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靑 비서관 "조국, 사모펀드 의혹 터지자 깜짝 놀랐다"
검찰 "조국, 의혹 들통나서 놀란 것"…김미경 "적극 지시 없었다"
재판부 "정경심에게 의혹 물어보지 않겠나" 의문 제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후보자 시절 청문회준비단 신상팀장을 지냈던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2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 나와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의혹을 당시 몰랐다"고 증언했다. (사진=연합뉴스)
김미경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 시절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잘 몰랐다고 증언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의 재판장은 "조 전 장관이 집에 가서 물어보는 것 아니겠느냐"며 김 비서관의 증언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27일 오후 정 교수의 26차 공판에서 지난해 조 전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준비단 신상팀장을 지낸 김 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논의한 뒤 펀드에 투자했다고 의심한다. 조 전 장관이 사모펀드 의혹을 덮기 위해 허위로 해명하고, 정 교수의 증거위조 범행에 가담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취임한 뒤 자산관리인 김경록 PB에게 "(거래할 수 있는 투자처를) 남편에게 물어보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을 범행 가담의 증거로 봤다.
김미경 "조국, 코링크PE·정경심 동생 연루 사실 전혀 몰라"
하지만 김 비서관은 이날 "사모펀드 의혹이 나오자 조 전 장관이 깜짝 놀랐다"며 검찰 주장과 상반되는 내용을 증언했다. 김 비서관은 "지난해 8월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조 전 장관이 준비단 관계자들만큼 놀라고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아내인 정 교수가 경제적 문제를 관리해 펀드 투자에 관한 내용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 비서관은 또 조 전 장관이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의 존재와 정 교수의 동생이 의혹에 연루됐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진술했다. 김 비서관은 "제 앞에서 사모님(정 교수)에게 전화해 '코링크가 무슨 회사냐'고 물어보기도 했다"면서 "처남이 사모펀드의 출자자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너무 놀라 보고하자 조 전 장관도 저와 똑같이 놀라고 당황스러워했다"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은 당시 조 전 장관은 "(처남이 출자자인 것이) 정말이냐"고 여러 차례 되물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비서관은 "정 교수에게 사실관계를 물었고, 정 교수가 '동생도, 회사도 출자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해서 말하지 못했다. 말 안 해서 미안하다'며 조 전 장관과 김 비서관에게 사과했다"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이후 언론을 통해 정 교수가 투자한 펀드가 '블라인드펀드'가 아니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조 전 장관은 또다시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였다고 진술했다. 김 비서관은 "펀드사가 투자자들에게 투자 내용을 수시로 보고했다는 의혹은 저도, 조 전 장관도 몰랐던 상황이라 새로운 의혹이 나올 때마다 저도, 조 전 장관도 난처했다"고 증언했다.
반면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의혹이 들통나서 놀란 것"이라며 김 비서관의 증언을 일축했다. 조 전 장관이 지난해 8월16일 코링크PE 이사 이모씨로부터 정 교수 동생의 간인이 찍힌 사모펀드 정관과 운용현황보고서 등을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이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허위로 해명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느냐"고 캐묻자 김 비서관은 "답변하기 어려운 점은 언론에 사실대로 설명하지 않긴 했지만, 조 전 장관의 적극적인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김 비서관은 "'가족펀드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이 아니라 '제3의 투자자도 있다'는 식으로 해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장 "이슈 빵빵 터지는데 조국 당연히 물어보지 않겠나" 의구심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는 2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김 비서관이 조 전 장관은 사모펀드 의혹을 몰랐다고 일관되게 증언하자 의문을 제기했다. 사모펀드 의혹이 당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됐는데, 청문회준비단 측이 조 전 장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사실관계를 솔직하게 알리지 않는 것이 가능하냐는 취지다.
재판장은 "증인 설명에 따르면 언론에서 이슈가 나오면 증인은 주로 피고인(정 교수)이나 피고인의 딸에게 연락해 자료를 받았고, 조 전 장관은 몰랐다는 것인데 이슈가 터질 때마다 조 전 장관이 청문회 빌딩에서 자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조 전 장관이) 집에 돌아가면 피고인에게 당연히 물어볼 텐데, 그러면 다음날 설명하지 않겠나"고 물었다.
김 비서관이 "조 전 장관이 신경 쓸 부분은 이 부분만이 아니라서"라고 대답하자 재판장은 "말이 안 된다"고 재차 추궁했다. 재판장은 "챙길 것이 있더라도 청문회는 언론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이슈가) 빵빵 터지는데 조 전 장관이 당연히 물어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이 신경 쓰고 챙겨야 할 것은 사모펀드 의혹뿐만이 아니었고 양이 너무 많았다"면서 "가족에게 설명을 들으면 관계자 연락처를 받아 다시 묻기도 했다. 그것을 조 전 장관이 직접 할 수 없어 신상팀 직원들이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조 전 장관에게 물어보지 않은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재판장이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에게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물어봤을 텐데, 정 교수로부터 대답을 못 들은 거 아닌가. 대부분 사안에서 정 교수에게 확인하지 못하자 증인에게 다시 확인한 거 아니냐"고 묻자 김 비서관은 "모르는 사람에게 또 물어볼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증인신문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울먹이며 "여러 의혹이 많은 상황에서 답을 보완하는 과정이었을 뿐 거짓 답변하거나 보고서를 위조한 적은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비서관은 당초 지난 6월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지만 "관계부처 회의가 있고, 이미 검찰에서 모두 진술했다"며 소환에 불응해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