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업무상 배임' 혐의
수사팀 "이 부회장 유리한 시점에 일방적 합병"
"주주 매수·불법로비·시세조종 등 조직적 자행"
이재용 측 "처음부터 목표 정한 수사" 강하게 반발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1일 오후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2년 7개월 만에 다시 피고인 신분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1일 오후 2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 핵심 관련자 11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 불법승계 및 합병 의혹에 연루된 삼성 전·현직 임원들도 줄줄이 기소됐다. 최지성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 등 6명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됐고, 장충기 전 차장(사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혐의를 적용받았다. '삼성바이오 회계부정'과 관련해 최 전 실장과 김 전 팀장,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 5명도 함께 기소됐다.
이날 검찰의 기소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따르지 않은 결과다. 앞서 수사심의위는 지난 6월 26일 현안위원회를 소집해 논의한 결과 이 부회장과 김 전 팀장, 삼성물산 주식회사에 대해 불기소하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의결은 강제성이 없지만, 검찰은 앞서 8번의 수사심의위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바 있다.
검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중대 범죄' 판단
◆…검찰은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기소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중대 범죄'라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한 데는 '중대 범죄'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부장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은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시점에 삼성물산 흡수합병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 각종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불리한 중요 정보는 은폐했으며, 주주 매수·불법로비·시세조종 등 다양한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직적으로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경영진들은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 부회장과 미전실의 승계계획안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실행함으로써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특히 수사팀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분식회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성사 이후에는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이었다는 불공정 논란을 회피하고 자본잠식을 모면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4조원 이상 부풀렸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종중 전 전략팀장과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에 대해서는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허위로 증언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의결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이 부장은 "수사팀은 위원회의 권고 취지를 존중하며 지난 두 달 동안 수사 내용과 법리 등을 심층 재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가 의견청취의 대상과 범위를 대폭 확대해 다양한 고견을 편견 없이 청취했고, 수사전문가인 부장검사 회의도 개최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결과,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한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건 처리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사팀 '공소유지' 총력 vs 이재용 측 "무리한 기소"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 깃발 뒤로 삼성 서초사옥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수사팀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공소유지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 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형 규모의 사건은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면 호흡을 맞춰 공소유지하기 때문에 저도 당연히 공판에 관여할 예정"이라며 "수사팀의 수사와 마찬가지로 공판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측은 "처음부터 목표를 정한 수사로서 무리한 기소"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자본시장법 위반, 회계분식, 업무상 배임죄는 증거와 법리에 기반하지 않은 수사팀의 일방적 주장일뿐 결코 사실이 아니"라면서 "검찰의 기소가 왜 부당한 것인지 법정에서 하나하나 밝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합법적인 경영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뤄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판단받았다"며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이 기소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이 부회장 측은 구속영장 기각과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를 이유로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은 영장을 기각했지만,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본 법원의 판단을 토대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