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5촌 조카 조범동 항소심 첫 재판 시작
검찰 "형사법 적용, '내로남불'되면 안돼" 1심 비판
범행 동기로 '정경심 강남 건물 꿈' 재차 언급
변호인 "실질적인 이득은 '익성' 관계자" 반박
◆…검찰이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의 공모를 부정한 1심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의 2심 첫 공판에서 "권력 기생형 범죄를 간과했다"며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의 공모를 부정한 1심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동생에게 보낸 '강남 건물 꿈' 문자메시지를 정 교수 재판에 이어 또다시 꺼냈다.
서울고법 형사11부(구자헌·김봉원·이은혜 부장판사)는 9일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조범동씨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조씨 측의 항소 이유와 향후 입증 계획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권력형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한 1심 판결을 비판하며 정 교수가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고 동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언급했다. 강남 건물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정 교수의 범행 동기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는 동안 정 교수가 범행에 가담한 것과 관련해 동기가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것은 모든 사건에서 필수"라며 "정 교수가 스스로 강남 건물을 얘기하며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하려는 것이 범행동기가 됐고, 조 전 장관이 장관직에 오르자 그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특혜성 부를 추구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가 조씨의 횡령 범행에 가담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해 탐색하는 과정에서 '부의 대물림'이 동기로 판단됐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본 사건의 경우 언론에 의해 수사가 개시된 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의혹 제기 초기에 수사가 개시돼 피고인과 관련자들의 부정부패를 상당 부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정 교수의 재판에서도 정 교수가 조씨에게 수십억원을 투자한 동기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에게 약 20억원을 투자해서 순수 수익만 25억원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특혜성 보장 수익'이라고 봤다.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뒤 처분해야 할 주식자금 운용 방법에 대해 조씨와 협의했고, 이후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9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의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동생에게 보낸 '강남 건물 꿈' 문자메시지를 범행동기라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검찰은 조씨와 정 교수의 공모 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 또한 문제 삼았다. 검찰은 "형사법에 있어 평등 원칙의 구현은 중요하며, 형사법의 적용이 피고인의 지위나 신분에 따라 달라지는 '내로남불'이 되어서는 안 되고 그렇게 비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1심이) 법률 규정과 기존에 확립된 판례에 따르지 않고, 추가적인 구성요건을 피고인과 공범인 정경심 교수에게 적용했다"며 1심 판결을 지적했다. 1심은 조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 취지로 판단하면서도 정 교수가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검찰은 1심이 횡령과 관련해 정 교수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독일의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에 비유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검찰은 "(1심이) 당사자 사이의 내심의 의사를 기준으로 법률행위의 유효성을 인정했다"면서 "이러한 판단이라면 재벌 오너 일가 등에도 회사 자금의 사적 유용 등 부정부패의 '아우토반'을 열어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가 조씨에게 전달한 5억원을 '투자'가 아닌 '대여'라고 판단한 1심이 잘못됐다는 취지다.
조씨가 펀드 출자 약정금액을 부풀려 신고한 혐의(거짓변경보고)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1심이 법률규정에 없는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설한 셈"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1심은 조씨가 직접 허위로 변경을 하거나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의 임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를 두고 검찰은 "거짓 보고가 용인되면 당국의 감독작용이 유명무실해지고, 최근 라임 사태 등 사모펀드 비리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2심 재판에서도 다른 재판을 받고 있는 정 교수를 불러 증인신문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하고, 금융감독원 직원 등 3명을 추가로 증인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조씨 측 변호인은 '익성' 관계자들이 실질적인 이득을 얻었다며 1심에서 유죄 판단된 부분을 다시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이 사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이익을 본 것은 익성의 이봉직 대표 등 관계자들"이라며 "피고인은 이용당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조씨는 조 전 장관 일가가 14억여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의 운용사인 코링크PE 총괄 대표로 재직하며 코스닥 상장사인 WFM을 무자본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채를 통해 확보한 인수자금 50억원을 자기 자본으로 허위 공시하는 등 주가 부양을 시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WFM·웰스씨앤티 등 코링크PE 사모펀드가 투자한 기업의 자금 89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도 함께 받는다.
1심은 지난 6월 조씨를 '코링크PE의 최종의사결정권자'라고 보고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코링크PE의 대주주로서 WFM과 코링크 활동 수행과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등 의사결정자의 지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