅 계약을 맺어 용역료 명목으로 돈을 지급받았다는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증언이다.
검찰은 정 교수가 동생 정씨와 함께 2016년과 2017년 코링크PE에 각각 5억원을 투자한 뒤, 이 중 5억원은 코링크PE 신주 250주를 인수하는 유상증자 계약을 체결하는 데 썼다고 보고 있다. 또 정 교수가 최소 수익금 보장을 위해 코링크PE와 허위 경영컨설팅 용역계약을 맺고, 용역비 명목으로 매달 860만원을 동생 명의 계좌를 통해 받았다고 의심한다.
정 교수와 정씨가 2017년 3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코링크PE 회삿돈 1억5700만원을 총 19회에 걸쳐 동생 명의 계좌로 받았고, 정 교수는 정씨를 통해 그중 80% 상당의 돈을 지급받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씨는 변호인 신문에서 "정 교수로부터 투자가 아니라 대여해 10%의 이자를 받는다는 말을 들었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조씨에게 연 10%의 이자를 받는 것에 관심을 가졌을 뿐 허위 컨설팅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정씨는 정 교수와 우애가 좋았기 때문에 신뢰가 두터웠다고 말했다. 정씨는 "정 교수가 주식에 투자하라며 9000만원을 준 적도 있고, 손해가 나 잔금만 줬을 때도 정 교수가 말없이 그냥 받았다"며 "오누이지만 부모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누나(정 교수)가 공과 사를 나름대로 구별하는 편"이라고도 했다.
정씨는 코링크PE가 운영하는 '블루펀드'에 출자한 부분과 관련해서는 "블라인드 펀드는 들은 적 없다"고 증언했다. 당시 펀드에 처음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관 등 계약 사항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전지 업체 WFM과 관련된 부분 또한 "사업 설명에 크게 관심 없었고, 펀드 수익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WFM 투자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씨는 조씨에게 준 5억원이 코링크PE의 설립자금 및 운영비로 사용된 것을 몰랐고, 사모펀드 의혹이 불거진 뒤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대여금 5억원을 신주인수와 컨설팅 계약 형식으로 처리한 것과 관련해서는 "컨설팅 이야기는 들었는데 신주인수와 관련한 부분은 들은 기억이 없다"고 설명했다. 코링크PE와 체결한 경영컨설팅 계약서를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처음 봤을 뿐 허위 컨설팅 계약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검찰은 컨설팅 계약서에 정씨의 자필로 이름과 전화번호, 입금 날짜가 적혀 있다며 정씨의 진술에 의문을 품었다. 2017년 2월 정 교수와 정씨가 있는 자리에서 조씨와 컨설팅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정씨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정씨는 "조씨가 10%의 이자를 주기 위해 도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도장을 갖고 갔고, 직원이 도장을 찍어준다고 해서 몰랐다"며 "돈을 부치려고 하니 계좌번호를 적어달라고 해서 적어 준 것이며, 당시 본 것을 순간적으로 기억하지 못했고 조사를 받으면서 (계약서를) 봤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자필로 쓴 글씨 옆에 컨설팅 계약서가 쓰여 있는데, 저것을 읽지 않고 계약했다는 것인가. 숨기고 받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고 거듭 추궁하자 "내 기억에는 계약서를 본 적 없다"고 답했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와 관련해 ▲업무상 횡령(대여금 이자 문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펀드 운용 문제 관련 허위 신고▲미공개정보이용) ▲범죄수익은닉 ▲미공개정보이용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로부터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은 뒤 이를 이용해 2018년 차명으로 7억여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 코링크PE로부터 경영컨설팅 명목으로 받은 1억57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백지신탁 의무를 피하고자 3명의 차명계좌 6개를 이용해 790회에 걸쳐 금융 거래를 하는 등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도 있다.
정 교수의 다음 재판은 오는 17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