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한가?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기고문
"증세 언급 나오지만 효과 검증되지 않아"
"기본소득 시대 당분간 오기 힘들 것"
◆…국회예산정책처 정기간행물 예산춘추(vol. 59) 캡쳐.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제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모든 복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본소득을 정당화시켜줄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 가능성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재정여건도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7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하는 예산춘추에 '지금 우리에게 기본소득이 필요한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기본소득은 자산에 대한 조사나 근로에 대한 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주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급여를 의미한다.
기본소득을 받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나 사회보험처럼 본인이 돈을 내지 않아도 되고 가난의 정도와 실업 여부를 묻지 않고 돈을 준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며 급진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 해외 사례 어떨까?…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까지 현실에서 기본소득이 채택된 사례는 많지 않다. 석유를 재원으로 40년 가까이 시행되어온 '알래스카 기본소득'을 제외하면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지역에서 시행한 것에 불과하다.
유럽국가 중에서는 핀란드가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실직자 2000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바 있다. 2년간의 실험을 통해 핀란드 정부가 얻게 된 결론은 '기본소득이 고용률을 제고하는 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실험결과를 예로 들며 당분간 핀란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기본소득 실험은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기존 사회안전망의 대체 프로그램으로써 기본소득의 도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라도 현재로서는 없다는 분석이다.
| 기본소득, 우리나라에서도 실현 가능성 낮아 |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국민들에게 월 10만원(연 12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선 대략 6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지난해 보건복지예산(162조원)으로는 월 30만원의 기본소득도 감당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증세를 통해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1인당 월 50만원(연 6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법인 모두 지금 내고 있는 세금을 딱 두 배 더 내면 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의미 있는 수준의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증세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서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 사이 조세지출예산은 매년 6.4% 수준으로 증가한 반면, 매년 조세지출이 정비된 경우는 2014년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이러한 경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의미 있는 수준의 기본소득은 지출 구조조정이나 부자증세로는 안 된다. 중산층과 빈곤층 역시 상당한 수준의 세부담을 감내해야한다"면서도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이 과연 이러한 비용을 상쇄하는 후생의 증가를 가져다줄 것인지 확신하지 못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본소득을 정당화해주는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고 당분간 그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일각에선 기본소득을 위한 증세를 이야기하지만 그 비용을 감내하기에는 기본소득의 장점은 그 어느 것도 아직까지 충분히 검증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