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대 교수 "총장 만나는 정경심 딸 여러번 목격"
"최성해 총장이 정경심 딸 유난히 예뻐해 확실히 기억"
"조씨 봉사활동에 급여 지급 불가능해 표창장 동의"
검찰 조사에 강한 불만…"수업에 수사관이 들어와 감시"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동료가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 교수의 재판에 나와 정 교수의 딸을 여러 차례 학교에서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사진=연합뉴스)
동양대의 교수들이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정 교수 딸의 표창장 발급에 동의했다는 정 교수 동료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교수는 교수들이 협의해 소정의 급여 대신 상장을 주게 됐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8일 정 교수의 28차 속행 공판을 열고 정 교수의 동료 교수인 강모 교수를 변호인 측 증인으로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강 교수는 2012~2013년 동양대 입학처장을 지내며 중고교생 스펙 준비를 위한 프로그램 과정을 맡은 바 있다.
이날 강 교수는 2012년 여름방학 때 동양대에서 정 교수의 딸 조모씨를 여러 차례 봤고, 어학교육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 교수에게서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조씨가 실제로 동양대 인문학영재프로그램의 튜터로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2010년 12월부터 2012년 9월까지 봉사 활동한 것으로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받았다는 공소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강 교수는 2012년 여름방학 무렵 총장실이 있는 대학 본부 건물 1층에서 조씨를 봤다고 진술했다. 강 교수는 "주의 깊게 본 것은 아니지만 본관에 있을 때 조씨를 오가며 봤다"며 "조씨를 처음 만났을 때 '엄마를 도와줘 예쁘고 기특하다'고 칭찬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조씨가 영어에세이를 직접 첨삭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이 "학교 관계자들은 조씨를 본 적 없다고 한결같이 말하는데, 그 이유를 아느냐"라고 묻자 강 교수는 "사립대에 있다 보니 저도 증인석에 앉아 있는 것이 상당히 부담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조씨를 자주 본 것은 분명하다고 못 박았다.
강 교수는 "조씨가 당시 총장실에서 최성해 전 총장과 만나고 나왔다"면서 "조씨한테 용돈을 줬다고 최 전 총장이 말해서 확실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인문학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처장실을 '사랑방'처럼 이용해 강의가 끝날 때마다 들렀는데 그때 조씨를 함께 봤다는 것이다.
또 최 전 총장이 조씨를 유난히 예뻐해 조씨 목격 상황을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강 교수는 "최 전 총장이 조씨를 유독 예뻐해서 용돈을 주고, 조씨의 사진을 갖고 다니며 '며느리 삼고 싶다'는 말을 공연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도 최 전 총장의 신임이 두터워 원어민 교수 채용과 연봉을 정 교수 본인이 결정했고, 최 전 총장이 전권을 위임했다고 느꼈다"고 했다.
강 교수는 조씨의 표창장 발급은 동양대 교수들이 모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조씨의 봉사활동 실적과 관련해 표창장을 줄 것을 동료인 장모 교수에게 추천했다고 증언했다. 강 교수는 "정 교수가 (딸이) 서울에서 내려와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학교에서 아무도 안 도와준다고 매번 불평불만이 많았는데, 딸이 도와준다 해서 고마워했다"며 "그래서 학교에서 무슨 보답을 해야 하는데 돈을 줄 수 없으니 봉사상을 줘서 보람이라도 느끼게 하자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자 재판장이 "증인이 입학처장 재직 당시 장 교수에게 '내가 조민이 봉사활동한 걸 직접 봐서 조씨가 봉사활동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적이 없냐"고 물었고, 강 교수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직접 목격한 것은 아니고, 정 교수로부터 전해 들은 얘기를 토대로 표창장을 건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어 강 교수는 "원래 조씨에게 급여를 주려고 했는데 예산도 없고 줄 방법도 없었다"면서 "누군가 봉사상 이야기를 꺼내 그래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재학생도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비용을 주는 것을 원칙으로 했는데, 조씨가 봉사활동에 참여했다면 급여를 줬어야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다만 강 교수는 "총장에게 표창장 직인 사용을 허락받았냐"는 질문에 "다른 학과의 경우 조교가 직인을 '쿵쿵쿵' 찍어서 냈다고 하는데, 총장 직인인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8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강 교수는 정 교수의 입시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진행된 검찰 조사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 수사관이 수업에 들어와 감시하는 등 수사받는 과정이 불만스러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강 교수는 "사소한 것 때문에 행적이 다 까발려지고 지탄 받고, (학교를 위해 헌신했는데) 선의가 무너져 매우 언짢았다"며 "그래서 있는 대로 말했으니 녹취록을 참고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관이) 와서 감시하고, 불출석 동의서 쓰라는 등..."이라고 심경을 표현했다. 이어 "지방 학교라서 교수들이 굉장히 열심히 일했다"면서 "영주 학생들은 자기 인생 망친다고 전부 수도권 대학으로 가려고 해 지역 학생의 유치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